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s Of Innocence》 - 청년과 중년의 기로에서

 

 

U2 | Songs Of Innocence》 | Island | 2014

 

유투(U2)의 신보를 거저 들었다. 물론 그것은 밴드와 애플사 사이 엄청난 ‘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지금껏 내가 아는 가장 파격적인 앨범 발매 이벤트는 “내고 싶은 만큼 내고 가져가라” 했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것이었는데, U2의 이번 앨범 발매는 나에게 두 번째로 파격적인 행사였다. 그러나 밴드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팬들과 주고받는 감성의 ‘딜’일 것이다. 무료로 다운로드 한 이 음반이 그래서 어땠단 말인가. 중요한 건 늘 음악이다.

 

U2의 신보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중년을 닮았다. 중년의 과거는 개인적이다. 이번 음반은 첫사랑과 부모의 죽음,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라몬즈(The Ramones)와 클래시(The Clash)를 사랑했던 젊은 시절을 비롯 멤버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분에 언제부턴가 밴드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인류 평화’는 잠시 뒷전이 된 셈인데, 그 가치를 중시하는 매체들은 호평과 혹평 사이 어딘가에 이 앨범을 두고 팔짱을 끼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역시 음악이다. 커트 코베인(Kurt Donald Cobain)의 말처럼 “가사보단 음악이 먼저”여야 하는 것이다.

 

첫 느낌을 말해볼까. 이 음반은 U2의 지난 음반들을 차례차례 관통하고 있다. 한 음반에서 ‘With Or Without You’와 ‘Walk On’, ‘Vertigo’와 ‘New Year’s Day’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파격은 없다. 과거를 바라보는 중년처럼 신보는 구보들을 아름답게 되부른다. 나는 U2의 이 판단을 전적으로 지지하기에 그것을 안주가 아닌 안정이라 부르고 싶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쉽게 가려는 안주가 아니다. 도리어 안정을 되찾은 음악이 진실에 더 가까울 거라 믿는다. 비트가 강조되어 조금은 들뜬 느낌이지만 엣지와 보노(Bono)의 기타 톤, 목소리는 여전하다. 맑거나 탁하며 또한 로맨틱하다. U2의 음악을 들으며 더 무엇을 바랐던가. 어떤 면에선 매닉 스트릿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와 콜드플레이(Coldplay)가 만난 것 같은 U2의 신보.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때론 역으로 써야 할 때가 있음을 이 앨범을 듣고 알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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