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누가 내 사랑을

 

 

줄리언 반스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다산책방 | 2014

 

제목이 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인지 영, 감을 못 잡았다. 책을 읽어보니 단박에 알겠다. ‘사랑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작가 줄리언 반스. 그가 아내를 잃고 처음 쓴 소설이라는 말에 이 책이 궁금했다. 나는 그의 예전 책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사랑에 냉소적이고, 아니 인간에 냉소적이던가, 아니면 통찰력이 넘치는 것인가? 책을 읽기 전에 곤혹스러울 수 있겠다고 지레짐작했었다. 과연 그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할까? 아니면 평소의 그답게 냉소적으로 죽음을 고찰할까? 관계의 허망함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말하는 그가 과연 사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는 자신 앞에 떨어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과연 얼마나 초연할 수 있을까?

 

내가 집중해서 본 이야기는 마지막 장 ‘깊이의 상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하고 있었다. 믿을 수 있었다. 문학이니 예술을 위한 소리가 아니라, 그는 그가 아는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의 애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아내를 허망하게 보낸 뒤 자신이 느꼈던 심정 그대로였다. 그가 그려 왔던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나의 감정과 거리를 두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던가.

 

사별의 고통이란 건, 언제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 내가 죽지 않고서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깨달음조차 별 위안이 되지 못한다. 어떤 것에서도 위로를 기대할 수 없다. 그가 어쩜 그리도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별의 고통에 대처하였던지 실소하고 말았다. 나는 당시 대부분 지인과 절연했다. 살다 보니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그렇게 유난을 떨게 된다. 비이성적인 것을 알면서도, 비이성적으로 굴어야 속이 시원했다.

 

그의 애도 방식 말고도 나는 다른 감흥에 잠기게 됐다. 이젠 내가 꽤 사별의 고통에서 멀어졌구나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감정으로부터 졸업했다는 걸 알았다. 20년 넘게 끙끙 앓았으니 그럴 때도 됐다. 줄리언 반스는 이 책에서, 과연 사별의 고통에도 무뎌지는 날이 올까, 의문을 품는가 하면, 절대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는 듯하다. 조심스럽지만 그런 날이 온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날이 온다. 평온해지는 날이.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이해되지도 않은 채 남아 있는데도 공허마저 너무 익숙해진다. 아무런 고통을 받지 않고도 한참을 살아남으면 죽음도 나를 더 이상 할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엔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이 많다는 것 역시. 사랑마저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 어떤 사랑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랑은 죽음이 오기도 전에 끝난다. 가끔은 궁금해진다. 어떤 것이 나을까?

 

그나마 죽음으로도 끝나지 못한 사랑을 해봤다는 것 자체가 인간인 우리로서는 나은 것 아닐까? 아마 내가 줄리언 반스의 책을 냉정하게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이렇게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인간에게 사랑보다 더 귀한 축복은 없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네사'님은?

아이들의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삶이 마냥 행복한 조카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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