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골든 제1집》 - 송창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송창식 | 《송창식 골든 제1집》 | 이엔이미디어 | 2003

 

7월 25일부터 5주간 매주 금요일 박재현의 < 송창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를 소개합니다. 이 글은 독립잡지 [월간 이리] 2014년 3월호부터 7월호에 연재된 글입니다.  이후 새롭게 이어지는 글은 월간 이리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그게 무슨 장르야

 

지난 3월, 웬일인지 텔레비전에 ‘쎄시봉’이 자주 나왔다. 공중파 아침 방송 두 곳에서 동시에 나올 정도로. 4월 5, 6일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공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동아일보 주최라 그런지 규모도 예전에 비해 훨씬 커 보였고 홍보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45년 전쯤의 쎄시봉과 그때의 주역인 ‘트윈폴리오’ 가 잔잔하게 뿌려댄 열기를 떠올리며 향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요즘에는 송창식을 쎄시봉과 연관 짓는다. 이전에는 주로 포크 음악의 대부라는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소비됐다. 하지만 쎄시봉이든 포크의 대부든 그의 음악은 그렇게 몇 단어로 단정 지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는 또래의 포크 가수들과 완전히 노선이 달랐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태자면, 그 역시도 정통적인 의미에서 포크란 민속적이고 저항적인 걸 말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나는 그가 지금 하는 음악 말고 다른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예를 들어 재즈라든지요? 하면서. 그러자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내 음악은 장르가 없는 거예요. 그 속에 재즈도 있고, 뽕짝도 있고, 클래식도 있고. 그러니까 새로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내가 기타를 잘 치기 위해 재즈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사실을 알면서도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난 그가 끈적한 노래를 부르거나 마음대로 스캣 하는 장면을 상상했던 듯싶다. 그는 이미 스윙 리듬 속에서 알 수 없는 의성어를 뱉거나 샤우팅을 하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가 처음 시작한 음악은 클래식이었다. 중학생 때 나간 성악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을 할 정도로 그는 두각을 나타냈다. 2등을 한 것도 출전 학생 중 가장 잘했지만 정식으로 성악을 배우지 않아 1등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유의 우렁차고 맑은 목소리는 여기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트윈폴리오를 거쳐 솔로로 데뷔한 송창식은 이제껏 좁은 시각으로 음악을 했으며 자신에게 국악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곡에 한국적인 요소를 차차 담아냈다. 그의 음악은 한국인의 정서를 툭툭 건드렸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 흥겹게 따라 불렀다. 큰 인기에도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더 넓게 더 깊이 음악을 탐구해 나갔다. 그것은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석기시대’라는 밴드를 만들어 록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에게 그 연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이전의 목소리와 노래하는 창법이 너무 ‘오디너리’하고 순한 노래를 불렀으니까 난 그게 좀 지루했었어요. 그래서 록도 한번 하자, 해서 한 거지.

 

그의 록커 기질을 알 수 있는 노래가 더러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새는’이다. 사이키델릭하기까지 한 이 곡은 당시 최고의 세션이던 ‘동방의 빛’이 연주를 맡았는데, 키보드 라인이 가히 환상적이다. 또 하나 꼽자면 그 유명한 ‘담뱃가게 아가씨’다. 이 곡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다. 참고로 최근 미국에 진출한 YB가 이 곡을 편곡해 '시가렛 걸' 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곡을 허락한 원작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그 곡보다 '가나다라' 가 더 인기 있을 거예요. '담뱃가게' 는 펑키가 들어 있거든요. 그건 이미 걔들도 다 아는 건데, '가나다라' 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거라 신기할 걸요.

 

록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컴퓨터 음악을 들여왔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애플 컴퓨터를 다뤘고 자신의 집도 컴퓨터로 직접 설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맨 처음에 내가 사람들에게 보급을 했지. 시퀀스라는 기계였는데 그건 지금처럼 컴퓨터에 들어 있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거 가지고 만들었죠. 왜 보급만 하고 스스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유를 묻자 그가 명쾌하게 답했다. 내가 그걸 해봤는데, 한 곡 하는데 일주일이 걸리는 거야. 너무 열악하니까. 내가 하기엔 기계가 너무 부족해. 처음부터 컴퓨터 음악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충분한데. 아날로그 음악을 하던 내가 하기엔 좀 너무 부족해요. 2013년인데도 내 맘에 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없는데.

 

고집과 다양한 시도 끝에 잉태된 그의 음악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전문가들의 찬사도 끊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가요계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는 평을 들으며 그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이라는 말을 써도 딱히 꼽을 수가 없다. 클래식, 포크, 트로트, 국악, 록, 재즈가 묘하게 뒤섞여 ‘송창식 표 음악’이라 부를 수밖에. 듣는 입장에서 더 알고 싶은 것도, 후배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어려워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그에게 장르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중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만약 그의 음악을 듣는다면 선 그을 필요가 없다. 그저 새로운 세계에 몸을 맡기면 될 것이다. 부디 신선한 자극에 즐거운 통각을 맛보길.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태어난 해와 같은 1987년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송창식 표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이유가 있다. 다음 호에 그 이유에 대해 다뤄볼 것이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박재현'님은?

87년생으로 단편 소설 '허전한 목을 채우고'로 데뷔했고 장편 소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할 말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잡지 「월간 이리」에서 송창식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한 여행 잡지에 여행기도 연재할 예정이다. 여전히 엘피를 고집하며 클래식, 재즈, 오래된 가요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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