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식물사회를 위하여

아름다운 식물사회를 위하여 

 

 사진 출처: 이소영 '식물, 세밀화' 영상 중 

 

 

지난 8월, 통인동의 멋진 공간, ‘시청각’에서 열린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의 전시를 보았습니다. 그곳 앞뜰에 앉아 이소영 화가가 전하는 식물의 마음을 듣기도 했고요. 키우기에 수월하고, 물을 많이 안 줘도 돼서 사람들이 선인장을 많이 키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식물은 인간한테 뭔가를 많이 해주려고 하는데, 인간은 식물한테 최대한 안 해주려 그래요.” 식물에 집중한 시간 동안 유독 낭랑한 소리로 기억된 이소영 화가의 한마디였습니다. 어쩌다가 키우던 식물이 말라죽어도 저는 무지하고 소홀했기에 문득 식물은 다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소영의 식물 세밀화를 본 이후 인터넷 창에 ‘식물’을 검색해 보는 일이 늘었습니다. 근래에 식물을 검색해 보면, ‘식물국회’라는 말이 가장 두드러지나, 그 와중에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관련 기사를 많이 찾아 보고 있습니다. 회의 기간인 10월 13일,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기 때문에 이번 총회의 귀추가 주목되고요.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이것이 발효되면, 동식물과 미생물 등 다른 나라의 생물 유전자원을 들여와 이용할 때 그 나라(비준국가)의 법에 따라 승인받고, 자원 보유국과는 이익까지 나누어야 합니다. 한국의 ‘식물국회’는 나고야 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생물유전자원의 상당한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여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고야의정서에 비추었을 때 생물자원의 제공국보다 수입국에 가까워 비준에 따른 혜택이 적다고 판단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제1회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에 한국은 개최국임에도 참관만 할 수 있고요.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생물자원 소유국의 권리가 인정되기에 다양한 생물을 산업에 이용하는 각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국내 고유 생물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하지만 단번에 생물을 이용해 이득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식물계는 언젠가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로 축소될 것이고, 그렇게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던 실증주의자 오귀스트 콩트의 말을 식물 앞에서 겸연쩍이 옮겨 적어 봅니다.

 

식물은 이른바 환경윤리 안에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식물의 가치에 관한 최근 논쟁은 뜻밖에도 존 스튜어트 밀과 오귀스트 콩트의 대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카트린 라레르가 이러한 관점에서 두 철학자의 입장을 요약하고 분석했다. 1851년 콩트는《실증정치학 체계Systeme de politique positive》에서 식물계는 언젠가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러한 가망성에 대해 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렇게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1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스튜어트 밀은 지식의 진보와 더불어 인간에게 중요한 속성을 지닌 것으로 밝혀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나쁜 식물은 없다면서 콩트를 반박한다. (장 마르크 드루앵, 《철학자들의 식물도감》, 알마, 2011)

 

당사국이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논의할 때 한국의 참관이 부디 방관이 되지 않도록 바라봅니다. 존재만으로도 보배로운데, 늘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식물에게 인간은 의정서 비준이든, 어떤 노력이든 뭐 하나라도 애써 줘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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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물의 기록을 위해서 수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의 번식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요. 채집은 허가된 곳에서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한두 개체일 경우에는 채집하지 않아요. 개체 수가 아주 많은 곳에서만 최소의 채집을 해야 돼요. 제가 이 종을 기록함으로써 이 종의 보전에 꼭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이소영, ‘세밀화집, 허브’ 영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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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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