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레스터 서로 공저,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부키, 2009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적잖이 짜증이 난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자꾸 낮아져서만은 아니다. 어차피 경제라는 게, 사람 사는 것처럼,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는 법이니까. 문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경제연구소들은 매번 다른 전망을 내놓고, 정부와 IMF는 경제 성장률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장밋빛까지는 아니겠지만, 내 미래를 구상할 거 아냐.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니 경제학이 실효성이 있는 학문인가 싶다. 그래서 펼친 책이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이하 원제 <Economics Explained>로 표기)이다. 제목부터 혹하지 않는가.

이 책은 경제학자이자 경제학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가 함께 만든 책이다. 수많은 경제학 책 중에 굳이 이 책에 손이 간 이유는 제목이 끌려서이기도 하지만, 저자 하일브로너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얼마 전 <세속의 철학자들>을 읽으면서 애덤 스미스, 리카르도, 마르크스, 케인즈 등 유명 경제학자들의 삶과 사상에 ‘쏙’ 빠졌던 기억이 난다. 하일브로너는 지금껏 20권에 달하는 책을 썼는데, 전 세계에서 1,000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올 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미네르바가 추천한 책 <세속의 철학자들>도 그의 책이다. 그 덕에 하일브로너는 국내에서도 더욱 유명해졌다. 뭐, 안 그래도 유명했지만... 

시원시원한 경제학 이야기

<Economics Explained>은 제목처럼 경제학 전반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경제학의 창시자(애덤 스미스), 혁명가(카를 마르크스), 구원 투수(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훑어본다. 학창시절 지루하기만 했던 이름들이지만, 저자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사적 소유의 욕망을 자본주의의 원동력으로 규정한 애덤 스미스,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으로 혁명은 불가피하다는 카를 마르크스,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참여로 20세기 초 대공황을 뚫었던 케인스까지. 옛날이야기를 읽듯, 세 명의 경제학자를 만나보면, 자본주의의 태동과 위기, 그리고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어디 가서 ‘나 경제학 좀 공부했네’ 자랑하지 않을 거라면, 자본주의 발전의 큰 틀을 꿰뚫은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이어 경제학을 이루는 원리들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다. ‘거시 경제’, ‘미시 경제’, ‘통화’ 등 이름만 들어도 어제 먹은 술이 머리를 공격하는 듯한 통증이 느껴질 거다.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두 저자는 ‘나 이만큼 알고 있어’ 자랑하기보다, 누구나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총생산의 의미는 무엇인지,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는 무엇인지, 독과점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이 친절히 설명돼 있다. 조금 당혹스럽다. 조금의 관심만 기울이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데, 왜 지금껏 경제학을 무서운 동네 형아 보듯 멀리했을까.

경제학의 두 대가는 1부, 2부, 3부에 걸쳐 ‘경제학의 기초’, ‘거시 경제’, ‘미시 경제’를 살펴본다. 3부까지의 서술방식은 어른이 아이에게 재밌는 얘기 해주듯 시원시원하다. 그런데 4부 ‘현대 경제학의 고민’에 이르러서는 사뭇 진지해진다. 이 아저씨들이 왜 갑자기 무게를 잡는 거지. 그 이유는 이들이 판단했을 때, 자본주의가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언급한 대표적인 두 문제는 양극화와 세계화이다.

자본주의라는 미완의 혁명

돈의 규모가 커지고, 돈이 돈을 만드는 시대가 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다. 가진 사람은 주식 투자를 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돈을 눈덩이 굴리듯 키워 가는데, 없는 사람들 (봉급 노동자 포함)은 돈의 흐름에 뒤쳐져 아등바등 산다. 하일브로너는 미국의 예를 들었지만, ‘중산층의 몰락’, ‘신빈곤층의 출현’ 등의 표현이 낯설지 않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줄거나, 경제가 어려워져 미래가 불확실할 때,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기업이 열심히 물건 만들어서 뭐할까. 창고에 잔뜩 쌓아놓고 반찬 삼아 눈요기를 할까.

교통과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수출입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 거대 기업이 각 대륙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 직접 판매할 수 있다. 과연 그렇다면 일국의 경제정책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화 유출의 위험을 피해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외화 유출이 줄어 이익일까, 아니면 공장이 떠나 실업자가 늘어서 손해일까. 정말 아리송하다. 또 세계의 모든 경제 주체가 연결되면서, 작은 동기가 큰 영향을 미치는 ‘나비 효과’가 만연한 지금, 개인이 성실하게 일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문득 GM 대우의 파산 위기로 인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한숨이 들려온다.

물론 이들이 자본주의 파국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자본주의는 스스로 확장하고자하는 에너지가 있고, 문제를 바로잡고자 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주체, 즉 인간들이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느냐라는 것이다. 잠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앞에서도 종종 그랬듯이 경제적인 분석은 이 정도까지이다. 결국 대규모 변화에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의 혁명성에 대한 적응만이 아니다. 국민적 기질이라든가 지도자의 통찰과 같은 제도 밖의 존재들이 기여하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들도 필요하다. 그런 만큼 경제학을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이는 바람직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학을 이해한 뒤에도 여전히 부딪치게 될 지극히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충고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p 327)

노 교수의 진심어린 충고

하일브로너와 서로 교수는 유명한 경제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한계를 명시한다. 자본주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학을 넘어선 국가와 정치, 사회 전반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브레이크 풀린 신자유주의에 대한 노 교수의 경고이자 진심어린 충고다. 여기서 하일브로너가 생각하는 경제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경제학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개선하기 위해 경제 체제와 본질과 논리에 대한 철학적인 분석을 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하일브로너는 2005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눈치 챘겠지만, <Economics Explained>는 돈을 버는 직접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넘어 ‘인간답게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고마운 책이다.  

안늘(ak20@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2
  1. 카타리나^^ 2009.08.13 10: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원래 경제관련책은 별로 안 좋아해요 ㅎㅎㅎ
    이상하게 안 읽게 되더라구요...

    • 반디앤루니스 2009.08.13 13:28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30대 되면서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자본주의에 사는데, 너무 모르면 안 되겠다 싶어서요.
      근데 읽다보면 은근 재밌습니다.
      경제학자들, 엄청 빡시게 산 사람도 많고..
      따뜻한 심장을 갖고 살아간 사람도 많고..^^
      언제 기회가 되시면, 경제학에도 관심을 갖기를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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