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의 순간들》 - 멈추어 되살아나는 그,

 

 

 제프 다이어 | 《지속의 순간들》 | 사흘 | 2013

 

찰나의 틈도 허락지 완전한 지배. 자비와 동정 없는 가혹한 집행. 보이지 않되,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 발견되는 절대적 존재감. 매순간 철저히 감지되는 영향력. 어떤 의지도, 자유도 있을 수 없는 복종의 지대. 선천적으로 영원히 박탈당한 선택권. 사는 한 한시도 벗어날 길 없는 삶의 조건. 흐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바로 그 시간.

 

그러므로 맞서는 저항으로, 그러나 매혹됨으로 남은 ‘사진’,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지속의 순간들》

 

그 속의 이야기는 흐른다. 시간과 무관히 자유롭게. 보이는 것에서 보았던 것으로, 또 보이지 않았으나 볼 수 있던 것으로. 어떤 사진과 사진가들, 사진 그 자체에 대한 제프 다이어, 개인의 주석과도 같은 《지속의 순간들》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연대(年代)라는 억압적 틀을 거부하고, 의지대로 기억과 감각과 지식이 선택한 역사의 장면들로 마음껏 건너가, 멈추어 되살아나는 그, 정박된 찰나로부터 그러나 여전히 흐르고 있는 사진 안팎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로써 눈먼 걸인, 모자, 벤치, 이발소, 손, 문 등 일련의 주제와 모티브로 이어진 사진과 사진, 사진가와 사진가의 새로운 연대(連帶)가 시작된다. 기존이 갖지 못한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진화하는” 해석된 사진의 역사 하나가 새로이 생겨난다.

 

사진가는 가능성들을 이해한다. …… 그가 사진을 찍었을 때, 그는 아마도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가 제대로 사진을 찍었는지, 그가 찍은 것이 어떤 사진이 될지를 알 수가 없다. 그는 단지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이 찍은 것이 사진처럼 보일지 아닐지를 알 수 없다. 내 말은, 그가 본 것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찍은 것이 사진처럼 보일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 사진을 찍는 행위와 결부된 무언가가 변화를 일으킨다.

 

“나는 사진처럼 보이게 될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기본적으로, 바로 이것이 내가 사진을 찍는 가장 단순한 이유이다.” (위노그랜드)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도 위노그랜드와 같다. 사진으로 찍혀온 특정한 사물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사진으로 찍혔다는 사실이 그 사물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발견하는 것. 때로 사진으로 찍힌 사물들은 다른 사진들처럼, 이미 사진 찍혔거나 찍히기를 기다리는 사진들처럼 보인다. (368-369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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