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그래! 나, 이케아다

 

 

전영수 | 《이케아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중앙북스 | 2013

 

제목만 보자면 내용을 오해할 수 있겠다. 이케아라는 초대형 업체 이름이 들어가니 혹자는 가구산업과 관련한 책이라 여길 수 있다. 만약 작은 부제를 발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라는 엄숙한 글귀 말이다.

 

먼저 이케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연초부터 이케아 상륙 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들끓었다. 올 12월에는 드디어 경기 광명에 그 첫 매장이 들어선다. 내 또래 동성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자면 이케아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대체 개장이 언제냐는 등 관심이 대단하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이 책의 제목 중 그 단어가 제일 눈에 띄었다. 그런데 '세대'라니? '이케아 세대라는 것이 있었던가? '저자는 한국의 경제학자로, 그 옛날 N세대, X세대처럼 새로운 세대를 작명해냈다. 정의는 이렇다.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유학을 경험해 해외 문화에 익숙하고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으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세련됐지만 내구성 약한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로 절충해 2년마다 거처를 옮기며 살아가는 30대를 뜻한다. 고학력에 최상위 멋을 알지만 낮은 몸값으로 이른바 '머리로는 샤넬을 현실은 다이소를 소비하는 세대'다. 현재 자본주의 양극화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고(...) 치솟는 물가에 고용은 불안해 결혼, 양육, 내집마련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히 감당하기가 버겁다.

 

아뿔싸! 제법 들어맞는다. 경제학자가 아니기에 지표를 들이댈 순 없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또래의 이들이 공감할 만한 '팩트'임은 분명하다. 단지 책 날개에 적힌 간략한 정보에 불과하건만 흥미는 잠시. 뒤이어 알게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작가는 이케아 세대가 '역습'을 펼치고 있다고 말한 까닭을 '저출산' 문제를 들어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이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 방이다.

 

청년 복수가 매섭고 놀라운 것은 그것이 선전포고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발악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이들은 입조차 닫아버렸다.

 

부제에서 밝혔듯, '3포 세대'라는 말이 곧 현실이다. 출산과 양육과 내집마련까지. 우리 세대는 육상선수가 경주하듯 인생의 커다란 허들을 힘겹게 뛰어넘고 있다. 기성세대는 말할 것이다. 나약한 척 하지 말라고. 충분히 안다. 누군들 이전 세대가 이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겠느냐 만은 지금은 상황이 그때보다 더 복잡하고, 급변하지 않았나. 그 어떤 것도 확신하고 예측하는 게 불가능한 시대이다. 모든 것은 복합되고 융합되며 섞여 들어가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낸다.

 

78년 전후에 태어난 이들은 대학 졸업 후 신입 딱지를 떼고 이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았다. 조직에서는 적잖은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제 이들이 한국의 사회,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의 세대이건만 허약한 내실과 먼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내구성이 약하다고 강조한다. 그 회사 가구처럼.

 

일례로 장롱만 해도 보통 북유럽산이라면 '부르는 게 값'인 반면 이케아는 10만 원 전후의 가격으로 조립 제품을 살 수 있다. 우리의 관심사인 35세(전후) 대다수도 돈과 인연이 없다. 슬프게도 몸값이 저렴하다. (25쪽) 

 

첫 장부터 빈틈없이 조목조목 현 세대를 분석함이 엿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세대의 문제는 비단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단 말을 덧붙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세대를 둘러싼 냉엄한 현실과 우리고 모르고 있던 세대 변화를 놓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제도적인 제안도 녹여냈다. 

 

만약 어느 정도 공감하지 않았다면, 당장에 책을 던져버렸을 거다. 이내 프롤로그부터 읽어 내려간 까닭은 너무도 쉽게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넘기기가 쉽진 않았다. 몇 번이고 읽고 끊기를 반복해야 했다. 줄곧 뭇매를 맞는 느낌이 들어서다. 알고는 있지만 불편한 얘기라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나조차 모를 '정체성'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어 읽기를 계속했다. 내가 느끼는 이 버거움이, '나만 그런 건 아니지?' '정상인 거지?' 되물으며 책을 통해 자기 위안하고 싶었던 거다.

 

누가 더 불행한지 줄 세울 필요는 없다. 모두 다 힘들고 어렵다. 저성장, 고령화는 모든 연령대에서 기쁨과 희망을 앗아가는 현상이다. 빈부격차로 통칭되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재산과 권력, 명예의 힘은 더 공고해진다. 이 기득권 세력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지 못한 이들이라면 단언컨대 당면한 호구지책조차 해결하기 힘들 만큼 삶은 움츠러들고 힘들어졌다. (35쪽)

 

책에서 언급했듯, '졸업 → 취업  → 결혼  → 출산'의 행복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더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안다. 이케아 세대가 윗세대와 이어달리기를 거부한 최초의 세대라 말하고, 시스템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최초의 시대라 명명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 탓이다.

 

한 세대에 대해 깊숙이 탐구하고 관심 가진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한 마디 더해 보자면, 이케아 세대의 특성을 한 가지 빼놓았더라. 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flexible'함이 아닐까 감히 생각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빠른 변화를 직격으로 맞은 터. 그 어떤 세대보다 유연함을 지녔으며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힘이 있다. 이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러한 힘이 결국 그들만의 자구책을 마련하게 하며 그들의 삶을 탄탄히 지탱해 줄 것이라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자각하고 위안한다.

 

훨씬 거대하고 강력한 복수는 《탈무드》에 나오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 잘사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의 요구와 생물학적 본능, 국가의 경제성장에 맞춘 제도적 라이프스타일 대신 철저히 자신들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춘 생존법을 찾아냈다.

 

 

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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