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변해가는 슬픈 소녀 아이다> - 상상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

 

알리 쇼, <유리로 변해가는 슬픈 소녀 아이다>, 살림출판사, 2009


<유리로 변해가는 슬픈 소녀 아이다>. 제목을 보며 ‘아니 어떻게 사람이 유리로 변해? 말도 안 된다’라고 현실적인 생각을 먼저 한다. 표지를 보니 온통 하얀색이다. 어린 소녀의 모습도 전체적으로 하얀색이고, 뿔이 커다란 순록도, 새장 안의 나비도, 나무의 잎사귀도 모조리 하얀색이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표지만으로 내 기분은 이미 우울하고 슬퍼졌다. 영국의 안데르센으로 불리는 알리 쇼는 이 책에 어떤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풀어 낼 것인가? 두근두근 가슴이 떨려온다.

세인트 하우다 랜드에 사는 마이다스 크룩은 친구의 꽃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취미로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사진 찍는 것이 본업이고, 꽃집의 일이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빛을 쫓아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긴다고 말하는 마이다스이지만, 내 생각에는 빛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사진 속에 가둬 두는 듯하다. 마이다스가 숲에서 사진을 찍다 우연히 만난 아이다 맥클레어드는 아주 커다란 아빠 부츠를 신고 할머니처럼 조심스레 걷는다.

어린 시절의 우울한 기억으로 친구 구스타브와 그의 딸 덴버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서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마이다스는 아이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다가 항상 신고 다니는 큰 부츠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발가락 끝부분에서부터 서서히 유리로 변해가는 아이다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자 몇 년 전 잠깐 만난 한 남자(헨리 푸와)를 찾아 도시를 떠나 세인트 하우다 랜드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세인트 하우다 랜드는 차가움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 환경과 주인공들의 삶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 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 심지어 가족마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삶을 나라면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 외지에서 섬으로 들어 온 아이다만이 밝고 활발한 성품으로 따듯함을 전해 준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유리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두려웠던 아이다는 자신의 치료를 위해 도움 주는 마이다스에게 마지막 연정을 품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섬 세인트 하우다 랜드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모르는 일들이 아주 많이 일어난다. 깊은 숲 속의 연못에는 온 몸이 유리로 변해 버린 시체도 있고, 작은 나방의 날개로 열심히 날아다니는 작은 소도 있으며, 온 몸이 하얗다 못해 눈동자까지 하얀 새도 존재한다. 많은 비밀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 섬에서 마이다스와 아이다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쉽게 술술 읽히던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단순한 마이다스와 아이다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친구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는 구스타브와 마이다스의 우정이야기이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판타지이며, 마이다스와 아이다의 사랑이야기이다. 끝내 겉으로 표현되지 않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추리해야 하는 심리 소설이 될 수도 있겠다. 온통 비밀들로 둘러 싸여 있는 세인트 하우다 랜드의 이야기가 궁금할 것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아저씬 아저씨 머릿속 깊은데 들어 있는 걸 모른 척한 거야.
그리고 나는 머릿속 깊은 곳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 놀이도 그래서 하는 거야.”   

- 덴버가 마이다스를 위로하는 말 中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란구름’님은?

제2의 사춘기인 30살 방황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 나를 위한 책읽기를 시작으로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한 책읽기를 하고, 지인들을 책읽기에 빠트리는 여자.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들어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쉼이 있는 공간(도서관)을 만드는 게 꿈인 여자.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672 673 674 675 676 677 678 679 680 ··· 752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