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주의 외》 - 새해 복 꼭 받으세요

 

나쓰메 소세키 | 《나의 개인주의 외》 | 책세상 | 2004

 

“또 정월이 왔다. 되돌아보면 과거가 마치 꿈처럼 여겨진다. 어느 사이에 이처럼 나이를 먹은 것인지 이상할 정도다.” (169쪽)

 

나쓰메 소세키가 쓴 <점두록>의 첫 구절이다. <점두록>은 1916년 1월 1일부터 1월 21일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다. 세계 1차대전 중이었다. 같은 해 12월, 나쓰메 소세키는 전부터 앓던 위궤양과 당뇨가 악화해 내출혈로 사망했다. ‘또 정월이 왔다.’의 ‘또’는 나쓰메 소세키의 ‘안도’다. 나이 먹는 것이 거울과 달력의 소행처럼 애석하게 여겨지지만, 그는 다시 밝게 뜬 달을 보고 반가워했다.

 

“설령 120세까지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힘이 유지되는 동안 노력하면 아직 조금은 뭔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허약하면 허약한 대로 실제 내 눈앞에 전개될 세월에 대해 모든 의미에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자기의 타고난 소질이 있는 만큼을 다하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172쪽)

 

<점두록>의 서두에서 읽어낼 수 있듯 그는 죽는 날까지 ‘노력’했다. ‘과거가 꿈처럼 여겨질 정도로’ 매사 전력을 다했다. 여러 차례 가졌던 강의에서도 그의 필사적인 마음이 비친다. 그는 달변으로 당시 일본의 우둔한 구석을 꼬집었다.

 

“일본의 개화는 착실하게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얏!” 하고 기합을 넣은 뒤 깡충깡충 뛰어가는 모습입니다. 개화의 모든 계단을 차례차례 밟고 지나갈 여유가 없으니 되도록 큰 바늘로 듬성듬성 꿰매고 지나가는 꼴입니다. (…) 자연스럽게 안에서 발효해 빚어진 예식이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갖다 붙인 것 같아 매우 보기 흉합니다.” (98쪽)

 

나쓰메 소세키는 시대와 쉽게 타협하지 않는 대신, 앞으로 시대를 겪게 될 학생들을 보듬었다. 불안과 방황으로 점철된 자신의 과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그걸 요즘의 ‘힐링 강의’라고 덧붙여 부르기엔 거북한 마음이 든다. 나쓰메 소세키의 ‘강의’는 청춘 달래기 용이 아니다. 오히려 간절했다. 자루 속에 갇혀 있던 자신이 얼마나 깜깜했는지, 어떻게 뚫고 나왔는지, 학생들에게 설파한다. 막연한 희망을 품기보다 한 줄기 빛이라도 비춰 세상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그의 말처럼 2014년에도 ‘또 정월이 왔다.’ 과거가 꿈처럼 여겨지는 사람도, 숫자 하나 바뀌었을 뿐 세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어쨌든 모두 나이를 먹었다. 벌써 나락인 것 같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사람도 새해 복은 꼭 받았으면 좋겠다. 나쓰메 소세키의 충고가 약이 되길 바라며, 덕담 삼아 그의 강연을 길게 옮겨 본다. 

 

 

“나는 충고처럼 느껴지는 것을 여러분에게 강요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만 그것이 장래 여러분 행복의 한 부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잠자코 있을 수 없습니다. 마음속에 우유부단하고 철저하지 않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하는 듯한 해삼 같은 정신을 품고 멍하게 있어서는 불유쾌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한 것입니다.” (58쪽)

 

“무엇보다 자신의 개성이 발전할 수 있는 장소에 정착할 작정으로 자신과 꼭 맞는 일을 발견할 때까지 매진하지 않으면 평생 불행합니다. 자신이 그만큼 개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가 허용한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그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경향을 존중하는 것이 이치에 타당할 것입니다. (…) “나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데 저 친구가 왼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괘씸하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61쪽)

 

“과연 내가 말한 것이 여러분에게 통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 내가 말한 의미에 불명확한 곳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나의 표현이 부족했거나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내가 말한 것에 애매한 점이 있었다면 적당하게 단정하지 말고 우리집을 방문해주세요. 가능한 한 언제라도 설명할 생각이니까요. (74쪽)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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