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친애하는 밀란 쿤데라님께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민음사 | 2009

 

당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게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4명의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결국 쿤데라 당신이 끝내 감추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마주한 순간, 당신이 느꼈던 처절한 아픔이 제 마음에 닿았습니다. 또 사비나와 프란츠 두 사람이 간직했던 열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해한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4인 4색 이야기

저는 당신의 표현처럼 '존재적 가벼움'과 '무거움'을 지닌 각각의 인물들을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이혼한 의사인 토마시는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녀들의 삶의 무게가 두려워 '에로틱한 우정'이란 규제 아래 선을 긋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상대방의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상이 배제된 관계만이 행복을 줄 수 있다 믿으며 자유로운 연애를 통해 자신의 가벼움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13쪽) 당신의 표현처럼 토마시는 그러한 ‘짐의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생생하고 진실해질 삶과 대면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테레자는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벗어나고 싶던 삶의 무게로 대표되는 엄마. 그녀는 엄마와 닮은 자신의 얼굴을 볼 때면 참을 수가 없었고 지워버리고 싶은, 열망에 빠진 여자였습니다. 우연처럼 찾아온 토마시는 그런 그녀를 가벼운 삶으로 이끌어줄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그가 곧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며, 자신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토마시와 테레자 두 사람의 만남은 자석의 극성처럼 서로 맞을 수 없는 만남 이였습니다. “짐이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13쪽) 당신의 표현처럼 공기보다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토마시의 ‘성도착증’은 테레자 에게 감당할 수 없는 무의미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토마시에게 테레자 역시 회피하고 싶던 인생의 무거움을 떠올리게 하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테레자를 사랑하는 토마시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무게였기에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끝내 토마시는 테레자가 이끄는 공간으로 인도되며 점차 무거운 삶의 무게(즉 외면하고 살았던 아들 시몽과의 만남, 경찰의 추적과 감시)를 느끼는 순간, 오히려 자신의 삶이 한층 더 가벼워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의사에서 유리창 청소부로 또 기계수리공으로 전락했지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영혼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 조차도 무의미하다. (9쪽)

 

당신의 표현에 공감합니다. 깃털처럼 가벼움을 추구했던 토마시의 삶도 짓누르는 무거움을 감당하며 방황했던 테레자의 삶도 결국 죽음을 통해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무의미한 것'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토마시가 추구했던 ‘존재론적 가벼움’ 역시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비난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문득 파트릭 모디아노가 '무(無)로 부터 번쩍 나타났다가 빛을 발한 다음 무(無)로 돌아가버린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10쪽) 라고 기술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어떠한 삶이든 정답은 없으며 아무도 규정지을 수 없음을 알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지거나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빠질지언정 아파하지 말고 살아가자.’ 스스로 다독여 봅니다. 그렇지만 존재론적 가벼움을 표현하고자 쿤데라 당신이 만들어놓은 토마시의 ‘성도착증’이라는 장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사비나와 프란츠를 얘기해 볼까요. 저는 이들 이야기가 '사랑'이 아닌 당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조국, 체코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그전에 제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짤막한 얘기를 더해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나라에서  '프라하의 봄'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되었고, 책이 프라하 광장에서 불타버리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모든 활동이 제재되어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변화를 꿈꿨던 나라에서 받았을 고통과 아픔, 열망과 그리움을 저는 사바나와 프란츠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비나 그녀는 체코라는 나라의 묵직함(바뀌지 않는 체제)이 가벼움(혁명)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상징’ 같은 존재라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프란츠는 당신이 잡고 싶었던 변화의 열망이었습니다. 사비나가 무릎을 꿇고 가지 말라 애원하고 싶다던 장면에서, 그녀가 프란츠를 멀리 떠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당신이 변화시키지 못했던 조국 '체코'를 향한 마음을 헤아려보았습니다.

 

쿤데라 당신이 그려놓은 4인의 이야기를 ‘인생, 사랑, 조국에 대한 열망(변화) 내지 그리움’으로 읽어봤습니다. 더불어 조국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픔이 이리도 애절하고, 간절할까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한 번도 떠나지 못한 내 나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을까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습니다. 당신과 같은 열망으로, 당신과 같이 변화를 꿈꿀 수 있다면 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묵직함 혹은 가벼운 것에 대해 말입니다.

 

탁월했던 군중의 심리표현과 여성의 심리 등 글을 읽는 동안, 깊이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당신의 팬이 되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의 이야기 《농담》, 《불멸》, 《무의미의 축제》가 벌써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그때 다시 당신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글을 줄입니다.

 

한국의 독자가
밀란 쿤데라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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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속을 떠돌며 활자증독증을 꿈꾸는, 꿈많은 서른 다섯의 해피북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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