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바로 이 책! No. 4] 나를 대변해줄 서재를 꿈꾸며- 미라클미라클님

서재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저는 제 돈으로 책을 사기 시작한 무렵부터입니다. 제가 번 돈으로 사 모은 책에는 부모님이 사준 책과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군요. 선택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도 하고 더 아껴 가며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 책들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쌓인 다음에는 좋은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서재는 곧 제 모습이기도 할 테니까요. 미라클미라클님도 이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저를 대변해줄 서재를 꿈꾸”신다고요. ‘2013, 바로 이 책!’이 네 번째로 만나 보았습니다.

 

반디 | 2013년에 독서를 앞두고 다짐한 나만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이루어졌나요?

 

미라클미라클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게 1년 여 정도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독서량의 평균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가욋사람이었는데요. 2012년 후반에 들어서 너무 안일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고민과 지인들의 추천으로 한 권 한 권 읽어 내려가면서 뒤늦게 독서의 재미에 빠진 사람인 터라 2013년에는 책을 꾸준히 읽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독서 계획’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제게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일주일에 2권 정도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며 생각을 정리하자는 것 하나와 이전에는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인문학 관련 책들을 최소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어보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돌이켜 바라보면 일주일에 2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은 나름 목표를 이룬 듯한데 읽은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소설이더라고요. 철학이나 역사, 과학 등의 이야기들은 제가 가진 지식의 폭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한 페이지를 넘기는 대로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인문학 관련 서적들을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반디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미라클미라클 | ‘힐링’과 ‘독서법’,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대거 등장으로 뜨거웠던 2013년 서점의 열기’입니다.

 

 

2012년에 이어 2013년도 역시 ‘힐링’이라는 단어를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워낙 삶이 고단한 것들도 있겠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하는 경쟁 시대 속에 있기에 잠시 쉼표가 필요한 우리네 모습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듭니다.

 

 

바쁜 시간 속에서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읽어야 할 것들도 많은, 그야말로 정보의 폭풍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시대에, 독서라는 것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서법이라고 하면 ‘속독’이 으뜸인 것이라 생각해서 이 방법을 배우고자 독서법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봤는데요. 그 책이 하나같이 ‘속독’이 그다지 좋은 독서법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속독을 통해 몇 권의 책을 빨리 읽어내느냐가 아닌, 책을 통해서 진정한 배움을 얻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년도에는 그야말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던 것 같은데요. 뜨거웠던 관심만큼이나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도 사람들이 책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진풍경도 오랜만에 뉴스로 마주한 듯 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열풍이 느껴졌던 2013년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반디 | 그런가 하면 2013년에 완독하신 책도 있을 텐데요. 그 중 나에게 최고로 기억된 다섯 권의 책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해주세요. 특정한 구절을 발췌해주셔도 좋습니다.

 

미라클미라클 |

 

 

정민 | 《오직 독서뿐》 | 김영사 | 2013 - 남들보다 뒤늦게 독서의 재미에 빠져있던 터라, 남들보다 더 빨리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만났던 책이었는데요. 이 책을 보면서 제 모습이 ‘도능독’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촌철살인과 같은 옛 선인들의 말씀을 보면서 어떻게 책을 읽고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정말 귀중한 책이었습니다. ▶ 리뷰 보기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을 도능독이라 한다. 이런 독서는 절대로 사람을 바꿔 놓지 못한다. 말만 공부한다고 하고, 행실이 따라주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다. 입으로만 외우는 앵무새 공부와 읽는 시늉만 하는 원숭이 독서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 (《오직 독서뿐》 중에서)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 연암서가 | 2013 - 이 책은 《오직 독서뿐》과 비슷하게 읽는 내내 아차! 하면서 읽어 내려갔던 책이었는데요. 실은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꾸지람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서적을 그냥 ‘뒤적이는’ 학자, 하루에 200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 문헌학자는 결국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다. 책을 뒤적이지 않으면 그는 사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특정 자극에 응답할 때만 생각한다. 결국 그는 반응만 할 뿐이다. 학자는 기존의 사상을 긍정하고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데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부을 뿐, 스스로는 더 이상 사고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중에서)

 

무상무념으로 책을 읽은 바에는 책을 덮어버리라는 쇼펜하우어와 위대한 정신도 다섯 손가락의 너비의 경험밖에 하지 못한다는 냉소적인 니체를 단 한권의 책으로 만나면서 책탑을 쌓는 것에 마냥 흐뭇해할 것이 아니라 그 책탑 속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어떻게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책이기에 요새도 조바심이 날 때면 꺼내보며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고 있답니다. ▶ 리뷰 보기

 

김운하 | 《카프카의 서재》 | 한권의책 | 2013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라는 부재로 시작하는 책의 서두에서 이미 저자에 압도 되었던 책이었는데요. 그 이유인즉슨, 이미 만 권의 책을 읽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일 년에 100권씩 10년을 해도 고작 1000권 남짓인데, 만 권의 책을 이미 최소 일독하셨다는 말씀에 한 번, 그리고 동일한 책 안에서 저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집어내어 깊이 고심하는 모습에서 경외심을 느끼게 되었던 책입니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인생이 살 만한 보람이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필경 하나의 진리다. 그러나 너무 자명하기에 아무데로 쓸모없는 진리다. 삶에 대한 이러한 모욕, 삶을 수렁으로 빠뜨리는 이런 부정은 과연 삶의 무의미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삶의 부조리는 과연 희망이라든가 자살 같은 길을 통해 삶에서 벗어나길 요구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야말로 모든 군더더기를 치워버리고 우선적으로 밝히고 추구하고 해명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카프카의 서재》 중에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인간의 사고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 모든 사고의 기반이 방대한 독서의 양에서 나온 다는 것을 보면서 정말 책을 읽어야겠구나! 라며 결심과 함께 언젠가는 저도 이런 경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라 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 리뷰 보기


