<소울 아프리카> -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대륙

 

조세프 케셀, <소울 아프리카>, 서교출판사, 2009


영혼을 울리는 음악 ‘소울’, 태양과 가장 가까운 땅 ‘아프리카’. 프랑스 작가 조세프 케셀의 소설 <소울 아프리카>는 뜨거운 두 단어로 이뤄졌다. 이 책을 처음 손에 쥔 것은 지난 여름. 하지만 겨울을 기다렸다. 책을 열면 뻗쳐 나오는 열기에 휩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고이 숨겨뒀다가 추운 겨울이 오면 열어야지. 책 속의 아프리카 대초원을 달리며 추위를 달래자. 그렇게 해서 2009년 가장 추운 날 다시 만난 <소울 아프리카>. 기대대로 충분히 뜨거웠다.

<소울 아프리카>는 킬리만자로가 멀리 보이는 케냐의 ‘암보셀리 보호구역’이 배경이다. 세계 여행을 하다 이곳에 들른 ‘나’(화자)는 이른 새벽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원숭이 니콜라와 너무나 작아 오히려 생명의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영양 챔벌린을 만난다. 이제 막 눈 뜨는 새벽녘의 신비로운 기운과 이들과의 만남은 그를 알 수 없는 황홀경으로 밀어 넣는다. 대지의 부름에 이끌려 밖으로 나간 그는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하고, 거기서 소녀 파트리샤를 만난다. 그리고 ‘이 새벽에 소녀가!’라고 놀라기도 전에 그는 소녀의 묘한 매력에 끌린다.

파트리샤를 다시 만난 건 그날 저녁, 보호구역 책임자 불리트의 집에서다. 초대를 받고 간 저녁식사에서 본 불리트의 가족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그의 아내 시빌은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다가도 딸에게 신경질적인 태도를 취한다. 또 딸 파트리샤는 새벽에 봤던 모습과 달리 얼음장처럼 차갑다. ‘사자의 아이’라 불리는 소녀 파트리샤와 그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다음 날 아침 떠날 예정이었던 그는 숙소로 돌아와 마음을 바꿔 더 머물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상치도 못했던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을 만난다.

소설의 통해 생명의 신비 가득한 자연과 태양보다 뜨거운 대륙 아프리카를 여러 번 만났다. 이른 새벽 생명의 신비로움을 체험케 한 니콜라, 챔벌린과의 만남, 파트리샤가 그녀가 어릴 적부터 키운 사자 킹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또 블리트와 차를 타고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할 때는 길의 경계는 무의미하며, 아찔한 경사로를 타고 올라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마주한다. 그리고 불리트, 파트리샤, 킹이 펼치는 가슴 벅찬 달리기까지….

그때 나는 초원 저 멀리서 갑자기 튀어나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하나의 점, 하나의 덩어리, 한 마리 맹수를 발견했다.
“킹! 오! 아빠, 정말 킹이야.”
(…)
“아빠, 킹을 좀 더 달리게 해줘요.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달려보게 해요. 킹, 너무 멋지게 생겼죠? 아빠 어서 달려요!”
불리트가 거칠게 운전대를 돌려 이제 사자와 정면이 아닌 옆으로 볼 수 있게끔 180도로 돌아섰다. 그는 킹과의 거리가 많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킹이 있는 힘을 다해, 숨이 가쁠 정도로 달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충분히 빠른 속도였다. 이렇게 해서 킹은 전속으로 달려 우리를 따라왔다. (…) 킹을 달려오면서 계속 포효했다. (209~211쪽)

그렇다고 대지가 누군가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펼쳐졌던 광경은 보호구역을 찾았던 대부분의 사람이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대자연의 기운을 받기보다 자랑거리 하나 추가하려고 했던 이들은 그들이 기대한 만큼만 얻고 떠났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나’는 다음 여행지를 포기하고 남았기 때문에, 파트리샤와 불리트, 그리고 대자연에 몸을 맡겼기 때문에 체험할 수 있는 감동이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버리지 않고서야, 가슴 전체를 뒤덮을 거대한 감동을 온전히 끌어 않을 수 없다.

책에 등장하는 마사이족 이야기는 선택의 대가와 결과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자유롭다. 쇠똥을 이용해 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여행 같은 삶을 산다. 그들은 용맹하다. 창과 방패를 손에 쥔 그들은 사자를 향해 달려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사자와 싸움을 벌일 때 솟구치는 그 뜨거운 피. 이것은 그의 사지가 잘려 나갈 때만 가능하다. 여행 중에 만난 마사이족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는 듯하다. “그대 가진 것만 욕망하고, 두려움 뒤에 숨는다면 그대는 자유로울 수도, 용맹스러울 수도 없다.” 하나를 버려야만 열리는 새로운 세상 <소울 아프리카>, 살을 베는 아픔이 있기에 더 뜨겁다.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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