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사진 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바라건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노벨상 선정 소식이 들리곤 합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습니다. 화학, 물리, 평화, 의학, 경제, 문학까지 각 분야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분야별 수상자가 알려질 때마다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가의 위상이 드높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마치 로켓 발사를 준비하듯 거대한 ‘카운트다운’ 장치가 작동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말이죠.

8일 기준,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고 이제 남은 4개 분야의 수상자 발표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대하는 문학상 수상자는 9일(현지 시간) 발표합니다.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분께 수여하라.” 알프레드 노벨은 유언을 통해 문학상의 의의를 짚어주었습니다. ‘기여’라 하면 비단 위대한 한 작품을 뜻하기보다 한 명의 작가가 쓴 작품 전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실 역대 문학상 수상자 목록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철학자 베르그송, 독일 태생의 역사가 몸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20세기 이 전만 해도 ‘literature’ 가 더 광범위하게 해석된 탓입니다. 이때까지는 쓰는 행위 전체를 포함했기에 아름다운 문체와 사상이 담긴 글로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학가’에 한정하여 수상하는 것은 20세기 중반부터이고요.

문학상을 발표할 때쯤이면 늘 거론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른 고은 시인입니다. 고은 시인이 등단한 지 50여 년, 첫 시집인《피안감성》이후,《시여 날아가라》《네 눈동자 》등 지금껏 펴낸 시집만 150여 권에 달하지요. 현재 고은 시인의 작품은 그리스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2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고은,《순간의 꽃》中, 문학동네, 2014)

때마침 문학상이 발표되는 9일은 한글날입니다. 1446년 훈민정음 반포 이후, 올해 한글날은 568돌을 맞이하였습니다. 한글 덕분에, 이처럼 빛나는 ‘시’ 또한 우리에게 날아들 수 있었던 것이겠죠. 9일,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상보다 시인과 시에 더 깊은 관심을 쏟아보면 어떨까요. ‘한글날’이라는 값진 날, 시 한 편을 읊는 것만으로도 나름 문학의, 또는 한글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을 테니까요. 노벨의 유언처럼 문학의 ‘이상적인 방향’이란 것 말인데요. 거창하게 말고, 개인에게 있어 아주 소소하게 적용해 보렵니다. 피폐한 현대인의 삶에 위대한 시가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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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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