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블로그] 잭 케루악 * 길 위에서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고 나는 재즈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했었다. 맞춤법과 표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글을 마음껏 연주할 수 있다면. 습관을 따르는 이상 작가는 재즈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잭 케루악은 기어코 재즈를 썼다. 《길 위에서》에는 갖은 방랑이 등장하고, 떠도는 이들이 돌려 마시는 술병과 같이 곳곳에 재즈가 떠든다. 부패한 세상에서 술렁이는 삶들은 모범에 애써 기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일 뿐이다. ‘비밥(bebop)’처럼. 나는 《길 위에서》에 흐르는 재즈를 따라가며, 규칙을 따르지 않는 활자를 또 한 번 꿈꾼다.      

 

 

1. 덱스터 고든과 워델 그레이의 《더 헌트》

   (Dexter Gordon & Wardell Gray, 《The Hunt》, Live 1947)


 

 

 

 

- 1947년에 녹음했고, 1977년에 처음 발매된 앨범 《The Hunt》. 격렬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기로는 1등인 딘이 듣고 분명 좋아했을 음악이다.


 

 

 

─ 그들이 게걸스럽게 먹어 대는 동안 딘은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고개를 숙인 채 거대한 축음기 앞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내가 얼마 전에 산 《더 헌트》라는 격렬한 비밥 음반을 들었다. 소리 지르는 청중 앞에서 공연장이 떠나가라 불어 젖히는 덱스터 고든과 워델 그레이의 환상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연주가 담긴 음반이었다.

 

 

2. 빌리 할리데이의 ‘lover man’ (billie holiday ‘lover man’)


 

- 《길 위에서》는 재즈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비밥이 제일 많이 등장한다. 기성에 따르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굽히지 않는 딘과 샐이 비밥의 리듬과 닮았다. 그 와중에 테리와 샐의 사랑은 비밥이 아니다. ‘lover man’을 부르는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가 테리의 비운한 삶을 더욱 슬프게 울린다.


 

 

─ 그들은 쓸모없는 남편을 버리고 조니를 자기들에게 맡겨둔 채 LA로 가 버린 테리를 창녀라고 욕했다. 노인네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위대한 농경민족이라면 세상 어디서나 그러하듯 우울하고 뚱뚱한 갈색 피부의 어머니가 나서자 모두 조용해졌고, 결국 테리는 집에 돌아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오빠들이 흥겹고 빠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춥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10월의 슬픈 포도원 너머의 계곡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내 마음은 빌리 할러데이가 불렀던 저 위대한 노래 ‘사랑하는 남자’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수풀 속에서 나만의 음악회를 가졌다. “언젠가 우리 만나면 그대 내 눈물 모두 마르게 해 주겠죠. 내 귓가에 달콤한 얘기를 속삭이며 나를 안고 키스해 주겠죠. 오, 우리가 잃어버린 건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남자여, 오, 그댄 어디 있나요… ….” 노래 가사보다는 탁월한 화음과 부드러운 전등 빛 아래서 애인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여인 같은 빌리의 창법이 멋진 곡이었다. 바람이 울부짖었고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3. 조지 시어링

 

 

 

- 조지 시어링은 딘과 샐이 시카고에 처음 도착한 날, 밤에 비밥을 들으러 갔을 때 신처럼 등장한다. 《길 위에서》의 모든 줄거리에서 비밥이 가장 강력하게 울리는 대목이다.

 

 

 

 

─ 갑자기 딘이 무대 건너편 코너의 어두운 곳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샐, 신이 강림했어.”
나는 보았다. 조지 시어링. 언제나처럼 눈먼 머리를 창백한 손에 기대고, 두 귀를 코끼리 귀처럼 활짝 열고, 미국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영국의 여름밤처럼 호흡을 하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모두 제발 연주를 해 달라고 졸랐고, 그는 응했다. 무수한 코러스를 경이로운 코드로 연주하자, 그것은 점점 위로 올라가 마지막에는 땀이 피아노 전체에 튀어서 모두 전율과 공포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그는 한 시간 후 사람들의 손을 빌려 무대를 내려갔다. 신 같은 시어링이 어두운 코너로 돌아오자 녀석들은 저러고 난 뒤에는 아무것도 못 하겠어.” 하고 말했다.

 

* 발췌한 문장은 모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중에서.

 

 

* 영화 < On The Road>, 2012

 

 

 

   △ < on the road > OST, 2012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2 3 4 5 ··· 63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