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바로 이 책! No. 5] 마음먹기에 달린 일 - lmicah님

여러 가지 정의가 있습니다만, 누군가는 책을 가리켜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합니다. 방구석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때로 세상과 담 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요. 그것은 일면이고 오히려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애초에 독서하기를 마음먹고, 정확히는 100권 읽기를 마음먹고, 그만큼 세상일을 고민해 나가기로 마음먹어야겠죠. 이들의 시작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니까요. 한해가 저무는 이때, lmicah님처럼 마음먹기의 성과를 헤아려 보면 어떨까요? 지금 시작하는 것도 늦지 않았고요. ‘2013, 바로 이 책!’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반디 | 2013년에 독서를 앞두고 다짐한 나만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이루어졌나요?

 

lmicah | 저는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그저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서평을 쓰고 하는 것이 좋을 뿐입니다. 한 달에 적게는 5∼6권에서 많게는 12∼15권정도 책을 읽다보니 11월 30일 현재 104권을 읽었네요. 100이라는 숫자를 넘기다 보니 자연스레 ‘신년계획 중에 책 100권 읽기가 있었나?’ 생각하게 되는데요. 사실 그런 건 없었습니다. 3년 째 1년에 100권정도 독서를 하고 있는데요. 좀 더 장기적인 제 꿈을 위한 훈련 과정입니다. 내년에도 100권 넘게 독서를 하려고 합니다.

 

반디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lmicah |

 

2012 대선 이후 - 작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올해 2월 새로운 정권이 탄생했습니다. 최소한 문민정부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후 1년이 다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나라 곳곳에 갈등과 반목이 넘쳐나는 때는 지금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아직도 선거 자체에 대한 의구심과 의혹이 넘쳐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인지 올 초부터 지난 대선과 현 정권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주로 지난 대선과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책이었습니다. 소통과 통합을 부르짖으시던 대통령께서 단 한권이라도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갈기갈기 찢어진 이념투쟁의 장이고 세대와 지역이 뒤죽박죽으로 엉킨 갈등의 장입니다. 내가 옳다고 믿으면 상대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나만 옳고 나와 다르면 ‘틀리다’, ‘나쁘다’가 되어 버린 2013년이었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갈급 - 인문학이 멸종한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철학, 사회과학, 역사책을 많이 읽습니다. 절대적인 총량이야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인문학이라고는 관심도 없을 줄로만 생각되던 젊은이들도 인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올해 두드러졌다 생각됩니다. 특히 강신주 박사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TV에도 많이 나오고 오디오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의 문제, 사회의 문제, 삶의 문제, 생각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출판계의 암흑기 - 책의 키워드는 아니지만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계의 키워드도 한 가지 덧붙이려 합니다. 올해도 소수의 베스트셀러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독자들은 책의 내용보다 저자의 이름만으로 책을 구입합니다. 그래서 양적으로만 보면 출판계가 다시 날개는 펴는 것은 아닌 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올 한해도 출판계는 암흑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사재기 관행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출판사 불황 심각 상반기 책 한 권 못낸 출판사 446개>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올 상반기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한 출판사가 446개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체감하는 경기보다 더 심각한 빈부의 격차를 보이는 곳이 출판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디 | 그런가 하면 2013년에 완독하신 책도 있을 텐데요. 그 중 나에게 최고로 기억된 다섯 권의 책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해주세요. 특정한 구절을 발췌해주셔도 좋습니다.

 

lmicah |

 

 

김택근 | 《강아지똥별》 | 추수밭 | 2013 - 고(故) 권정생 선생님은 작은 성자(聖者)였습니다. 그의 신앙을 삶으로 그대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낮은 것에, 작은 것에, 아파하는 것에 몸과 마음을 쏟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생각과 성찰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 리뷰 보기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교회가 권위주의, 물질만능주의, 신비주의에 물들었습니다. 조용히 가슴으로 드리던 기도는 큰 소리로 미친 듯이 외치고 있습니다. 장로와 집사는 직분이 아니라 명예와 계급, 권력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의지하는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을 이용하여 출세하고 권력과 돈을 얻으려 합니다.” (189쪽, 《강아지똥별》 중에서)

 

