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Hopes》 - 굶주림과 분노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 《High Hopes》 | COLUMBIA | 2014

 

이 곡, 「The Ghost of Tom Joad」를 말하기 위해선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작품 《분노의 포도》를 짚고 가야 한다. 소설은 악몽과도 같았다. 톰 조드(Tom Joad)는 '배회하는 유령'이었고 자본주의가 품은 오류는 철저하게 가지지 못한 자들을 옥죄었다.

 

대공황과 1차 세계대전의 여파는 이 소설의 배경이지 주제는 아니다. 주제는 인간(Human)이다. 더 정확히는 배고픈 인간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할 때 그 배고픔은 분노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사회구조의 부당함 운운은 배부른 소리다. 당장 굶주리는 인간 앞에 빵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고 사산의 충격과 홍수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미국은 한때, 그리고 지금도 부분적으론 풍요의 상징 같은 곳이지만 이런 미국, 이런 미국인들의 삶도 있었다고 이 작품은 조용히 울부짖는다. 모든 상식이 진실은 아닌 것이다.

 

95년 발매된, 같은 이름의 앨범과 곡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5년 뒤, 모던 포크였던 원곡을 랩핑을 얹은 하드록으로 해석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TM)의 커버 버전 역시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끈 자와 따른 자의 만남. 히치콕(Alfred Hitchcock)과 트뤼포(Francois Roland Truffaut)의 그것을 방불케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과 톰 모렐로(Tom Morello)의 이 음악 인터뷰는 왜 18년이 지난 지금 구태여 이뤄진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가 《불평등의 대가》를 써낼 수 밖에 없는 이 어리석은 현실(현상)과 ‘월가 시위’라는 현대판 민중 봉기를 겪은 이 기막힌 세상에 두 사람이 똑같이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18년 또는 13년만의 커버 버전은 어쿠스틱이 아닐 뿐 원곡의 느낌에 충실한 브루스의 일렉트릭 백킹을 작두 삼아 톰 모렐로가 한 판 굿이라도 벌이는 모양새다. 슬픈 중간 솔로, 태핑과 와미 페달에 스크래칭이 갈마드는 톰 모렐로의 마지막 솔로는 이 곡을 더욱 벅차게 만든다. 주리고 분노했던 톰 조드의 영면이라도 비는 듯, 둘이 함께 부르고 연주하는 곡의 짜임새는 어떤 경건함마저 머금어 끝내 찢기고 폭발하는 것이다.

 

"No home, no job, no peace, no rest" - 「The Ghost of Tom Joad」 중에서

 

소설이 현실이거나 현실이 소설인 일은 흔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이 곡을 들을 때만큼은 우린 '음악적인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모른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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