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린 모두 미생이야

 

 

 

 

 

사진 출처: 다음 웹툰 '미생' 예고편

 

 

그래, 우린 모두 미생이야

 

매주 금, 토요일 저녁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귀가 후에는 열일 재치고 TV 앞에 자리합니다. 드라마 ‘미생’의 시그널 음악이 울리면 그때부터 온전히 극에 몰입하는 겁니다. ‘뽀로로’를 시청하는 아이처럼 화면에서 시선을 떼기 어렵습니다.

미생은 이제 6화 방송을 마쳤습니다. 케이블 방송임에도 평균 시청률은 3%를 웃돌고 있죠. 드라마의 인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원작을 찾는 이도 크게 늘었습니다. 누적판매량 100만 부 돌파는 물론 반디앤루니스 종합 순위 2위는 《미생》전 9권 완간세트가 꿰찼습니다. 1위인《비밀의 정원》을 바짝 뒤쫓는 모습입니다.

미생은 바둑만 보고 달려온 주인공 장그래가 프로 입단에 실패.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겪는 다양한 직장 내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실 직장인에게 있어 지금의 미생은 어린아이에게 있어 뽀로로 그 이상일지 모릅니다. 배경이 직장이기에 수천만 대한민국 ‘직딩’은 극 중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곤 하죠. 한바탕 크게 웃었다, 눈물을 찔끔 훔쳤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극 중 일화를 통해 내 고민을 해소하기도 하고, 대처 방법을 학습하기도,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조직을 이루는 각 부서에는 각양각색의 인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생 속 다양한 유형의 인물을 탐구하다보면 과거의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현재 내가 속한 직장의 상황을 반추하기도 하고요. 신입사원인 장그래를 통해 모든 게 서툴렀던 첫 직장에서의 내 모습을, 영업3팀의 충실한 김대리을 통해 조직에서 ‘대리’라는 직급의 중요성을, 인간미 폴폴 풍기는 오과장을 통해서는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생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며, 가장으로서 지닌 막중한 무게감을 짐작하게 합니다.

텅 빈 바둑판은 오염하게 빛나고 그 위로 폭풍전야의 정적이 흐른다. 외나무다리에 선 승부사들은 묻곤 했다. 그곳 망망대해의 어디에 나의 삶이 존재하는가. 이제 나는 칼을 품고 대해로 나가려 한다. 나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두 적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판을 응시한다. (윤태호, 《미생1》, 위즈덤하우스, 2012)

미생은 알려진 대로 바둑 용어입니다. ‘집이 아직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말로, 이야기상 ‘완전히 살아남지 못한 자’를 의미합니다.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바둑을 하나의 세상에 비유했습니다. 하여 직장이라는 바둑판에서 나와 부서, 혹은 나와 누군가 한 수 한 수 돌을 두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어찌 보면 각자의 삶도 바둑에 빗댈 수 있겠습니다. 바둑 용어 미생이 ‘아직 완전하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다면, 아직 결말을 모른 채 힘껏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미생이 아닐까요. ‘완생’을 꿈꾸기에, 그럴만한 가능성과 여지를 남기기에 말이죠.

회사의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기 매우 어려우나
자아가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자아의 실현이 된다.
(윤태호, 《미생9》, 위즈덤하우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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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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