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이 뭐기에

 

 

사진 출처: www.florentijnhofman.nl

 

 

'러버덕'이 뭐기에

 

한국에 상륙한 초대형 오리 때문에 한 주가 시끄러웠습니다. 잠실 석촌호수 위에 뚝 떨어진 귀여운 오리 조형물 말입니다. 지난 14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연일 노란 오리의 근황이 인터넷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설상가상 몸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해 더욱 화제를 불러 모았죠.

세계에서 가장 큰 오리, ‘러버덕(Rubber Duck)’은 엄연히 예술 작품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높이 16.5m, 무게 1t에 달하는 이 초대형 조형 작품은 네덜란드 출신의 설치 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에 의해 제작되었죠. 작가는 200개가 넘는 PVC(폴리염화비닐) 조각을 이어 붙여 오리의 몸체를 만든 뒤, 내부에 선풍기를 설치하여 몸통이 부풀도록 고안했습니다. 이렇게 제작한 러버덕은 2007년부터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전시. 서울을 끝으로 아시아 투어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고요하던 호수에 오리가 내려앉으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벌써 일주일 사이 70만 명의 인파가 다녀갔다니요. 때마침 한국에 들른 작가는 “러버덕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작품을 통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러버덕은 일말의 여지없이 공공미술의 일환입니다. 이른바 ‘모두를 위한 예술품’이죠. 작가의 말대로 ‘일상 탈출’과 ‘휴식’은 공공미술이 갖춰야 할 가장 주요한 덕목이 아닐는지요. 물론 그의 의도대로 다수의 사람은 오리 덕분에 조금 더 웃었습니다. 대화의 소재가 늘고, 무미건조한 인터넷 기사에는 활력이 넘쳤죠.

이른바 새로운 공공미술(New Public Art, NPA)이라는 예술적 실천의 목표는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한다거나 예술작품을 건물 또는 장소에 부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사고를 도시개발의 과정 안으로 직접적으로 편입시키고 이용자들 또는 주민들 사이에 소통의 과정들을 창출하는 것이었다.(우베 레비츠키, 《모두를 위한 예술?》, 두성북스, 2013)

이번 전시는 11월 14일까지 계속됩니다. 아직 오리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셈이죠. 애초부터 잡음이 많은 곳에 전시되다 보니, 상업적이다 아니다 논란이 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데 상업적이지 않은 것은 또 어디 있을까요. 이왕지사 홍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시대에 맞추어 이처럼 미술품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썩 나빠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논란을 떠나, 어느 정도 취지를 분별할 수 있을 만큼 대중은 기민해졌고요.

공공미술의 진정한 의미는 형식과 내용을 아우르고 세상의 필요에 따라 변화하는 데 있다. (…)공공미술은 움직이면서 세상을 탐험하고 포용하는 아름다움이다.(박삼철, 《왜 공공미술인가》, 학고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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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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