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세계》 - 위험한 세계에 그어진 위험한 선(線)

 

 

 

윤영배 | 《위험한 세계》 | 포스트뮤직 | 2014

 

끊어진 투쟁의 메시지. 이제는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나는 27살이다. 뜬금없이 이 얘기를 왜 꺼내냐고? 윤영배 3집『위험한 세계』를 리뷰하기에 앞서, 민중가요를 '전혀' 접하지 않은 세대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다. 최루탄 냄새는 군대 화생방 cs탄 맡아본 게 전부고, 막걸리보다는 치킨과 맥주가 좀 더 가깝다. 그런 시절을 아는 척 하려야 아는 척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같은 민중가요의 마음속 울림이라는 것도 내 입에서 나온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접점이 있긴 있었다. 대학 생활 초기에 학보사 생활을 좀 했는데, 그 때 신문사가(歌)가 안치환의 '철의 노동자'를 차용한 '철의 신문사'였다. 가사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제 대학 갓 입학한 새내기에게 '투쟁', '민주노조' 이런 말들은 굉장히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노래에 대한 느낌도 흔히 김민기나 노찾사의 노래를 듣고 생긴다는 벅찬 감정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아마 지금 신문사 후배들이 느끼는 사가에 대한 감정은 더 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가사에 대한 내용뿐만이 아닐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고 나서 민중가요가 포크를 넘어선 세대의 장르와 결합을 시도한 적이 있다. 서태지 열풍이 불고 나서 민중가요 진영에서 '랩'과의 결합을 시도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고(노래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메이데이'와 같은 헤비메탈 밴드도 있었지만 지금의 결과로 보면 분명 '실패'다. 이 시도가 성공했다면 모르겠지만 기타 한 대보다 두 대를 좋아하고 통기타 하나를 쳐도 꼭 잼베나 하모니카가 옆에 있어야지 더 인기를 끄는 현 시대에서, 민중가요는 어딘지 모르게 비어있는 음악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적어도 내 세대에서는 말이다.

 

잡설이 좀 길었다. 어찌 됐든, 윤영배는 그런 점에서 꽤 탁월했다. 과거형을 쓴 이유는, 전작 EP 『좀 웃긴』의 완벽한 밸런스에 한정 짓기 때문이다. 조금 뜬 구름 잡는 『이발사』에 비해 사운드는 비어있는 듯하면서 굉장히 묵직했었고 메시지는 부담스럽지 않게 완곡하게 돌아갔다. 메시지와 사운드의 밸런스에는 확실한 선명도가 있었고, 올 상반기 화제를 모았던 '3김 블루스'의 풍자와는 또 다른 방향의 외침이 있었다. 경력에서 나오는, 그들보다 좀 더 원숙한 사운드 디자인은 물론이고. 『좀 웃긴』이 가져다 준 윤영배의 위상은 '생각보다'라는 수식이 가장 어울리며, 평단이 『위험한 세계』에 가지는 기대감은 이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위험한 세계에 그어진 위험한 선(線)

 

그렇기에 『위험한 세계』에서 윤영배가 선택한 밸런싱이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가사에 등장하는 '자본주의' '난폭함' '비매품' 과 같은 단어들은 확실한 선(線)의 상징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변화의 수치가 그렇게 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체감으로 느끼는 변화의 폭은 기대 이상일 것이다. 『좀 웃긴』이 편하게 설득하는 것이었다면, 『위험한 세계』는 각 잡고 들으라는 윤영배의 강요 아닌 강요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맥락이 바로 이것이다. 이와 같은 표현적 부분에서의 선 긋기가 각기 다른 개념에서의 초월적인 예술이 되는 게 무척 힘들다고 봤을 때, 이는 매우 아찔한 선택이다. '구럼비' '철탑'이 주는 메시지의 힘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히 약해질 것이고, 대한민국과 같이 위험한 상태에 놓인 '위험한 세계'의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암울해질 것을 감안하면 이 앨범은 굉장히 다급해 보이기까지 한다. 위험한 세계의 높으신 분들은 강정마을, 철탑 고공농성을 역사의 본보기로 남길 리가 없으니까.

 

사운드 측면에서도 좀처럼 내려놓음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베이스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담배연기와 우울함의 농도는 확실히 짙어졌고 전작에서 빈 공간의 미학을 보였던 기타도 좀체 바쁜 손을 내려놓을 줄 모른다. 모든 세션이 이런 포크/록 스타일에선 여간해서 볼 수 없는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이는 「점거」「위험한 세계」「빈 마을」「구속」과 같이 커다란 메시지를 담보하는 곡의 스케일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그루브한 기타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는 사운드가 어두침침하다거나 향토적이라는 말로 설명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어느 그루브한 펑키음악보다 매력적인 리듬, 어느 포크보다 잔잔하면서 아름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면서 반드시 자신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우직하면서 때로는 능청스럽게 이끈다. 그만큼 종착역까지 오는 사운드 요소 하나하나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흥미로움으로 다가온다는 소리다. 확신하건대 윤영배는 '구럼비' '송전탑' '동지여' 등의 단어를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모든 음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사만 떼어놓고 봤을 때 생길 수 있는 촌스러움 혹은 거부감은, 이런 뮤지션의 도발적 사운드에 이끌려 목구멍을 넘기게 된다.

 

이것이 강제적인 이끌림인지, 아니면 현실에 대한 냉철한 메시지의 결과물인지 판단하는 것은 호불호의 지점이다(특히 정치적인 부분에서). 이 지점에는 많은 외부적 요소가 개입하게 되고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전까지의 민중가요가 수없이 좌절했던 곳임을 상기할 때, 이는 분명한 성과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이 오래 남을 것 같은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뮤지션이 전작의 프리미엄을 내놓으면서까지 이토록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데 이를 외면할 도리도 없다. '위험한 세계'를 보다 못해 직접 우리 머리채를 잡고 '정신 차려 이 자식아' 하는 사람에게, 머리채 잡고 육두문자 썼다고 고소할 건가? 하기야 요즘에 그런 사람 많다고 하더라. 앨범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클레이즈'님은?
웹진 '음악취향 Y' 필진. 많은 음악 사이에서 어렵지 않은 글을 쓰려 하는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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