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바로 이 책! No. 7]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 - 진격의두통님

이제 하루만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습니다. 우린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더도 말고 나이 든 만큼 성숙해진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인간이 더 많아요. 저 자신을 포함해서요.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겠지요. 성숙은 절로 얻어지지 않기에, 단지 시간에만 맡겨 놓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보다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진격의두통님인데요. ‘2013, 바로 이 책!’의 마지막 순서로 만나 보았어요. 이 이야기를 읽어 내리는 분들도 공감하시나요?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 마음에요. 가는 해를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마음이 가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기엔 2014년도 늦지 않았으니까요. 반디앤루니스를 찾는 분들이 좋은 책과 늘 함께하시길 바라며 ‘2013, 바로 이 책’은 여기에서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반디 | 2013년에 독서를 앞두고 다짐한 나만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이루어졌나요?

 

진격의두통 |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성경의 경구가 생각나네요.

 

제 올해의 독서계획은 첫 번째가 윌리엄 포크너 읽기, 두 번째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읽기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 12월 현재, 이 계획은 실패 상태입니다. 제 자신에게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사실 2013년 올해 미친 듯이 이 2명의 위대한 작가의 책을 구매했어요.

 

 

그리고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이 《팔월의 빛》(전2권, 책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네요. 포크너의 이 책을 읽으면서 한숨을 얼마나 쉬었는지 몰라요. 예상은 했지만 진짜 난해하더라고요. 포크너는 소설의 형식으로 볼 때 20세기 초반 열풍처럼 불어 닥친 모더니즘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전지식을 가지고 덤볐는데도 그의 책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팔월의 빛》을 읽다가 중간에 덮었습니다. 지금은 《소리와 분노》(문학동네)를 읽고 있습니다. 《팔월의 빛》이 포크너에겐 시간과 공간의 서술방식에서 벗어나 인물내면의 소리에 집중한 서사의 완성체라면, 《소리와 분노》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서사의 완성 직전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전의 책보단 덜 어렵겠지 하면서 책장을 펼쳤는데, 아이고야~ 더 어렵네요. 그래서 ‘포크너 읽기’는 2014년으로 계획을 연장했답니다. 비겁한 변명이죠? ▶ 《소리와 분노》 리뷰 보기

 

 

 

두 번째 계획이었던 도스토예프스키 읽기는 시작도 못했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판본으로 나온 《악령》(전3권), 《미성년》(전2권), 《죄와 벌》(전2권), 《백치》(전2권),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2013년에 한꺼번에 구매했습니다. 여기에 민음사 세계문학 판본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전3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읽은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뿐이네요.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 읽기’ 또한 2014년으로 연장합니다.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비겁해지는 순간입니다.

 

반디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진격의두통 |

 

온라인서점과 출판사 간의 도서정가제 갈등 - 올해 초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터넷서점 A사가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습니다. 이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소장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와 여러 기고글을 통해 강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더불어 메이저급 출판사인 창비를 필두로 여러 출판사가 인터넷서점 A를 상대로 출고정지를 시행했습니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면 갈등을 빚었던 이번 사태 속에서 독자들 역시 다양한 입장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표명했습니다. 한 개인의 독자로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건, 정답은 없다는 거였습니다. 우습지만, 저는 도서정가제가 전면시행되기 전에 사려고 찜해두었던 구간도서를 미리미리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결국 독자인 저는 이번 일로 책만 실컷 샀네요.

 

 

