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책 두 권

 

 

 

 

어떤 노래를 듣는 와중 바로 다음에 듣고 싶은 노래를 떠올릴 때가 있다. 두 노래는 어딘가 닮았다거나 번뜩 떠오르는 서사가 있기 마련이다. 강상중이 쓴 소설 《마음》을 읽던 중에 나쓰메 소세키의 어떤 이야기든 이어 읽고 싶었다. 마침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 2차분 목록이 나왔다. 갱부, 《산시로》, 《그 후》, 《우미인초》. 이렇게 네 권이다. 네 권은 불안과 불만으로 묶인 한 권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 네 권 중에 가장 어두운 《갱부》를 강상중의 《마음》에 이어 본다.

 

영원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면, 저는, 역시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사랑해야 하는 고인들에게 어울린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청춘과 죽음의 배반성을 견디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떨까요. - 강상중

(강상중 / 노수경 옮김, 《마음》, 사계절, 2014)

 

주인공인 학생 나오히로는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 그는 지독한 괴로움을 견디며 선생 강상중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위 구절은 강상중이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다.

 

《갱부》의 앞표지에는 일본어로 '걸으면 걸을수록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흐릿한 세계'라고 쓰여 있다. 《갱부》에는 견디다 못해 죽으려고 집을 뛰쳐나온 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계속해서 걷는데, 그저 어둠만이 목적지다.

 

“임자, 일할 생각 없나? 어차피 일은 해야 할 거 아닌가?”
도테라가 다시 물었다.

다시 물었을 때는 나도 그럭저럭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해도 됩니다만.”
이게 내 대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임시방편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런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올 만큼 내 머리가 가까스로 정리되었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과거를 한번 쭉 돌이켜보는 과정을 거쳤다는 걸 의미한다.

(...)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어두운 곳으로 갈 생각이지만, 사실은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고 뭔가 붙잡는 것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얼씨구나, 하고 보통의 사바세계에 머물 생각인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도테라가 붙잡아주어 아무렇지 않게 다리가 뒤쪽으로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자신의 큰 목적에 송구스러운 배반을 좀 해본 셈이다.

(나쓰메 소세키 / 송태욱 옮김, 《갱부》, 2014, 현암사)

 

강상중의 《마음》과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에 나오는 '실패 중인 인생'을 잠깐 바라봤다. 두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읽지 않은 이야기여도 언제나 읽어본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과 《갱부》를 읽는 중에도 나는 두 작가의 일관된 치열함이 좋았다. 또한 두 소설에서 나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말, '배반'이라는 단어에 여지없이 묶여 버렸다.
'배반'이라고 알고 있던 뜻 옆에 '뜻 2'가 새겨졌다. 놓치기 아까운 것을 견디는 데 '배반'이라는 단어가 쓰일 수도 있으며, 억지스러운 마음가짐과의 배반이 어쩌면 송구스러울 수 있다는 것. 고쳐먹을 마음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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