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쓰레기가 판친다

 

 

카트린 드 실기 |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따비 | 2014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보면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인간이 모여 살게 되면 필수적으로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가 잇따랐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 인간이란 어쩔 수 없게 지저분한 동물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같고, 쓰레기가 인간의 소비 성향을 비추는 그림자 역할을 한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쓰레기에게 이름을 부여하면서까지 우리가 이미 버린 것,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 지저분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고심-대개 유럽(프랑스)과 미국 등지에 한정되어 있지만-을 전개해 갑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전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한 법이 없었을 무렵,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그것이 온갖 질병과 악취의 온상을 만들어냈다는 부분에서 저는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향수》의 배경이 프랑스 혁명 전후인데다 주인공이 타인을 뛰어넘는 가공할 만한 후각의 소유자라는 것이 부각되어 프랑스의 '악취'가 소설 전반에 매우 두드러집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프랑스의 과거사를 보면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버티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비위생적인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텐데, 쓰레기를 질병의 온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도 파스퇴르의 발견 이후라고 합니다. 의외로 당시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쓰레기로 가득 찬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인간들의 모습이 놀랍습니다.

 

과거 유럽인들이 쓰레기를 지금의 님비처럼 마냥 적대적으로 여긴 것은 아닙니다. 음식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유럽 도시에서 돼지를 풀어 넣고 길렀다고 하는데, 지금에야 도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은 없지만, 책에 따르면 인간들에게 종종 멸시나 천한 비유 대상이 되는 돼지의 탐식이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는 인간들에게 꽤나 고마운 동물이란 사실이 언급됩니다. 과거 유럽에서 음식쓰레기를 짐승의 사료로, 농작물의 거름으로 썼다는 이야기를 보면 동양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돼지를 키우면서 그들에게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은 옛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많이 있었음직한 일이니까요.

 

당시 유럽에는 넝마주이가 한 사회의 문화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넝마주이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였으며, 넝마주이가 등장한 이유도 그 사회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는 분명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존재를 필요로 하고, 동시에 쓰레기에서 자원을 얻는 일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도시는 청결을 유지하고 넝마주이들은 쓰레기를 팔아 다시 물건을 만들며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유럽의 넝마주이들은 흔적을 감추었지만, 현재의 개발도상국에서는 넝마주이가 여전히 하나의 직업군으로 존재합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 현대의 쓰레기 처리 문제가 부각됩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썩지 않는 물건들이 많이 버려지면서 더 이상 일상의 쓰레기는 짐승의 먹이나 농작물의 거름으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현대인의 문화는 도저히 썩기 어려운 물질들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요. 어쩌면 현대는 쓰레기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쓰레기 과잉을 부추기는 것은 다름 아닌 현대의 소비문화입니다. 쉽게 싼값으로 필요한 것을 사고, 망가지면 다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대체재를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이들 중에선 이런 소비지향적인 태도를 버리고, 사회적으로도 재활용을 선호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환경보호 정책과 더불어 사회나 단체의 노력을 비추고 있는데 가장 특이하게 고찰한 사례는 바로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이 영감의 소재로 사람들이 쓰다 버린 것, 낡은 것을 취했었다는 이야기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요, 쓰레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예술가들만이 가능한 건 아니지요. 쓰레기를 '놀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쓰레기 과잉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사금'님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책을 떼어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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