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인문학》-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이 유희가 되다

 

밥장 |《밤의 인문학》| 앨리스 | 2013

 

밤은 삶의 고단함을 무장해제하는 힘이 있다. 삶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을 희석하고 또 위로해주지만, 그러나 밤이 미치는 힘은 단지 거기까지만이다. 핏줄 돋워가며 했던 이야기들도, 수없이 되내던 후회 섞인 말도 밤을 벗어나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12시간도 지속되지 못하는 밤의 열기는 아침의 씁쓸함을 통해 지난 밤의 자신을 쓰리도록 기억케 할 뿐이다. 그러나 밤에 기대어 자신의 심정을 토해내지 않는다면 어쩌면 이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밤에 맞는 이야기들과 인문학을 밥장이 소개하고 있다. 

 

 

째즈의 선율이 흐르는 더빠(the bar)에서, 그간 밥장은 사람들을 만나며 인문학과 삶에 대한 자신의 무대를 꾸며왔다. 인생이 무언지 어렴풋이 알긴 하지만 아직 딱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삼십대를 위해, 밥장은 인문학을 처방전으로 내고 그 과정들을 책으로 담아냈다. 그가 전하려는 16가지의 이야기는 삶에 꼭 필요한 이야기 반, 있으면 더 좋을 이야기 반이다. 그의 처방전은 부담 없고 경쾌하며, 함의하는 바는 묵직하기에 읽는 맛은 자못 쏠쏠하다. 게다가 그림과 사진까지, 밥장은 그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을 귀엽고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모르겠어? 내가 아는 것이 바로 내 자신이야.
그건 내가 자네에게 들려줄 수 없어.
자네가 직접 찾아야 해. 나는 자네가 읽어야 할 책이야.
책이 스스로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책은 자기 안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몰라. (80쪽)

 

어쩌면 인생의 진짜 답은 '모른다'일 것이다. 만약 안다면 그토록 간절히 탐독할 이유가 없으며, 누군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댈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내 건조한 삶을 촉촉하게 해줄 대상으로 인문학을 꼽았고, 적어도 인문학은 우리를 벼랑으로 몰지 않을 거라 확신하기에 손을 내미는 것이다. 삶에 드리워진 그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밥장이 소개하는 인문학은 삶의 애상을 대체할 수 있는 힘으로서의 인문학, 삶을 다독이며 생의 의미와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하는 힘으로서의 인문학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차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었지만
한 번이라도 음악이 좋지 않으면 다음에는 나에게 의뢰를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항상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고 매번 진검승부이다. (150쪽, 히사이시 조,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중에서) 

 

저는 광고회사에 있다가 40대에 데뷔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중요합니다.
개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을 그릴까 늘 생각하고 노력도 해야 합니다.
제 그림은 일본에서 40~50대들이 즐겨봅니다.
그러려면 작가인 저도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그리면 됩니다. (151쪽,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 인터뷰)

 

상반된 듯 보이는 두 작가의 말을 통해 밥장은 생의 양 측면을 소개하며, 삶에서 잡아야 될 것과 놓아야 될 것을 구분한다. 그리곤 좀 더 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지금의 이 자리를 소중히 여기게 하는 통로로서의 인문학을 청유한다.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은 몸으로 하는 공부이기에 누가 대신해 줄 수도, 대신해서도 안되지만 그 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균열과 괴리, 허무와 허탈이 있던 자리가 비로소 완상과 위락으로 채워질 것임을 암시한다. 그 인문학이 오리무중의 안개에 갇힌 이 시대의 젊거나 혹은 나이든 청춘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둘이서랄랄라'님은?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제게 간직한 꿈이 하나 있는데요. 3층 짜리 조그만 건물을 지어 1층은 작은 도서관으로, 2층은 작은 출판사로, 3층은 선교사를 위한 단기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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