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첫 인사 - 컨텐츠팀 정혜원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인터넷 서점의 컨텐츠 에디터 정혜원이라고 합니다. 처음 출근하는 날, Sugar babe의 「Downtown」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왔습니다. 모든 게 처음인 날, 야마시타 타츠로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들으면, 오늘 하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밝고 씩씩하게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가사 내용은 토요일 밤의 시내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이른 아침 종로의 모습과도 묘하게 어울립니다.

 

'길거리엔 언제나 사람의 따뜻한 기운. 그런데도 밝은 이 거리. 언제나 멋 부리고 있어. 어두운 기분마저 곧바로 개여. 모두 들떠!' '들떠'까지 듣고 났더니, 눈이 맑아지더라고요. 힘찬 노래를 보약 삼아 첫 출근길에 힘을 실었습니다.

 

 

야마시타 타츠로 『Opus ~All Time Best 1975-2012~ (3CD)  

 

 

Sugar Babe 「Downtown」

 

서점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빅뱅의 태양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어떤 것을 하고 싶다고 느꼈을 때 그 그림이 사진같이 와요." 저는 어떤 걸 하고 싶다고 느낄 때마다 머릿속에 책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게 서점일 수도 있고요.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그리던 그림이 사진처럼 온 것 같아요.

 

서점에서 일해서 좋은 점은 뭔가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이 있어서 좋습니다. 일하면서도 책과 계속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최근 나온 신간 중에 주목하시는 책이 있나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무라이스 잼잼》신간이 나왔습니다. 웹툰 시즌 5가 시작하면서 단행본이 동시에 나왔으니 기쁨은 두 배입니다. 책을 사면 부록으로 국수 달력을 준다고 합니다. (물론 한정판!) 조경규 작가는 《오무라이스 잼잼》을 연재하면서 이 작품은 평생 그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평생’이라는 약속에서 국수 면발을 떠올리니 참 잘 어울리네요. 조경규 작가의 《오무라이스 잼잼》이 국수처럼 길게 가길 기대하겠습니다.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도서가 있다면요?

 

추천할 만한 책을 꼽을 땐 김승옥의 단편 <차나 한잔>을 언제나 말하고 싶습니다. 만화가인 주인공의 삶은 넉넉지 못합니다. 이웃집 여자가 뀐 방귀에도 샛벽이 흔들리는 집에서 주인공은 가난한 삶을 꾸려 갑니다. 가난이 첩첩산중인 가운데, 주인공은 해고까지 당합니다.

 

“이걸로써 내가 그 속에서 살아왔던 한 가지 우연이 끝장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계단 위에 서서 사람과 자동차들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그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서 또 무엇을 붙들어야 한다. 오늘 중으로 무언가 확실한 걸 붙들어 둬야 한다.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을 순조롭게 연속시켜 주는 것을 붙잡아 둬야 한다.”

 

만화가로 연명하던 삶마저 이제 접어야 하는 날, 주인공의 독백입니다. <차나 한 잔>은 한숨만 푹푹 쉬다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다음의 우연을 위해 거둬야 할 숨이기도 합니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읽고 싶던 책을 손에 쥐게 되면, 일단 심장이 뜁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이걸 다 읽어버리면 어쩌지, 하면서 읽는 속도도 부러 늦추고요.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땐 그 책들이 숙제처럼 다가와요. 저 자신이 숙제같아요.

 

요즘 뭐 읽고 계세요?

 

'현암사'에서 나온 나쓰메 소세키《풀베개》를 읽고 있습니다. 소세키의 강연과 평문이 담긴 책 《나의 개인주의》(책세상, 2004)를 읽고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소설 몇 개를 읽고 소세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풀베개》는 낯설었습니다. 그 낯섦이 좋아 계속 읽고 있습니다. 《풀베개》에선 다다미 딛는 소리가 납니다. 각각의 문장들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붓질 같습니다. 문장 속 풍경들이 다 아득해서 왠지 밤에 읽게 되는 책입니다.

 

“거울 앞에 설 때만 자신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한탄하는 이는 행복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손을 꼽아보고서야 5년의 세월이 바퀴 구르듯 빠르게 흘렀음을 깨닫는 할멈은 오히려 신선에 가까운 인간일 것이다.”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책은 뭔가요?

 

마찬가지로 현암사에서 앞으로 출시될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풀베개》 다음으로 《태풍》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의 장편소설 중 가장 덜 읽힌 작품이라고 알려졌다는 점에서 궁금해집니다.

 

 

 

좋아하는 작가 있으세요?

 

이성복 시인을 알고 난 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음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분을 담아 시를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음악 /이성복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부끄럽지만, 어떤 글을 쓸 때 ‘누가 이 글을 볼까’ 생각하면, 이성복 선생님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아직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을 단정하게 됩니다.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책은 뭔가요?

 

'아직 주문하지 못한 책'입니다. 앙리로이(Henry Roy)의 사진집 《Out Of The Blue》와 출판사 '타셴'에서 나온 제인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의 가족 앨범 《Jane & Serge. A Family Album》은 몇 번이고 다시 봐도 감동적입니다. 물론 인터넷으로만 봤습니다. 아름다운 이 책들을 빨리 마음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습니다.

 

 

 

    《Out Of The Blue》  《Jane & Serge. A Family Album》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지난겨울, 빌 캘러한(Bill Callahan)의 앨범 를 즐겨 들었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The sing」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오늘 내가 했던 유일한 말은 ’맥주‘ 그리고 ’땡큐(Thank you.)‘.” 앞으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유일한 말은 ’책‘과 ’감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 ’맥주‘도 함께라면 금상첨화겠네요. 감사합니다.

 

 

 

Bill Callahan 「The Sing」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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