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 한 과학자의 삶과 고뇌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 《부분과 전체》 | 지식산업사 | 2005

 

"위치와 운동량의 곱은 플랑크의 작용양자보다는 더 작아질 수 없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한 줄로 요약한 말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 원리를 발견한 학자 정도로 알려졌지만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천재 물리학자로서 나치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이른바 '우라늄클럽'의 핵심 회원이기도 했다. 이 책은 하이젠베르크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러 여정을 기록한다. 나치 치하에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자체 변론서이기도 하다.


동료들의 수많은 권유에도 그는 미국으로 망명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나치의 핵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은 과학자로서의 떳떳한 신념에서 나온 행동이었다고 본다. 또한 자신을 향한 의문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인간적인 고뇌의 결과일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끝내 독일을 떠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이 공포의 시대가 끝나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땅에 머물러 먼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 준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강요되는 타협 때문에 뒤에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며 때에 따라서는 법의 제재를 받는 일도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이 일은 꼭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과학자로서 끝내 신념을 버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미국으로 망명. 핵무기 개발에 앞장섰던 아인슈타인과 일련의 과학자들이 가진 '시대적 사명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하이젠베르크는 종전 후에도 독일의 핵 재무장에 대해 반대하며 이른바 '괴팅엔 선언'의 주역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현실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치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자신의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으며 핵무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막대한 개발 비용 때문에 개발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조금은 현실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하이젠베르크라는 인물은 물론 '원자물리학'이라는 분야가 무척 생소했다. 여러 개념과 난해한 명제들로 이뤄져 이해가 쉽지 않았으며 도중에 책을 덮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너무나 힘겨워 머리를 식힐 겸 다른 소설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책은 멕시코 출신 작가인 호르헤 볼피의 소설 《클링조르를 찾아서》였다. 바로 거기에 문제의 답이 있었다.

 

이 소설이 바로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한 나치 독일의 핵 개발 비밀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나치 독일과 미국이 핵 개발을 위해 극한의 경쟁을 하던 시기, 하이젠베르크의 행적을 생생히 묘사했고 당시 상황은 책 속 저자의 진술과도 많은 부분 일치했다. 그 소설을 읽고 비로소 하이젠베르크라는 인물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핵개발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며 세계대전이 종말을 고하는 것을 보며 말한다. 목적은 수단을 신성화한다라는 이 원칙이 항상 반복해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는 역사의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고. 

 

그는 핵무기가 가져올 인간에 대한 큰 재앙을 우려하면서도 '사람은 항상 커다란 드라마 속의 관객이면서도 공연자'라는 닐스 보어의 말을 인용.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며 끊임없이 전진할 인류에 대한 과학자다운 확신만은 잃지 않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낙화유'님은?

책을 읽으며 마음을 살찌우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 스스로 마음 속의 부끄러움이 다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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