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 한 이란 소녀의 자전적 성장기

 

 

마르잔 사트라피 | 《페르세폴리스》 | 새만화책 | 2005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이란은 낯설지 않은 나라다. 과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해 버렸기 때문. 하지만 이란에 대해 우리가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슬람 문화, 산유국, 핵보유국, 아시아의 축구 강국…. 두 권으로 이어지는 이 책 《페르세폴리스》는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을 우리의 시선을 격동하는 이란의 역사 앞으로 안내한다.

 

'페르세폴리스'는 20세기까지만 해도 이란의 원래 국명이었던 페르시아의 고대 수도이름이다. 책은 69년생 이란 여성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로, 실화에 바탕해 1978년부터 16년간 이란에 휘몰아친 정치적 격변을 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충분히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유머를 잃지 않고 서술한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 원작인 ‘그래픽 노블’로 손쉽게 책장을 펼쳤는데 만화치고는 글이 많아 소설처럼 읽힌다. 두터운 펜으로 그린 약간은 투박한 듯한 흑백의 그림 속에 ‘이란’이 있다.

 

만화로 처음 만나는 페르시아의 현재, 이란

 

이 오래되고 거대한 문명은 광신적인 근본주의와 테러 등에 관련지어서만 이야기되어 왔다. 인생의 반 이상을 이란에서 보냈던 한 명의 이란인으로서, 나는 이란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가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이란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려다가 감옥 속에서 죽지 않기를, 이라크와 전쟁으로 목숨을 잃지 않기를, 온갖 억압 속에서 고통 받지 않기를 소망한다.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 나 역시 이란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동지역의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석유는 풍부하지만 모래 바람이 날리고, 분쟁이 끊이지 않으며 특히 여성들에게 베일(Veil)을 강제로 씌우는 보수적인 종교의 나라들 중 하나를 연상했을 뿐이다. 그러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란이란 나라가 1935년 이전까지는 수천 년 동안 '페르시아'라고 불렸으며, 이슬람 국가가 된 것도 80년대부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모래바람 사이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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