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 잊지 말아야 할 삶의 가치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 책읽는오두막 | 2013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말하는 책은 많다. 그의 저서를 비롯해 다양한 지식인들의 평가가 뒤따르는 목소리 중에서도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당대에 소로우와 가장 밀접하게 일상을 교류한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막내아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이 쓴 글이기 때문이다. 소로우의 글과 사상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간혹 그에 대한 좋지 않은 평판을 들었을 때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 책을 쓴 저자도 그런 평들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가졌었는지 소로우를 변론하는 방향으로 글이 읽힌다. 더욱이 자신의 어린 기억 속에 자리하는 소로우의 친근하고 다정했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그는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기록한 게으르고 쌀쌀맞은 소로우의 모습이 그의 실제 모습과 성격을 왜곡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글로서 기록할 만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소로우의 소박하고 성실한 생활을 지켜본 이웃들의 증언을 토대로 썼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는 자신의 일을 넓은 맥락에서 사유했고, 표면만이 아니라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69쪽)

 

소로우를 세계적으로 알린 저서로는 아마 《월든》의 영향력이 가장 컸을 것이다. 나 또한 《월든》을 비롯해 그의 다른 저서들인 《시민의 불복종》과 우리나라에서는 《소로우의 강》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콩코드 강과 메리맥강 위에서의 일주일》,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소로우의 노래》 등등 그와 관련된 저서를 여러 권 읽어봤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는 역시 《월든》을 꼽게 된다. 하지만 소로우가 월든 호수에 들어가 자급자족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보려는 목적이 비웃음거리가 되어 그의 본가와 오두막이 불과 2km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그가 자주 집에 들르거나 친구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된 일로 그 의미와 가치가 폄하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조롱이 안타까웠던 저자는 직접 그의 생활을 다시 떠올리고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인간적인 유대 관계로서의 소로를 되찾는다. 그는 친구를 찾아온 것이지, 음식을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집을 떠나 출가한 수도자가 아니었던 소로는 결국 2년의 오두막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 가족을 돌보며 마지막까지 아들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곡조든, 얼마나 멀리서 들려오든, 누구라도 그 자신이 듣는 음악에 발걸음을 맞추게 해줄 일이다. (158쪽)

 

소로우를 알렸던 책에서는 그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그와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의 왜곡된 시선과 깎아내리는 목소리를 통해 흠 잡혔던 부분들이 이번 책을 통해 드러난다. 그의 사상이나 생각을 듣고 싶어 했던 독자라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과 실생활이 어땠었는지를 알려주는 목소리가 소로우라는 사람의 실생활을 알아볼 기회를 준다. 지금 읽어봐도 진보적인 그의 생각이 당시에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말하고 묵묵히 행동으로 실천한 점에서 그는 여전히 존경받을만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그들의 허점을 발견하게 되고, 성실하고 소박한 사람들에게 진실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었던 소로우의 용기가 그의 성정을 나타내준다.

 

소로는 최상의 제도들이나 가정, 학교, 공공기관은 세상 사람들이 알찬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어떤 직업이나 사업에 내맡기고, 그리하여 사회적 지위를 얻거나 거기에 근거해 활동하려 하지 않았다. 그랬으면 그도 사람들이 다 같이 생활이라 부르는 표피적인 삶을 얻었을 것이다. 도시와 주, 국가가 더 잘 통치되도록 만들어 다음 세대들이 이상적 삶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대신, 소로는 바로 그 이상적 삶을 자신이 즉시 살아가려 계획했다. (72쪽)

 

수년을 살아왔을 뿐인 나는 순간을 살아가고 배워서 알 뿐인 나는 진리를 깨닫는다. (160쪽)

 

한때 법정 스님이 사랑한 책에서도 소로우의 《월든》을 인생의 책으로 꼽으며 소개한 부분이 있는데, 어찌 보면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법정 스님의 인상과 소로우의 인상이 비슷하게 겹친다. 무엇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홀로 자급자족하며 간소한 삶을 추구했던 자세와 자신의 말이 앞서기보다는 행동으로서 보여준 태도까지 비슷하게 닮은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두 인물을 통해 어렴풋하지만 강직한 성품을 가진 본받을만한 인간상이 떠오른다. 성정이 곧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기에 다른 누군가의 감언이설이나 가벼운 말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성실히 해나가는 인간이라면 결국 오해를 낳을 수는 있지만 그의 본심에 다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해 마지않을 것이다. 애써 자신을 변명하려 들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그저 알고 있는 대로, 느끼고 배운 대로 삶을 채운 사람들의 소박한 진실이 크고 깊게 자리 잡는다.

 

혼자서 멀리 숲 속으로 산책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그는 자신의 일기에 다음처럼 쓰고 있다. "나는 식사하려고 거기에 가는 것이 아니다. 식사는 내 몸을 유지해줄 뿐이다. 식사의 힘으로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그 자양분을 얻기 위해 나는 거기에 간다. 그것이 없으면 식사는 헛된 반복일 뿐이다. 우리는 낮은 키 떡갈나무의 암호를 먹고 산다." (74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만약 내가 나의 오전과 오후를 모두 사회에 팔아야만 한다면, 내게 살아갈 만한 가치를 느끼게 할 어떤 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확신한다. 나는 그렇게 한 사발 죽을 위해 생득권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든 아주 근면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생계를 벌기 위해 자기 삶의 더 큰 부분을 소비하는 사람만큼 치명적인 실패자는 없다. 위대한 과업은 자기를 부양하는 일이다. 예컨대 시인은, 증기기관 대패가 깎아낸 대팻밥으로 보일러를 끓이듯이 시로써 자신을 부양해야 한다. 당신은 사랑으로 생계를 벌어야 한다. (소로의 글, 「원칙 없는 삶」의 한 대목, 74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 YOONY'님은?

책을 읽은 만큼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꾸준히 읽어나가는 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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