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 소년의 시간

 

 

 

 

놀스 | 《분리된 평화》 | 문예 | 2014

 

이 책은 내 어머니가 8살이던 1959년에 출간된 책이다. 나는 고교 시절에 한번 읽은 뒤 두 번째로 다시금 책을 집었다. 출간 이후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며 700만 부 넘게 팔린 책이라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가장 많이 읽히는 청소년 필독서라 하니, 새삼 책의 명성이 이 정도였구나. 감탄을 자아낸다. 두고두고 옆에 끼고 몇 번이라도 자꾸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라니,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사실 두 번째 읽기 시작했을 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떠올랐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에 없었다. 주인공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으니까. 이런 이유에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어쩌면 한 권의 책을 몇 번이고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미국의 뉴잉글랜드다. 2차 대전이 한창인 분위기였다. 명문 사립 기숙학교 데본에서 상급생들은 곧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훈련 중이었지만 한 학년 아래인 16살 소년들은 조용하기 그지없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날은 불투명했으며,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피니어스라는 당차고 운동 잘하는 소년과 그의 단짝 진 포레스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프도록 시린 여름.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보낸 소년들의 이야기 말이다.

 

특출나게 운동을 잘했던 피니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서졌을 때의 그 상심은 얼마나 컸을지, 피니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했던 단짝 친구 진은 데본에서 피니가 없는 그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웠을지 마음이 아파왔다. 자신 때문이라고 고백했던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세계보다 훨씬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들 중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님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자책하며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주인공 진 포레스터는 피니와 함께했던 데번에서의 시간을 지나, 15년 후 데번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상처가 큰일들을 진은 어떻게 버텨내고 다시 그곳을 찾았는지…. 전쟁의 중간에서 16살 소년들의 생활은 멀리서 보면 마냥 평온해 보였을지 모른다. 허나 그들만의 시간 속에서 소년은 어쩌면 더 큰 전쟁을 치른 게 아니었을까. 누구나 각자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면 아픈 기억과 상처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은 잊힐 수 없는 것들이며, 아마 마음 깊이 간직하며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숲, 데번 학교 소유림은 내 공상 속에서 거대한 북미 삼림의 시발점이었다. 나무들은 데번 숲에서 북쪽으로 끊임없는 긴 통로처럼 이어져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저 먼 끝까지, 어쩌면 캐나다 북 단의 어느 오지까지 닿아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놀이터는 마지막 남은 거대한 원시림의 문명화된 변두리인 셈이었다. 정말로 그런지 알아볼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31쪽)

 

지금까지 나는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매일매일 그것이 새로운 삶인 것처럼, 모든 과거의 실패와 문제는 지워지고 미래의 가능성과 기쁨만이 눈앞에 열려 있어 다시 밤이 오기 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눈 내리는 겨울과 피니어스의 목발을 앞에 둔 나는 앞으로 매일 아침 전날 밤의 문제가 그대로 반복되리라는 걸, 잠은 잠시의 유보일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걸, 여명과 새벽 사이 내가 새롭게 태어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122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예신이'님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내 곁에 책이 있기를 바라는 상큼한 새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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