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루》 - 마음을 읽다

 

 

하재욱 | 《안녕 하루》 | 헤르츠나인 | 2014

 

지하철에 앉아있는 시커먼 아저씨. 그의 일상, 빡빡한 하루를 들여다보는 것이 뭐가 흥미롭고 재미있겠느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 찌들어 지독하리만큼 쓰디쓴 술에 하루를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한편으론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 야밤에 식구들 모두 자는데 혼자서 눈물을 질질 흘리다 피식 웃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림과 글입니다. 


이 책은 지각할까 봐 방금 떠난 전철을 원망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월급봉투 앞에서 무릎을 꿇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저씨이자 아이 셋을 둔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아저씨는 감정이 참 메말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표현도 잘 안 하고 야근을 핑계로 거나하게 취해 술 냄새 풍기며 귀가하는 모습 등 이상하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머릿속을 꽉 채웠지요.

 

한데  책을 보니 마음이 짠한걸 넘어섭니다. 아저씨도 아빠임을,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가끔 눈을 떴을 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베고 잠든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난다는 사람. 가장으로서의 삶은 물론 표현은 서툴지만 뜨끈한 아버지의 사랑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꼭 남편의 일기를 몰래 보는 느낌입니다.

 

남자도 여자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듯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보는 동안 남편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 옆 지기도 우리 아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겠구나. 나는 아이들과 집에서 지지고 볶고 힘들게 산다고, 육아 스트레스라며 투덜대곤 했지만 이 사람은 투정조차 못 했겠구나. 이런 마음 들여다봐 주질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무뚝뚝한 남편이 못마땅해질 때, 아이들 일로 머리가 폭발하려 할 때,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12시 딱 맞춰 들어오려는 남편을 기다릴 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질 때. 이 책을 살포시 꺼내 들면 절로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온전히 하루를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이자 아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이의 시선으로는 ‘우리 아빠는 잠든 나를 보며, 학교 가는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아내의 경우, ‘내 남편은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구나.’ 새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예전처럼 살갑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남편은 서운함이 저보다 더할 텐데 아내인 저마저 그러니  허전함이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왠지 또 마음이 짠해집니다.

 

주인공이 회사에서 잠시 짬을 내 담배를 태우는 그림에서, 옆 지기가 떠오릅니다. 힘들게 땅만 보고 연기를 뿜을지, 하늘 한번 보고 기지개라도 켤지. 오늘따라 남편 어깨의 짐이 참 무거워 보입니다. 저거 내가 들어줘야 하는데. 내 짐만 보고 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 문득 오늘이 떠오른다면 참 질투 나는 하루일 거야." 질투 나는 하루! 저도 그런 하루 좀 살아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마음이 뜨끈뜨끈해지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꿀꿀페파'님은?

책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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