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갈피》 - 영민한 행보 '꽃갈피', 20대의 건재함을 그리다

 

 

아이유 | 《꽃갈피》 | 로엔엔터테인먼트 | 2014

 

『꽃갈피』 앨범 발매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대선배 뮤지션과의 작업이라는 것.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협업이 모두 다른 형태다. 아이유가 음악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던 것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고, 윤상이라는 꽤 신뢰받는 선배의 ‘발라드’ 곡을 받으면서였다. (당시 윤상의 주 작곡 범위가 댄스였던 점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였다) 곡을 받고, 같이 부르고, 이번에는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는, 꽤 정련된 순차적인 행보는 『꽃갈피』 앨범에 ‘또’라는 낙인을 찍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말 전략적인 진행이라면 리메이크 앨범은 반드시 필요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리메이크 앨범’은 대중이 기대하는 아이유라면 한번쯤 거쳐야 할 과제기도 했다. 다만 『꽃갈피』가 가진 핸디캡이라면 전작 『Modern Times』의 기대에 못 미친 음악적, 대중적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최백호와 양희은과의 듀엣이 생각보다 핏이 맞지 않음으로써 생산자의 마케팅 의도가 민망하게 대중들에게 노출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그녀에게 ‘영악하다’는 이미지가 가장 강하게 남았다. (심지어 ‘영악하다’를 검색하면 아이유만 자동검색어로 뜰 정도니) 그러나 기존의 아이유의 디스코그라피가 그녀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많았다면, 리메이크는 영악하게 운신할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원작자의 의도가 일정 부분 제약을 가하는 형태인 만큼 의외성을 가하기가 꽤 어렵다는 말이다. 사실 ‘잔소리’ 이후 아이유는 정공법을 택한 적이 별로 없어서 변칙적인 수에서 변칙적이지 않은 수로 달라지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많은 뮤지션들이 욕만 먹었던 ‘리메이크’ 앨범 아닌가.

 

그런데 트랙리스트를 보면 조금 뻔하다. 나쁜 뜻이 아니라 ‘나의 옛날 이야기’나 ‘여름밤의 꿈’은 “어? 아이유가 이런 노래를?” 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한 곡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아이유가 부르면 나름대로 괜찮을 분위기를 조성할 곡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의 트랙이라고 꼽을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도 『Modern Times』를 거친 아이유에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래서 『꽃갈피』는 기존 곡들에 아이유의 색깔을 입힌다는, 기능적인 면에 꽤 충실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본다. 대선배들의 이름은 억소리가 날지언정 곡 선정에서는 그리 무리가 없는 넘버들이다.

 

『꽃갈피』를 얘기하면서 잘 만든 앨범이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일 것이다. 여전히 『Modern Times』처럼 몸에 맞지 않는 옷들이 있고 곡 사이에 격차가 좀 나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연주보다 보컬을 앞에 배치한 가운데 ‘사랑이 지나가면’은 변화 없이 너무 덤덤하게 불렀고, ‘너의 의미’는 설레는 감정을 넘어서 조금 촐싹대는 느낌이다. 리메이크 앨범의 숙명을 극복하지 못하고 보컬 분위기에 취한, 대표적인 부정적 예시다. 마지막 곡인 ‘꿍따리 샤바라’도 봄과의 안녕을 고한다는 의미를 과도하게 확장한, 뜬금포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아이유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번 플레이리스트를 돌렸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은 저 곡들이 아니다.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했던 김광석의 ‘꽃’에서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바이브레이션 고음 처리는 피부로 가장 먼저 와 닿는 아이유의 발전이다. 또한, 발칙한 편곡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에서는 가사와의 매치로만 따졌을 때 오히려 원곡보다 정답에 가까운 무심한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앨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성공적이든 실패하든, 모든 곡의 첫인상은 원곡의 이미지를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한 모양새다. 이것이 아이유 특유의 음색 덕인지 아니면 잘 정돈한 편곡 덕인지 곡마다 경우가 각각 다르나, 적어도 원곡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할 구석은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음색 덕을 본다는 것은 아이유 입장에서 조금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이유는 곡을 이끈다기보다 곡에 맞추는(부정적으로는 곡에 이끌려다니는) 보컬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작이 바로 그런 스타일의 문제점을 가장 크게 드러낸 작품 아니던가. 그런데 『꽃갈피』는 그 문제점을 인식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녀의 조절능력을 보란 듯이 내세웠다. 만약 이것이 이전 작품처럼 아이유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전략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영악함을 넘어서 무섭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꽃갈피』는 좋은 앨범이라고 선뜻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유라는 능력자는 유효하다. 그녀가 음악 외적으로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만큼, 음악 내적으로도 말하는 것이 은근히 많다. 만약 음악으로 말하는 것이 모자랐다면 극심했던 이미지 소모를 극복하기 힘들었을 테지만, 여전히 아이유는 건재하고 평단을 이해시킬 수 있는 카드를 들고 있다. 더 기가 찬 것은 이제 갓 23살이 된 가수에게 ‘건재하다’는 말을 썼다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이만큼 굴곡을 가진 가수가 있던가. 마케팅으로 보나, 임팩트로 보나 아이유는 여러모로 연구대상임이 확실하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클레이즈'님은?
웹진 '음악취향 Y' 필진. 많은 음악 사이에서 어렵지 않은 글을 쓰려 하는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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