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공작소》 - 창조된 인물

 

 

오슨 스콧 카드 | 《캐릭터 공작소》 | 황금가지 | 2013 

 

 

《캐릭터 공작소》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 창조'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창조는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굳이 캐릭터 창조라 언급한 까닭은 이렇다. 저자에 따르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 통찰력 있는 관찰, 철저한 심문, 신중한 결정이라는 각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창조 과정을 간단히 살펴 보자. 1) 캐릭터를 착상할 때는 진부하지 않으면서 믿음을 주고 정서적 공감을 자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이해가 가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한다. 2) 이야기를 구상할 때는 캐릭터의 계급(단역, 주역, 조역)에 따른 적절한 역할 분담과 활용을 결정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3) 집필 단계에서 어떤 시점(1인칭, 3인칭 시점)과 시제를 통해 독자에게 어떻게 이야기가 비추어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제, 밤늦게 나문희와 심은경 주연의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캐릭터에 주목하였다. 비록 '오두리'가 작가의 창조물에 불과할지라도, 살아있는 캐릭터로서 공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동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1번에서 말하듯, 진부하지 않아야 하며 믿음이 가야 하고, 독자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두리는 정서적 공감이 가능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매우 평범한 캐릭터이기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캐릭터이다. 또한 20대 꽃처녀 시절의 꿈과 낭만적인 연애까지 곁들여 독자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을 이해하게끔 한다.

 

캐릭터의 착상 과정이 끝나면, 구상 단계로 넘어가 계급을 나눠야 한다. 즉 단역과 조역, 주역에 맞게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수상한 그녀의 캐릭터들을 통해 이러한 계급의 역할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상한 뒤에는 시점과 시제를 선택하여, 독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관점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노쇠한 육체와 나이 든 서러움은 나문희를 향한 '제 3자의 대화'를 통해 실감 나게 전해진다. 냄새나는 몸뚱이라든지, 강의실에서 서른 살까지만 살고 싶다 말한 한 여대생의 '늙음'에 대한 인식을 보며, 관객들은 늙음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적인 의미와 목적이 있는 장치로서 탁월한 기능을 한다. 화자 또는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기 위해 시점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캐릭터 창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위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치기 이전에 삶에서 건져 올린 진실한 '인물'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창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주인공을 예로 들었다. 영화에서 창조된 캐릭터 '오두리'는 인류 공통이 경험하는 가장 낯선 경험인, 나이 들어가는 슬픔. 모성애로 중무장한 어머니로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의 진실에 다가간 '진실의 캐릭터'가 아닐까.

 

만약 우리 삶에서 늙음에 대한 이해와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낚아 올리지 않았다면, 창조의 캐릭터가 아닌 그저 그런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의 그물을 던져야 한다. 삶에 그물을 던지고, 진실을 낚는 캐릭터라야 오랫동안 관객과 독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건져 올린 삶에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더해, 탄생한 캐릭터를 착상하고 구상하고 집필한다면, 우리도 그 안에서 오두리처럼 살아있는 '삶', 진실의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현실의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간과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그런데 당신이 독자도 이미 아는 것만을 소설 속에 늘어놓는다면 독자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작가가 현실의 사람이나 사건에만 매달리면, 독자가 진실을 깨달을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본문 중)

 

오늘의 책을 리뷰한 '드림모노로그'님은?

삶에 그물을 던져 진실을 낚는 어부가 되고 싶어 책과 방랑을 시작한 촌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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