야스다 고이치 | 《거리로 나온 넷우익》 | 후마니타스 | 2013 - 일베 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입니다. 일본 내 우익 단체인 ‘재특회’에 대한 르포형식의 책이기도 합니다. 한 사회 내에서 증폭되는 각장 병리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 리뷰 보기
 

“재특회는 명쾌하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너무 명쾌해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아요. 제가 무서운 건 재특회를 인터넷에서 칭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너무 괴로워요.” (368쪽, 《거리로 나온 넷우익》)

 

김종철 | 《폭력의 자유》 | 시사IN북 | 2013 - 한국의 언론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언론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할 때 그것은 흉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국민은 제대로 된 언론을 접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 길이 요원해 보이기만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 리뷰 보기

 

“과거를 망각하는 민족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 (86쪽, 《폭력의 자유》 중에서)

 

안세홍 | 《겹겹》 | 서해문집 | 2013 - 중국에 거주하고 계시거나 돌아가신 정신대할머니에 대한 책이다. 책의 내용보다 책에 실린 할머니들의 흑백 사진을 보는 것이 고역이다. 그들의 짙은 주름과 앙상한 몸은 이제껏 어떻게 삶이라는 고약함과 싸워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연예인의 망발이 있을 때에야 슬그머니 할머니들께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들의 천박함을 마주하게 된다. ▶ 리뷰 보기
 

“하루라도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어.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지도를 봐. 마당에……. 대차나무가 하나 있었어.” - 박대임 할머니 (102쪽, 《겹겹》 중에서)

 

아다치 리키야 | 《군대를 버린 나라》 | 검둥소 | 2011 - 우리와는 너무나 먼 코스타리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군대를 없앤 것이 아니라 ‘버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낯섭니다. 떨어진 거리만큼 우리와 그들은 너무나도 많이 다릅니다. 저의 첫 해외여행은 몽골이었는데, 그곳에서 경험한 그들과 나의 ‘다름’을 통해 얻었던 깨달음이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책입니다. ▶ 리뷰 보기

 

“코스타리카인은 어디를 향해 가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평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그것이 ‘푸라 비다 (Pura vida/Pure life)'라는 말이다.”

 

“순수하고 소박한 생활과 인생을 좋다고 인식한다. 아등바등 하지 않고 ‘고만고만한 것이 좋다’는 삶의 태도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 군대는 불필요하며, 오히려 군대란 과대한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01쪽, 《군대를 버린 나라》 중에서)

 

반디 | 2013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 때문에 읽게 된 책이 있나요?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lmicah | 《충청도의 힘》입니다. 부모님 고향이 충청도입니다. 사실 충청도 하면 충청북도 보다 충청남도가 제대로 된 충청도입니다. 문화도 그렇고 사투리도 그렇고요. 제 부모님은 충북이 고향이지만 어릴 때부터 향우회 모임에 따라가면 제 부모님의 말투와는 전혀 다른 충청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지만 정곡을 찌르는 우회화법으로 가득한 충청도 어르신들의 너스레는 책을 읽으며 참 많이도 웃게 합니다. 재미있고 한편으론 마음이 짠해지는 책입니다. ▶ 《충청도의 힘》 오늘의 책 보기

 

반디 | 2013년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올해에도 자주 꺼내 보았던 좋은 책이 있나요?

 

 

lmicah | 고(故) 리영희 선생님의 책 《반세기의 신화》입니다. 대학 때 이 책을 읽고 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이제껏 내가 진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책입니다. 이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추천했습니다. 지금도 제 방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이 책이 꽂혀 있습니다. 책에 가득한 메모와 밑줄을 보고 또 봐도 처음 읽었던 그 때의 감동과 충격이 되살아납니다. 그만큼 이 책은 제게 소중한 책입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책은 제가 가장 많이 꺼내보는 책이 될 것입니다.

 

반디 |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은 어떤 책과 함께하실지 소개해주시고, 한해 독서를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lmicah | 게오르그 짐멜의 책 《돈의 철학》입니다. 2013년 안에 다 읽지는 못할 것 같지만 꼭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입니다.

 

올 여름은 무척 더웠습니다.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터라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여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겁을 먹고 긴장을 해서인지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책도 6~8월에 가장 많이 읽었고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신기했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 땀을 뚝뚝 흘리며 뒤척거리면서도 꾸역꾸역 읽어 낸 제 자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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