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느끼는 시간》-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을 위하여

 

티모시 페리스 |《우주를 느끼는 시간》| 문학동네 | 2013

 

전리층에는 구멍이 많이 나 있기 때문에 큰 라디오 방송국에서 송출한 음악 방송이 모두 다 지상으로 반사되진 않는다. 그중 일부는 구멍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 별을 향해 날아간다. 우리가 1950년대에 들었던 블루스 선율 중 일부는 지금도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저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48-49쪽)

 

잠깐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타는 것을 꿈꿨었고,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외우며 수십 년 만에 찾아오는 혜성이나 별똥별을 보기 위해 밤을 샜었다. 아름다운 별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천체 망원경은 모든 아이들이 바라던 선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두근거려 하는 우리는 더 이상 없다. 

 

그건 아마 대기 오염과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의 불빛으로 인해 하늘이 흐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입시나 취업과 같이 먹고 살기 바쁜 일상들로 인해 발밑만 쳐다보느라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일 이런 현실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우주를 느끼는 시간은 좋은 대안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떤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은 천문학 교양서적이 갖춰야할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태양에서부터 출발하여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거쳐 은하계 너머, 일반인의 인식을 넘어서는 먼 곳까지 천천히 유영해 나가면서도 저자는 독자의 손을 절대 놓지 않는다. 즉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과 달의 흥미로운 측면에서부터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의 신비로움, 그리고 저 먼 우주에 대한 최신 관측 결과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일반 독자들이 어려워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을 곁들인 친절한 설명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노라면 마치 박식한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우주 여행하는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각 장의 사이사이에 간주처럼 삽입된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이다. 저자는 다양한 아마추어 천문인들을 찾아가 그들이 어떤 식으로 하늘에 빠져들었는지, 어떤 장비로 무엇을 탐구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천문학이 여타 다른 과학 분야들처럼 비싼 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는 분야라고 독자들을 격려한다. 

 

당장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러면 아마 우리도 데이비드 레비처럼 새로운 혜성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잭 뉴턴처럼 자신의 사진이 <뉴스위크>에 실릴 수도 있으며, 돈 파커의 경우처럼 전문가들이 우리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천문인 데이비드 아이커가 구상 성단을 처음 보고 느꼈던 감정을 공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날 밤, 나는 갑자기 꽁꽁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된 양 흥분에 휩싸여 돌아왔다. 내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세계 역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거리를 걷거나 신발을 신거나 슈퍼마켓에서 청량음료를 살 때에도 이전과는 뭔가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과거와 달리 나는 파란 하늘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별과 세계가 수많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알고 있다. 그러니 느끼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 마음속에 우주 전체가 들어앉은 것이다.(355-366쪽)

 

저자는 500 페이지 내내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에게 우주를 ‘느끼’게 해준다. 혹시 예전의 두근거림을 잃어버렸다고 생각된다면, 시간 내어 이 책 우주를 느끼는 시간을 읽어보길 권한다.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읽는 동안 멈춰 있던 내 가슴이 다시 뛰는 소리를 듣는다.”는 뒷 표지의 추천사가 전혀 허언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린 시절처럼 조금씩 두근거리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블루스 선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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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백수를 꿈꾸며 알바로 연명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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