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으로 독서 유랑

 

 

 

                                 저작권자: Dalna S/www.flickr.com/photos/babodaina/14565139546

 

 

바람부니 서촌으로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마을 전체를 일컫습니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라 하여 ‘세종 마을’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은 15개의 동이 사이좋게 붙어있습니다. 옥인동, 누하동, 통인동 등 이름마저 정겹습니다. 근방에는 대통령이 머무릅니다. 그 탓에 오랫동안 인근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강남과 강북 할 것 없이 모두 부수고 다시 지을 때. 이 마을은 조용히 숨을 죽였습니다. 90년대 말 들어서야 규제가 완화되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원성을 짐작할 법하지요. 몇십 년이 지난 지금. 고맙게도 그때의 규제는 서촌이 제 모습을 잃지 않게 했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오래된 것이 차고 넘쳐납니다. 색 바랜 것투성입니다. 그래도 좋아 뵙니다. 서울에 하나 남은 옛 얼굴이니까요.

 

 

타박타박 서촌 길을 걸어 봅니다. 기와를 올린 한옥, 7~80년대에 자주 보던 가옥, 효자동 이발관과 닭집 등. 저마다의 것에는 과거가 어려 있습니다. 마을을 잇는 좁은 골목도 향수를 더하긴 매한가지입니다. 하물며 동네 식당만 해도 연식이 상당합니다. 대를 이은 곳이 부지기수이지요. 수십 년째 진득하니 그 음식만 내놓으니 손맛이 기가 막힙니다. 동네 사람들은 이런 곳을 편애합니다. 이곳에서 통용되는 사실은 단순합니다. 이야기를 품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마을을 지키는 이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옛것이 갖는 ‘미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조용하던 동네가 유명세를 탄 지 일 년 남짓. 향수를 느끼고 싶은 이들이 서촌을 찾습니다. 주말이면 골목마다 사람이 찹니다. 바삐 걸음을 재촉하면 자칫 매력을 놓치기에 십상이니 느리게 천천히. 사방에 눈길을 주어야 합니다. 서촌을 찾기 좋은 철을 생각하니, 지금만 한때가 없겠습니다. 해가 좋고 바람이 순한 가을 무렵이 적기이지요.

먼지 앉은 사물이 볕을 받으면 강한 오라를 뿜습니다. 이 장면이 묘한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마을을 감싼 인왕산의 풍광은 더없이 충만한 기운을 전합니다. 그러니 이 계절 독서 유랑을 떠난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권해봅니다. 서촌 말입니다.

 

 

책 한 권 달랑 챙겨 한가로이 하루를 나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습니다. 책보다 옥인길을 걸어 보고, 삼청동까지 이어진 언덕을 넘으며 사색을 즐기기를. 일상의 속도를 늦추기에 썩 괜찮은 곳입니다. 이곳에서라면 제법 잘 어울릴법한 4권의 책을 더해봅니다.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여권의 책들입니다. 몇 개월 되지 않는 가을. 낭만을 논하기에 어색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책과 함께 그곳에서라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다득 이 계절을, 곧 닥칠 겨울을 맞을 힘을 비축하는 것이겠지요.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어떠한 관찰 방법과 훈련도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자세의 필요성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볼 가치가 있는 것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아무리 잘 선택된 역사나 철학이나 시의 공부도, 훌륭한 교제도, 가장 모범적인 생활 습관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인 것들을 보고 당신의 운명을 읽으라.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디뎌라.

 (헨리데이빗소로우, 《월든》, 은행나무, 2011)

 

※ 영감을 줄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을 누르면 해당 도서 정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Tip_서촌에서 책 읽고, 걷고, 맛보기


책 읽기 좋은 카페

소쿠리 패스 / T 070-8787-3670 A 서울 종로구 통의동 91-19 2층

프로젝트 온더 로드/ T 02-6405-5526 A 종로구 통의동 7-37 2층

프로젝트 29 / T 02-733-0029 A 서울 종로구 누하동 36-1

두플라워&카페 / T 02-736-0263 A 서울 종로구 옥인동 173-2

카페 코수이 / T 02-730-8589 A 서울 종로구 통인동 137-1


맛보면 좋은 곳

중국 / T 02-737-8055 A 서울 종로구 청운동 59-4

미락치킨 / T 02-736-6741 A 서울 종로구 체부동 39-2

백송(수육) / T 02-736-3565 A 서울 종로구 창성동 153-1

만선 쭈꾸미 / T 02-735-6570 A 서울 종로구 체부동 193

체부동 잔치집 / T 02-730-5420 A 서울 종로구 체부동 190

묵고기 / T 737-7989 A 종로구 효자동 26


걷기 좋은 길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직진. 사직단 끼고 우회전~통인 시장 후문~맹학교까지

통인 시장 후문~인왕산에 이르기까지(옥인길)

청와대지나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낮은 언덕길

 

|Editor_김민경

mins@bn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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