박스세트로 묶으면 더 잘 팔린다? - 폴라북스(현대문학)에서 3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출간돼 최근 전12권으로 완간한 《필립 K. 딕 걸작선집》을 저는 책이 출간 될 때마다 낱권으로 구매해서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완간이 되면서 박스세트로 전12권을 묶어서 얼마전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책이 출간될 때마다 한 권씩 구매해서 이 시리즈를 모은 저는 당연지사 필립 K. 딕 걸작선집 12권이 맞춤으로 들어가는 멋들어진, 박스 구경도 못했습니다. 물론 박스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될 때마다 저처럼 책을 한권씩 구매해서 모은 독자가 있기에, 이 시리즈가 완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독자의 입장은 생각 안 하고 완간됐다고 예쁜 박스에 12권의 책을 담아서 그것도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으니, 이 시리즈의 첫 권이 출간 됐을 때부터 책을 구매한 저 같은 독자는 그 순간 바보가 된 거죠. 성질 급한 놈이 우물 먼저 판다고 하지만 낱권으로 구매해서 시리즈를 모으고 있던 독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출판사의 판매행위에 참 많이도 서운했네요. 박스세트로 묶어서라도 책의 판매율을 높이고 싶은 출판사의 어려운 입장도 알지만, 더욱이 SF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출판사의 입장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여하간 《필립 K. 딕 걸작선집》박스세트 사건에서 보여지듯, 최근 출판사마다 박스세트로 책을 출간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전7권)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근사한 박스세트로 완역 출간됐고요. 지난해 민음사 세계문학에서《레 미제라블》을 박스세트로 출간해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일을 계기로 유명작가의 전작, 또는 시리즈 도서들이 박스세트로 출간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박스세트로 묶어서 출간해 책의 판매율이 전보다 더 좋아진다면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낱권으로 출간했다가 나중에 박스세트로 리뉴얼해서 재판매할 경우 낱권으로 구매한 독자들을 위한 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88만원 세대에 관한 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이 출간됐지만, 올해에는 노인과 혼자 사는 싱글족들을 위한 책들이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의 라이프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죠. 이와 관련된 인문서, 자기계발서 등이 다양하게 출간돼 독자들이 자신의 노년 라이프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불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책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지음, 사월의 책)입니다. 여러 이유로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혼자 사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1인 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에 눈길이 가네요.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거주형태가 일반적인 한국에서 혼자 사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매우 불합리할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책들이 더 다양한 주제로 많이 나와서 이런 잘못된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반디 | 그런가 하면 2013년에 완독하신 책도 있을 텐데요. 그 중 나에게 최고로 기억된 다섯 권의 책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해주세요. 특정한 구절을 발췌해주셔도 좋습니다.


진격의두통 |

 

 

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 | 《모든 것은 빛난다》 | 사월의책 | 2013 - 제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최고의 책으로 한 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저는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도런스 켈 리가 공저한 《모든 것은 빛난다》입니다. 고전을 통해 현사회가 되찾아야할 의식과 삶의 자세를 역설한 이 책의 내용은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까지 고전을 소개한 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오디세이아》와 《모비 딕》을 해석한 점은 놀라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허먼 멜빌의 불멸의 걸작 《모비 딕》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입니다. 《모비 딕》을 해석한 챕터는 책 제목처럼 반짝 빛날 정도입니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감사의 마음과 개인의 실존의식을 고전을 통해 되찾고 증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지독한 허무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나쓰메 소세키 | 《도련님》 | 현암사 | 2013 -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예전에 읽었는데 이번에 현암사에서 출간한 나쓰메 소세키 전집 본으로 다시 읽게 됐습니다. 다시 읽어본 《도련님》은 20세기 초에 써진 소설임에도 매우 독특한 인물 설정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1인칭 시점인 ‘나’로 시작되는 이 소설을 통해 그전까지 별 생각 없이 읽었던 1인칭 소설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됐습니다. 더불어 현대소설과 근대소설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지금의 현대소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문학사 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작품입니다. ▶ 리뷰 보기

 

G. 버나드 쇼 | 《쇼에게 세상을 묻다》 | 뗀데데로 | 2012 -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유명한 묘비명과 《마이 페어 레이디》, 《피그말리온》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조지 버나드 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쇼에게 세상을 묻다》입니다. 인생 살만큼 살아온 노인 버나드 쇼가 만년에 저술한 이 책은 한마디로 ‘돌직구’입니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못된 교육시스템과 정치구조를 갖고 있는 사회가 청춘을 아프게 하는 거다. 개인의 고통과 절망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축소시키는 잘못된 정치사회적 구조를 먼저 고치는 게 우선이다.
②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고? 멈춰야만 보인다면 이미 그것은 현사회가 그 가치들을 구현하는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것을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로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회가 파렴치한이다.

