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별일이 꼭 있어야해?

 

붕가붕가레코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푸른숲, 2009


왕년에 기타 안 잡아본 형아, 피아노 안 쳐본 언니 없다. 언니들은 사교육 시장의 스테디셀러 피아노 학원을 거치고, 형아들은 호감도 상승을 위해 학생회실에서 앞 다투어 기타를 잡았다. 이정도면 한국도 음악적 기반이 대단히 높은 나라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많던 형아, 언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음악적 능력이 사라지는 건 아닐 진데, 주변에 ‘음악 한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긴 먹고 살기도 힘든데 뭔 놈의 음악?’이라고 할 찰나, 먹고 살기 힘들어도 음악 하는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든다. 장기하와 얼굴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이 절찬리에 활동하고 있는 음반 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이들의 ‘탄생설화’, ‘성공신화’ 등을 담고 있는 ‘붕가붕가레코드 히스토리 Vol. 1’쯤 되겠다.

붕가붕가!

(붕가붕가레코드 탄생의 한 축인) ‘붕가붕가 중창단’이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논란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2000년에 내 여자친구의 친구 되는 사람 자취방에 놀러갔다가 ‘붕가붕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그 단어가 애완동물의 자위를 의미한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오, 발음 좋네. 뜻 좋네. 붕가붕가 좋네. 우리의 자기 충족적이고 관객 의존적이지 않은 자발적 아방가드로 문화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인 것 같아.”(30쪽, ‘뭐라도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악산 밑에 S대’에 뿌리를 둔 붕가붕가레코드 멤버들 가슴 속에 박힌 말은 ‘재미’와 ‘자족’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음과 뜻의 조화인가!) 먹고 사는 것도 좋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픈 이들은 조금씩 일을 벌려간다. 학교 지원을 받아 스튜디오 녹음도 하고,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멤버 돌려막기’로 붕가붕가레코드의 이름으로 음반(『꽃무늬 일회용휴지/유통기한』)도 만든다. 이후 이들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자’(혹은 ‘혼자 힘으로 사랑하자’)는 정신에 입각해 ‘핸드 메이드(hand made)’ 방식으로 수공업 소형 음반을 제작, 살포한다.

여기서 잠깐! 2008년 이전, 붕가붕가레코드를 들어 보셨는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이는 이들의 활동이 얼마나 지지부진했는지 보여주는 가장 명증한 증거다! 하지만 이들은 놀라울 정도의 질긴 생명력을 보이는데, 여기엔 ‘트피플 A형’이라 불리는 소심함과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무조건 낫다’는 긍정의 힘이 작용한다. 소심한 성격 탓에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니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고, 하는 게 무조건 나으니 골방에 처박혀 있다가도 음악을 한다. 뭐, 남들 세 끼 먹을 때 두 끼 먹으면 어떠랴! (이들은 술과 안주가 매우 싼 집도 알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별일 없이 산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라고, 2008년 이후 붕가붕가레코드의 음악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후에 이별한)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는 블로그 소문을 타고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밴드’의 희망을 키웠고, 장기하와 얼굴들은 「싸구려 커피」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이승기, 소녀시대 등 최고의 스타가 찍는 치킨 CF 섭외가 들어왔으니, 대박이다!) 특히 장기하와 얼굴들은 공중파에 얼굴들을 내밀고,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리고 2009년 2월 정규앨범 『별일 없이 산다』를 발표한다.

그동안 ‘별 일 없이 살’던 이들에게 별 일이 생기고, 붕가붕가레코드는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관심이 큰 만큼 상근 직원도 생기고, 인맥 너머 멤버도 함께 한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필두로 몇몇 뮤지션을 잘 키우면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애초 그들이 선택했던 길이 아니다. 장기하는 곰사장과의 술자리에서 “2집 안나와도 괜찮겠냐?”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한다. 재미가 없으니까. 장기하는 “인기가 많지 않아도 ‘요새도 걔 노래는 괜찮아’ 이런 소리 계속 들을 수 있게 계속 건전하게 하고 싶”을 뿐이다. 

변한 걸 무시할 순 없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 딱히 기대할 만한 것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별 문제가 아니다. 무슨 일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는 적당히, 별일 없이 살 것이다. 여태껏 그래왔다. (127쪽. ‘별일 없이 살아야 한다’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는 대놓고 우습게 보이려고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우습게 구는 것’이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저렴한 것’이 ‘후진 것’은 아니다. 장기하와 미미시스터의 유쾌한 댄스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퍼포먼스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재미정신’ 때문이다. 날도 추워지는데 어깨에 힘 빼고, 이들과 함께 ‘붕가붕가’ 후끈 달아올라 보자꾸나! “개구리 바질 입자~”

반디의 한 마디 더!
얼마 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를 매우 추하게(!) 불렀다. 모양은 심히 빠졌으나, 노래를 부르고 난 뒤의 기분은 매우 유쾌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응원할 테닷!

-반디(ak20@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8
  1. Sun'A 2009.11.18 09: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엔 잠들기전에 책을 살짝 보고 잔답니다~ㅎ
    음악듣고 책을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짐을 느끼게되요~
    마음의 양식인가 봅니다~^^
    오늘 정말 추운날씨네요
    감기조심 하세요^^

    • 농촌총각 2009.11.18 10:15 신고 address edit & del

      아주 좋은 습관이에요~^^
      책을 보면 잠이 아주 잘 오죠.. ㅋㅋㅋㅋ
      Sun'A님 계신 곳도 많이 춥죠?
      요즘 여기도 많이 추워요..
      스타일 상관없이 껴입고 다니고 있어요.^^;;
      그래도 좋은 하루요~~

  2. 영웅전쟁 2009.11.18 13: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따뜻하게 지내시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반디앤루니스 2009.11.18 16:54 신고 address edit & del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감기가 오려는 거 같아요~
      영웅전쟁님은 늘 건강하세요~ ^^

  3. Elyu 2009.11.18 21: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개인적으로 장기하씨 입대 전 사진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ㅋ

  4. 난나  2009.11.19 09: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호.. 장기하와 얼굴들, 유쾌하네요^^

    • 반디앤루니스 2009.11.19 13:12 신고 address edit & del

      책도 음악도 상당히 유쾌하답니다..^^
      역시 하고 싶은 사람 못당하는 거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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