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깨닫는다》 - 알쏭달쏭 동물의 마음

 

 

버지니아 모렐 | 《동물을 깨닫는다》 | 추수밭 | 2014

 

어릴 적부터 동물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연스레 그들을 사랑하도록 자라온 나는 사실 동물의 의식에 관한 이 연구가 굉장히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만큼 나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동물들의 감정 세계에 감탄하기보다, 많은 사람이 동물을 열등한 존재 혹은 감정이 없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 그 사실을 잊고 살았음에 더욱 놀랐다.

 

우리 인간은 이 모든 ‘하등한’ 존재들의 정점에 서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동물들은 하등하지 않으며 우리는 진화의 절정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계통적으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조상인 침팬지보다 더욱 수준 높게 진화하지 않았다. (중략) 자연선택의 작용은 생명의 나무 위에 있는 모든 유기체들의 구조와 특징을 그 조상들이 직면했던 도전들에 대응해서 형성해왔다. 성공하지 못한 종은 이제 나무 위에 없다. 그들은 멸종한다. 지구에서 4억 년 이상 살아온 상어를 가장 성공적인 동물 중 하나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1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나 역시 그러한 사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깊이 있는 사고체계를 갖추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던 고등동물과 하등동물의 구분을 살펴보자. 우리는 주로 생물의 복잡성 정도를 기준으로 그것을 구분하고 있으며 언제부터인지 인간이 진화의 정점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 여겨왔다. '우리는 진화의 정점에 있지만, 우리는 하등한 그들과 평등하게 지낼 거야.' 평등을 외치면서도 묘한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결국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종'일 뿐이다. 자신의 환경에서 모두는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일 테다. 만약 인간의 모습이 모든 진화의 정점이라면, 다른 종들은 무슨 이유로 인간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겠는가. 그것은 곧 그들 스스로 하등한 형태를 취했다는 의미인데, 이는 진화의 이유로 말이 되지 않는다.

 

저는 정말이지 인간이 왜 항상 모든 영역에서 우월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왜 그렇게 다른 모든 동물들과 구별돼야 하는지도, 특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383쪽)

 

우리는 늘 타인과 나를 비교한다. 때때로 나에게 맞지 않는 비교기준 때문에 힘들어하고 상처 받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인간인데도 서로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물들에게 인간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들은 우리보다 하등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맞게 배우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 우리와 같이 지구를 나누어 쓰고 있는 많은 존재들. 그 모든 존재들은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쩌면 지구상의 모든 종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로 자신의 종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다른 종을 비하하면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여기, 많은 과학자들이 주변의 비난 속에서 동물들의 감정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오고 있다. 변했다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의 감정은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신경기관을 가졌다거나, 마음을 가진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는 믿지 못하겠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끝끝내 사라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 지루한 실험들을 반복하며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어류들의 '어권'을 지키기 위한 법과 관련한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보아 많은 부분이 바뀌어는 중인 것 같다.)

 

프랭크스는 잠시 말없이 사랑하는 개미들만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는 이 개미들이 생각을 한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눈썹을 추어올리며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제 호기심을 자극해요. 왜냐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마치 생각하는 양 행동하거든요."
의식적으로 제 행동을 반추하는 양. 스스로 무엇을 성취하려는지 알고 있는 양.
"개미가 저에게 가르쳐 준 교훈은 매우 정교하고도 수준 높은 행동에 반드시 생각이나 언어나 마음이론이 필요한 건 아니란 사실입니다."
(중략)
"개미처럼 우리도 머릿속에 알고리즘이 있을 뿐인데, 우린 거기에 좀 그럴싸한 사유를 보태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게 다일 수도 있죠. '난 충분히 생각했다고 생각해.' "(78, 79쪽)

 

동물의 감정에 대한 연구라면, 채식주의, 동물학대 등의 예민한 주제들을 빗겨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많은 대중에게 소개 된다면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한다. 대게 이러한 책들은 학문적인 내용만을 서술하기 마련이건만, 이 책에서는 '감정이 있는 이들을 계속 드실 건가요?' 하는 뉘앙스의 글이 살짝 가미되어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이 글을 엮어낸 저자의 의견(이 책은 학문적이기보다는 약간의 감정적인 방향으로 글을 풀어가는 듯하다. 그런 만큼 적어도 읽기에 까다로운 글은 아니다.)일뿐, 이러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니 그들을 지나치게 옹호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단지, 그들의 순수한 호기심에 응원을 보낼 뿐이다.

 

세상에 진정한 진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우리가 진리인양 배우고 있는 것들조차도) 계속해서 변하고, 그 끝에는 많은 사람들의 순수한 호기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관심이나 가치관을 그냥 그런 사람도 있겠거니 하고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어떤 이의 순수한 호기심에는 아무도 사견을 달지 말았으면 좋겠다. 궁금한 사람은 자신의 연구를 하면 그만이고,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헛수고한다며 혀를 차는 정도로 관심을 끄면 그만 아닐까? 어찌 되었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엄청난 인내의 결과물들이며,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결과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일냥'님은?

과학이 품은 신비로움을 사랑하며, 책을 통한 다양하고 끊임없는 배움과 성장을 소망하는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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