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연휴에 TV를 보는 동안

 

당신이 연휴에 TV를 보는 동안

 

우리는 책을 베개 삼을 수도 있다. 우리는 전자책 단말기를 쟁반으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책과 스크린은 여전히 그 무엇인가를 읽고, 정신적 우주를 건설하게 하는 위대한 진입로이다. 종이의 부드러운 입자성이냐 아니면 스크린의 저항력 있는 매끄러움이냐, 책장을 넘기느냐 아니면 리더기를 터치하느냐의 동적 활동들, 기대어 앉느냐 똑바로 앉느냐의 자세 차이, 머리를 아래로 기울이느냐 앞쪽으로 기울이느냐, 양손으로 움켜쥐느냐 손을 얹혀놓느냐, 종이를 접어놓은 모양이냐 배회하거나 확대?축소하거나 클릭할 수 있는 전자 스크린의 표면이냐 등등, 이 모든 특징들(과 더 많은 특징들)은 독서와 다양한 관계를 맺게 한다. (앤드루 파이퍼, 《그곳에 책이 있었다》, 책읽는수요일, 2014)

 

《그곳에 책이 있었다》에서 앤드루 파이퍼가 말하는 것처럼, 독서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계절을 붙여 말해도 마찬가지겠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저는 창 바깥 풍경을 보면, 책 생각이 금세 사라집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책은 무슨 책이냐며, 애꿎은 책만 내팽개쳐 놓게 됩니다. 가을은 참 책 읽기 힘든 계절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가을이라 읽지 않은 책이 풍족하게 쌓이고 있고요.

 

책들도 가을을 맞으러 거리로 나왔습니다.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어느새 10년입니다. ‘와우북페스티벌’은 책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걸 흥겹게 보여주었습니다. 거리를 거닐다가 일을 크게 벌여 보는 건 어떨지요. “책 읽기는 혁명”이라고 말했던 젊은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를 ‘와우북페스티벌’에서 만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지도요. 홍대 주차장 거리를 가득 메운 책 더미 속에서 한없이 헤매시기 바랍니다.

 

장소를 옮겨 볼까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파주북소리' 또한 알차게 준비돼 있습니다. *‘아직도 책을 즐기고 있다고? 오늘은 일요일이 아니잖아. 알면서 왜 그래.’ 아니까 이럽니다. 그러니까 아는 사람끼리만 일요일 오후에 책 읽기의 즐거움을 공유해 보세요. 10월 5일 일요일 ‘파주북소리’에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독(讀)한 습관' 얘기를 들으면서요.

 

‘와우북페스티벌’, ‘파주북소리’ 이외에도 시월에는 책 행사가 많습니다. 다 똑같은 말만 하고 있는 대중매체가 지겹다면, 매체 또한 책 안 읽는 당신을 지겨워할지 모르죠. 거리로 나가 책을 만나 보세요. 정성스러운 책이라면, 대중매체가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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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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