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서점, 추억이 쌓이는 공간

 

시미즈 레이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학산문화사 | 2013

 

신림 사거리 치하철역에서 서울대 방면으로 빠져 나와 조금만 걸으면 옛날 순대골목이 있던 자리가 나오고, 학생들로 늘 번잡한 그 길을 따라 오 분쯤 걸은 후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돌면 옛 신림극장이 있던 자리가 나온다. 그 앞의 보도 한켠에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나는 지금도 어쩌다 그곳을 지나칠 때면 아련한 추억에 젖곤 한다. 대학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신림교를 건너기 전 천변 건물의 2층에 있던 작은 서점이다.

 

당시에 나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매달 강의료를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곤 했다. 도서 목록이 빼곡히 적힌 수첩과 빈 가방을 메고 서점을 들어설라치면 한결같았던 주인아저씨의 은근한 미소와 “어서 오세요.” 하며 반겨주던 구수한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목록을 확인하며 한 권 한 권 책을 가방에 담을 때면 나는 더없이 행복했었다. 2층의 서점에서 내려다보던 거리 풍경도 그때만큼은 더없이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게 있어 서점은 단순히 책을 거래하는 장소 이상의 공간이었고, 시간과 추억을 쌓아두는 비밀창고와 다르지 않았다. 매달 한 번씩 그렇게 나는 묵직해진 가방을 둘러메고 설레는 마음으로 마을버스를 타곤 했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으며 대학시절의 나와 그때 내가 자주 들르던 서점을 함께 떠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서점을 소개하는 이런 종류의 책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추억의 단골서점으로 내 발길이 향하는 것처럼 마음과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까닭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사람들은 종종 종이책의 종말을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주변의 서점에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듯한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을 들어서는 부부의 모습을 볼 때 나는 저절로 미소가 번지곤 한다. 책과 서점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건재하고 다음 세대에도 그럴 것이라 믿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저자인 시미즈 레이나는 지금까지 100여 곳 이상의 서점을 취재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서점 스무 곳을 소개하고 있다. 에게 해의 석양이 아름답게 빛나는 산토리니 섬의 '아틀란티스 북스', 북 잉글랜드의 기차역이었던 곳의 '바터 북스', 이탈리아의 최신 유행을 발신하는 '디에치 꼬르소 꼬모 북숍' 브라질 상파울루의 '빌라 서점' 등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서점들이 큼직큼직한 화보와 함께 등장한다.

 

택배로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백색의 양장본 표지에 우윳빛 띠지가 둘러진 책은 겉모습부터 나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책의 크기는 일반책의 1.5배쯤 될까? 책장을 펼치자 드러나는 화려한 사진들은 마치 이 책이 화보집인 듯 보이게 했다. 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고, 나는 금세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클릭 한 번으로 책은 살 수 있겠지만 그곳에 이야기는 없다. 서점으로 향하는 길목의 풍경, 서점을 가득 채운 공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배려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사소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을 탐욕스럽게 추구하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점을 찾는지 모른다. (7쪽)

 

우리가 처음으로 서점을 방문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대부분은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그 거대한 책의 세계로 안내되었을 것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나이에 그곳에서 맡았던 책 내음과 다양하게 빛나던 책의 표지에 감동했던 사람들은 아마도 평생 동안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기계의 편리로는 채워지지 않는 따뜻한 가슴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꼼쥐’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책을 사랑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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