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눈물》 - 현장의 소리, 현재의 울림

 

 

 

박흥수 | 《철도의 눈물》 | 후마니타스 | 2013

 

“지난 11년간 철도 노동자가 파업으로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준 것은 불과 네 차례, 총 19일이다.” (7쪽) 그런데 오늘로 벌써 22일째다. 이전에 없던 최장기 파업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22일 전까지만 해도 “굳이 철도를 멈추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랐” (15쪽)던 이들이다. 그들이 지금, 자신이 운행하던 열차를 세워, 그렇게 바쁘게만 돌아가던 시민의 삶의 속도를 기어이 늦춰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가 수서발KTX에 경쟁 체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한국 철도 시스템을 민영화하겠다는 말과 같다. 철도 노동자는 이에 맞서 잠시 철도 시스템을 멈춰 철도가 더 큰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기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노동자의 파업을 사회악이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하는 어느 한 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닥친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수신호이기도 하다. (15쪽)

 

《철도의 눈물》은 그 목소리의 세부를 담고 있다. 18년간 현장에서 열차를 운전해온 철도 노동자이자 철도노조 정책연구팀과 사회공공연구소에서 민영화안을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철도에 몸을 실을 때부터 “기차의 맨 앞에 앉아 너른 산야를 달리고 싶”어한 기관사로서 이 책의 저자 박흥수는 이야기한다. 이윤과 적자의 틀로만은 재단될 수 없는 철도의 가치, 철도 산업 고유의 특성과 철도에 대한 바른 이해, 공공 부문에 덧씌어진 ‘비효율’이란 허울과 그로 인해 훼손되어 온 공공성의 가치, 이윤 창출과 효율성에 가려진 민영화의 실체, 수서발KTX 운영권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과 움직임까지.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민영화는 절대 없을 것이며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계획은 그들이 말하는 민영화하고는 무관하다고. 그래서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이고 그들의 요구는 들어볼 필요가 없다고. 이것이 22일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이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파업에 동참한 이들의 직위를 해제하고 그들을 대체할 인력을 새로 뽑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지금도 국토부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법인 설립을 위한 절차 마련을 비롯해 철도 민영화 추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국토부 장관부터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는 이 일련의 일들을 바라만 보는 일은 정말 고통스럽다. (…) 국토부는 민영화 추진의 제약 사항을 없애겠다며 국회에 철도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예고까지 하고 있다. 법안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여러 가지 조항들을 개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 

  마지막 믿는 구석은 양심의 힘이다. 철도 민영화를 막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는 나의 동료들인 철도 노동자를 믿는다. 지방 적자선의 민간 개방이나 폐선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믿는다. 철도는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땅의 주인들, 시민들을 믿는다. (244-245쪽)

 

그러므로 그들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제 삶의 자리에서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자기의 절절한 목소리를 낸다는 게 이 사회에선 불법과 위법을 저지르는 행위가 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해가 다 가고 새해가 밝아오더라도 우리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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