포드 매덕스 포드 | 《훌륭한 군인》 | 문예출판사 | 2013 - 사실 소개글만 보고는 막장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 내용이 대체 왜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일까, 라며 뾰로통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는데요. 초반을 지나며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잔잔했던 파장들이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순간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 책 덕분에 고전의 묘미를 알게 되어 고전을 한 권씩 한 권 씩 접하고 있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 책입니다. ▶ 리뷰 보기

 

   레오노라가 “안 보여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는 말을 듣자 두려움으로 심장이 멎는 듯했다. 나는 떠듬떠듬 작은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아뇨! 뭐가 문젠데요? 대체 뭐가 문제죠?”
   그러자 레오노라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엄청나게 크고 압도적인 푸른 두 눈이 나를 세상에서 격리시키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 “그게 바로 이 모든 비극, 이 세상 모든 슬픔의 원인이라는 것, 나와 당신,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할 영원한 저주의 원인이라는 걸 모른다고요?” (《훌륭한 군인》 중에서)

 

샤론 카예·폴 톰슨 |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 홍익출판사 | 2013 -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데카르트의 말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종종 들어왔었고 그다지 어려운 말이 아니기에 자연스레 이 의미에 대해서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읽는 내내 여러 번 깨지면서 읽었는데요. 제 스스로 그 동안 안다고 자부해왔던 것들이 모두 허상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과 과연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인문학을 읽어봐야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 리뷰 보기

 

“당신의 모든 삶이 만약 강력하고 악한천재에 의해 조종된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해 그 자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당신의 삶이 거짓말이라면 당신은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당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즉 당신이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당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신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데카르트는 아주 유명한 공식을 통해 자신의 해답을 제시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중에서)

 

반디 | 2013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 때문에 읽게 된 책이 있나요?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미라클미라클 | 언제나 부패의 지배아래 있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언제나 밝고 맑으며 그 누구보다도 선량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검은 물결이 그들의 삶의 터전에 쓰레기 더미처럼 덮쳐오고는 있으나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뭄바이 어느 길가에서 마주했던 어린 아이들의 자그마한 손을 가진 이들도 아마 이 책의 이야기처럼 살고 있을 텐데 나는 왜 그때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나 하는 죄책감도 일게 됩니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의 안녕과 건강과 조금 더 밝은 내일을 기원하는 것이 전부라는 게 몹시도 미안하고 창피해지는 순간입니다. 바라건대 이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이 침범할 수 없도록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아이들에게 더 큰 행복의 웃음을 알게 해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요. ▶ 《안나와디의 아이들》 오늘의 책 보기

 

반디 | 2013년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올해에도 자주 꺼내 보았던 좋은 책이 있나요?

 

 

미라클미라클 | 사실 이 책은 표지가 뭔가 독특한 소재여서 만지작거리다 구매한 책이었는데요. 산문집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특히나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이란 파트는 몇 번을 읽어도 참 좋더라고요. 뭔가 울적하거나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이 책을 꺼내 들어 읽곤 합니다.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어제는 능룡이랑 오랜만에 차를 마셨다. 최근 근황을 묻다가 요즘 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길 하는데 능룡이가 또 내가 싫어하는 얘길 하는 바람에 울컥했다.

 

“내가 쫌만 어렸어도 해봤겠지만…”

 

능룡이는 올해 서른두 살, 나하고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가끔, 그 애는 너무 쉽사리 조로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인가 춤을 배워보고 싶은데 아쉽다고 하더라. 옛날부터 배워보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가서 배우면 되지 무슨 시기를 놓쳤다는 거야?”

 

그러나 능룡이는 수긍하지 않는다. 서른두 살이라는 나이가 춤을 배우기엔 이미 늦었다고 단정 지어버린 것이다.

 

아… 그건 정말 아니야 능룡아. 몇 번을 말해줘야 되니.

 

나도 서른이 될 무렵엔 이대로 젊음이 끝나버리는 줄 알았지만 삼십 대가 되었다고 해서 못 해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보통의 존재》 중에서)

 

반디 |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은 어떤 책과 함께하실지 소개해주시고, 한해 독서를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미라클미라클 | 일 년여 동안 거의 800여권의 책을 모았는데 아직 1/3 정도 밖에 읽지 못했거니와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뒤죽박죽 쌓여 있는 상태라 어떤 책을 다시 읽게 될지는 현재 미정이지만, 12월 초까지 정리는 마치는 대로 남은 2013년 동안 인상 깊었던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려 합니다.

 

올해 초에는 책을 꾸준히 읽자는 것이 목표였다면 중반을 지나고 나서는 독서를 즐기기 보다는 마치 밀린 방학숙제를 하듯, 독서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은데요. 독서의 필요성과 즐거움은 이 정도면 알게 된 듯하니,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기면서 독서를 하는 자세를 갖고 싶습니다.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언젠가는 저를 대변해줄 서재를 꿈꾸며 올해처럼 내년에도 책에 푹 빠져 지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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