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 - 꼬끼오! 대한민국 '치킨 판타지'

 

정은정 | 《대한민국 치킨전》 | 따비 | 2014 

 

코흘리개 적 통닭이었던 것이 치킨으로 불리고 기름기 흐르던 포장지는 피자 상자처럼 변해버렸다. 뭐가 어찌 변했던 닭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할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1인 1닭’을 외치는 마니아가 있는 만큼,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재앙이 닥쳐올지언정 말이다. 실제로 나 또한 군 복무 시절 조류인플루엔자가 한국을 휩쓸 때 점심 식단으로 1인 1닭을 실천한 바 있다. 광우병 파동 때도 마찬가지다.

 

책은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치킨의 역사와 종류를 논하며 현주소를 탐방한다. 더 나아가 치킨 산업의 뒤통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버지가 월급날 사온 통닭이란 개념은 사실 환상일지도 모른다면서.

 

양념 통닭이란 것을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하는지. 먹으면서 소스 맛에 감탄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체 이런 소스는 누가 만들어낸 걸까.’ 하며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 역시 양념을 손에 묻히기 싫어 프라이드 치킨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제는 양념 소스를 대체할 새로운 메뉴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파를 채 썰어 올리는가 하면, 기존의 달착지근한 양념이 아니라 새로 개발된 수상한 소스를 얹는다. 고명과 양념의 변신이 주목할만하다.

 

저자에 의하면, 요즘 프라이드라 부르는 치킨 대부분은 바삭함을 뜻하는 '크리스피 치킨'이란다. 그러면서 90년대 초반 KFC에서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BBQ, BHC, 치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네네치킨(튀김옷이 과하지 않은 것이 포인트)까지 이어지는 계보를 알리며 ‘치맥’이란 개념이 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설파한다.

 

이른바 '통큰치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나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기다란 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뻣뻣하게 기다려 손에 넣었을 때, 이것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며 자위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값싼 것이라도 거실의 다 헤진 가죽 소파에 앉아 전화번호 두드려가며 시켜 먹던 그 맛도 아닌 데다가 그 자체가 일종의 '보급형'이라는 생각이 거북함을 더했다. 그간 익숙해져 있던 '배달 치킨'과의 충돌도 불가피하게 여겨졌다.

 

곧이어 ‘상도덕’ 논란이 일었고, 소상공인과 소비자, 극에 달한 치킨 업계가 이례적으로 대동단결한 결과 통큰치킨은 곧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당시 인터넷상에서 '통큰치킨 장례식'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인 김수영의 양계(養鷄) 경험까지 들쑤신 이 책은 어쨌거나 치킨의 역사를 다채롭고도 씁쓸하게 다룬다. 양계농민, 프랜차이즈 치킨점, 예비 창업자에 이르기까지 현재 일어나는 일뿐 아니라 앞으로도 벌어질 치킨을 둘러싼 애환을 이야기한다.

 

치킨은 지금, 야구장에서 맥주와 함께 불티나게 소비된다. 각 가정의 전화 주문을 받아 소비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서, 나쁜 일이 있으면 기분이 나쁘니까 전화통을 붙들고 너도나도 치킨을 주문한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치킨은 무엇이냐는 질문보다는 치킨은 누구이냐는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다.’라고.

 

치킨을 먹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누가 만들고 누가 키우는가 하는 문제, 우리가 야식이라는 이름 아래 곧잘 접하게 되는 치킨이 누군가에게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바로 그 문제에 대해. 작가는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되묻는다. 치킨은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aaaaiiight '님은?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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