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책 좀 읽는 독서가의 고백

 

 

 

다치바나 다카시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청어람미디어 | 2001

 

이 책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독서광의 일상을 그려 보인다. '한해 수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책으로 가득한 '고양이 빌딩'의 건물주이자 다채로운 주제로 수많은 책을 펴내는 저술가이기도 했다. 서평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중, 고교 시절에 세계문학과 일본 문학을 독파할 정도로 조숙했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에 얼마간 근무한 것을 빼고 그는 프리랜서 독서가이자 서평가로 일생을 보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어떻게 책을 읽어왔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에 실린 '퇴사의 변'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 경우, 하고 싶은 일이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보는 것뿐이다. "그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좀 더 참아 봐. 다른 편집부로 옮기면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거야"라고 충고해 주는 사람도 몇 있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서재의 서가 앞에 앉으면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이 엄습해 왔다. (183쪽)

 

하여,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독서가이자 서평가 혹은 저술가의 길을 갈 것을 다짐한다. 밀린 책을 읽기 위해 본업을 포기한 사람이 바로 다치바나 다카시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그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나 그걸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다. 작가의 열정을 따라 할 수 있을지언정 그가 걸어온 삶을 흉내 내기란 쉽지 않다. 일본은 잡지가 단행본 출판보다 더 발달된 나라다. 그가 이 책을 썼던 1980, 90년대는 일본 잡지의 전성기였기에 잡지사에 실릴 양질의 원고는 공급부족 상태였다. 그는 잡지사의 수요에 발맞춰 훌륭한 원고들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한편의 원고를 쓰기 전에는 100편 이상의 참고 자료를 읽는, 원칙을 정해놓고 작업하곤 했다. 많은 자료에 대한 독서가 좋은 원고를 만든다는 변치 않는 법칙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세계적인 독서가로서 그가 제시한 '14가지 독서법'도 흥미롭다. 그는 이것이 취미를 위한 독서법이 아니라 일반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법이라 주장하는데, 주된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입수하려면 그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 몇 권의 입문서를 찾아 읽어야 한다. 책 선택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수업료로 생각하며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니 읽다가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고 말한다. 정독만 고집해서는 일생 만날 수 있는 책이 한정돼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 특징은 속독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빠르게 읽고 정독할 책과 통독할 책을 선별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어야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다치바나 다카시는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나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건 사람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은 결국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나왔건 나오지 않았건, 일생 동안 책이라는 대학을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286쪽)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평생 모은 책으로 거대한 '지의 왕국'을 세웠다. 그가 기획하고 친구에게 설계를 맡긴 '고양이 빌딩' 안에는 수만 권의 장서가 보관돼 있다. 비좁은 공간을 훌륭한 개인 도서관이자 집필실로 꾸몄다. 누구든 뜻만 있다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이러한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독만이 진정한 독서라고 고집해온 내게, 다카시의 속독과 통독법에 대한 유연한 사고가 인상적이다. 정독만으로는 1년에 50권 읽기도 벅찬 게 현실이다. 만약 다카시 같은 방법을 쓴다면 1년에 그 10배를 읽는 일도 가능할 것이고  보배 같은 책을 만날 확률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100배에 달하는 자료를 읽는다는 다카시의 집필 방식. 게으른 서평가들에게 모범이 될 만 하지 않은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 개츠비현 '님은?

읽고 일하고 쓴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필자이자 네이버 책부문 파워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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