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16집》 - 요즘 음악

 

 

송창식 | 《송창식 16집》 | 로엔엔터테인먼트 | 2000

 

 

7월 25일부터 5주간 매주 금요일 박재현의 < 송창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를 소개합니다. 이 글은 독립잡지 [월간 이리] 2014년 3월호부터 7월호에 연재된 글입니다.  이후 새롭게 이어지는 글은 월간 이리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비트가 멜로디에 앞서는 요즘, 음악에 사실 흥미가 없다. 게다가 멜로디 역시 유치하거나 짧게 반복하는 ‘후크송’ 위주라 오래 듣고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가요계엔 작곡가들이 몇 없는지 대부분의 곡이 비슷하게 들린다.

 

밤새 혹은 몇 주 동안 고민해 곡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붕어빵 구워내듯 컴퓨터로 쉽게 곡을 만든다. 팥의 양이 아주 조금씩 다른 붕어빵처럼 입력하는 소스에 따라 다른 곡이 무더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의 기호에 맞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작곡가들에게는 항상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송창식은 요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요즘 후배들 음악이 어떤 것 같으냐고 물어봤다. “컴퓨터 음악이죠. 전혀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도 옛날에 섬세하게 표현하던 음악과 같은 가치를 갖게끔 변했으니까 어떤 게 더 좋다곤 말 못하죠. 단지 시대에 따라 변한 거지. 그리고 옛날 가수들보다 지금 가수들이 노래 못하지 않아요. 잘하지. 단지 옛날 가수들이 가지고 있던 고 맛은 없지. 근데 옛날 가수들은 요즘 가수들이 꼭 가지고 있는 게 없었지.”

 

나는 그의 말에 “제 세대도 그렇고 요즘 노래는 노래 같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 가사에 내용도 없잖아요.”라며 의견을 표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건 듣는 사람이 만족을 못 해서 그런 거지. 실제로 그거 가지고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거만 가지고도 충분히 광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그러니까 안 그런 사람들은 취향이 다른 거지, 뭐. 옛날에 우리 노래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 뭐야, 옛날에 뽕짝 좋아하던 분들은 ‘저거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다.’ 그러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 건 언제든지 있어요. 같은 세대 중에도……. 그리고 우리가 음악을 할 때도 미국 음악이라는 게 같이 있었으니까. 솜씨로 봐서 미국 애들한테 안 되니까. 그 솜씨만 가지고 한국 가수는 가수로 안 치는 우리 또래 친구도 많았어요. 그게 무슨 음악이냐 그러고……. 외국 음악만 좋아하고 한국 음악은 안 좋아하는 그런 계층들이 있었어요, 그때도. 그러니까 할 수 없는 거지, 그거야. ‘지금 음악은 음악 같지도 않다.’ 그렇게 말하면 더 음악 같은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거지, 뭐.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지금 음악 좋아하잖아요. 일단 싸이 같은 애들 봐요. 그런 가수 우리나라에 있었나? 없었는데. 물론 매체의 장점이 있었지만…….”

 

역시나 그다웠다.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대답이었다. 그는 지금의 대중음악을 시대의 현상으로 바라보며 그 자체를 인정했다. 자신이 활동하던 시기의 음악과 형식이 다를 뿐이지 수준을 논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두 음악을 거의 같은 위치에 놓고 바라보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역시 젊은 시절에 기성세대 혹은 외국 음악만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으니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이해가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막론하고 ‘시대’라는 숲을 멀리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박수를 보냈다. 그 덕에 나 역시 요즘 음악을 바라보는 눈이 미약하게나마 너그러이 변했다.

 

시간이 흘러 또 어떤 음악이 세상을 울릴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붕어빵식의 공산품보다는 공이 깃든,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송창식의 그것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과 거기서 파생된 진보적인 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말의 개성이나마 묻어 있길 바라본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난 송창식을 리스트의 맨 윗줄에 올려놓을 테지만.

 

덧붙이며,
그가 인정하는 후배 가수들이 있다. 내가 “가요계 후배 가수 중에 마음에 드시는 가수 있으세요?” 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잘 몰라요. 근데 노래 잘하는 가수 많드만! 박정현이라는 가수. 또 알리라는 가수도……. 그리고 그 누구냐 이름이…….” 나는 예전 한 기사가 떠올라 자우림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아 걔도 물론 잘하고 걔는 잘한다기보다 기초가 튼튼하더만. 그러고 남자는 걔 이름 뭐지? 젤 유명한 놈 요새, (그때 옆에 있던 함춘호가 김범수? 라고 도움을 줬다) 어, 김범수."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박재현'님은?

87년생으로 단편 소설 '허전한 목을 채우고'로 데뷔했고 장편 소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할 말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잡지 「월간 이리」에서 송창식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한 여행 잡지에 여행기도 연재할 예정이다. 여전히 엘피를 고집하며 클래식, 재즈, 오래된 가요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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