 

쇼 할배의 유쾌통쾌상쾌한 돌직구 한 번 맞아보세요. 정신이 번쩍 듭니다! ▶ 리뷰 보기

 

제레드 다이아몬드 | 《총, 균, 쇠》 | 문학사상사 | 2005 - 말 그대로 다이아몬드 같은 사고체계를 가진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 유명한 책을 저는 올해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하는 뼈저린 후회의 감정이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정말 읽는 이의 역사의식을 180도로 바꿔줄 책입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제가 이 책을 읽은 일입니다. 이 책과 후속작이자 문명3부작 시리즈로 출간된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도 어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현재 제 책장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네요. 2014년에는 이 2권의 책을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 《파운데이션》 | 황금가지 | 2013 -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린 미래는 지금의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대에 있습니다. 아마도 파운데이션을 읽는 이 모두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이것을 단순히 ‘미래’라는 호칭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상상력의 부족을 인정한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의 무대는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인 우주이고 그 안에서 그려진 문양은 인간문명이라는 돋을새김입니다. 인간문명이 지금으로부터 1만년 이후에도 ‘존재’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인간문명이 지구라는 별에서 시작됐을 때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특유의 직관력은 이것의 끝을 생각했을 겁니다.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을 거란 생각은 문명의 역사와 개인의 삶에서 때때로 비관주의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시모프가 그린, 말 그대로 상상이 안 되는 시간대에 존재하는 미래의 인간문명을 만났을 때 이 비관주의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로 변합니다. 사실 이 낙관주의는 위험합니다. 그만큼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린 우주제국의 멸망과 새로운 제국의 탄생, 그리고 이것을 향해 치닫는 인간역사의 거대한 역동성은 소설 밖 현실의 고정된 일상마저 휩쓸어 버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쉽게 이해해서 통계수학자인 심리역사학자 해리 샐던은 인간문명이 필연적으로 새로운 우주제국의 탄생으로 향할 것이라 수학적으로 입증합니다. 과학에 근거한 이 예언자의 예언대로 인간의 역사가 흘러갈 것인가는 소설 안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개인의 자유의지가 역사와 어떻게 접점을 긋고 어떤 문양의 궤적을 그리는 가입니다. 결국 개인의 존재성, 그로 인해 드러나는 삶의 영속성은 점차 사회의 부속물로 전락하는 현대 인간의 존엄성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데까지 이릅니다.
  

반디 | 2013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 때문에 읽게 된 책이 있나요?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진격의두통 | 지난 5월에 소개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반디 오늘의 책으로 알게 됐습니다. 희진 에디터님의 글을 보고 고민 없이 이 책을 구매했어요. 특히 책을 소개하는 희진 에디터님의 글에서 “누군가를 아프게 한 일이 죄인 줄은 인간만이 알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를 읽어 본 순간, “이거 물건이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 《초조한 마음》 오늘의 책 보기

 

반디 | 2013년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올해에도 자주 꺼내 보았던 좋은 책이 있나요?

 

 

진격의두통 |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는 즐겨 꺼내 보는 책입니다. 특히 읽은 책의 서평을 쓸 때,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책을 읽고 느낀 점이 말로 표현 안 될 때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을 펼쳐보면, 마치 내 마음이 그대로 문자로 표현된 것 마냥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책에 적혀 있는 거예요. 마술처럼 말이죠. 시인이 던져준 하나의 문장을 곱씹으면서 제 생각을 확장하다보면, 지금 읽은 책에 대한 나만의 시선도 생기고 새로운 해석의 여지도 생기더라고요.

 

반디 |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은 어떤 책과 함께하실지 소개해주시고, 한해 독서를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진격의두통 | 2013년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책은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함께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들입니다. 2013년의 독서계획이자 완수하지 못한 ‘포크너 읽기’는 앞으로 쭈욱~ 완독할 때까지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철학자 강신주의 책은 제게 결여된 감정들을 되찾아, 2014년에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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