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획자들》 - 어둠의 도시를 밝히는 그들의 도전이 희망이다

 

 

천호균 외 | 《도시기획자들》 | 소란 | 2013

 

우리가 상상하는 도시의 모습은 무엇일까? 어두운 뒷골목에 유홍가의 불빛이 어우러지면서 아무 상관없이 급하게 지나가는 자동차들, 아니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 아마도 이러한 상상이 우리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도시기획자들은 삭막하기만 도시가 인간 그리고 삶이 함께 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도시기획자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책 축제를 기획한 이채관, 도시농부라 자칭하는 천호균, 도시 숲을 만든 이강오, 이야기 재생산의 도시를 생각하는 오형은, 도시 욕망을 상징화하여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만들고자 하는 최정한, 청년의 숨결을 불어넣어 고도로 활기 넘치는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김병수, 예술로 도시를 새롭게 입히고자 생각하는 유다희다. 이들의 과감한 도전을 통해 도시도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와우북페스트벌을 만들고 지금까지 주최를 하고 있는 이채관 씨는 출판사 밀접지역이었던 마포 지역을 홍대문화와 결합시켜 새로운 문화의 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는 이 기획을 진행하면서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지역과 저자, 독자, 문화, 예술, 출판사들이 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축제 만들기를 통해 중요한 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우리의 행동만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울 숲을 기획하고 운영해온 이강오 씨는 공공의 재구성을 중요시한다. 생명의 숲 활동을 통해 숲의 건강성을 생각하던 그는 도시에도 숲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의 숲은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서 시민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선사하고자 한다.

 

원래 가죽유통업을 하다가 남는 조각이 아까워 그걸로 무얼 할까 생각하다 (주)쌈지를 만들게 된 천호균 대표는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에 대한 고민을 말하고 있다. 그가 인사동 건물을 인수해 주변의 공방들을 육성하려는 계획은 비록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활로를 위해 공방사장에서 농사꾼으로 변신했다. 그렇게 도시에 농업과 좋은 먹거리를 알리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의 노력이 성공할지는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항상 새로움에 자신을 던져 시험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통해 도시의 변화가 도전에 있음을 알게 된다. 

 

도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 오형은 씨는 매우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공동체 네트워크의 회복을 생각하고 있는 그는 수원못골시장에서 시장 상인들이 주체가 된 시장활성화를 시도했다. 상인방송국을 만들고 시장상인들이 주축이 된 불편불만 합창단을 통해 시장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고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수원의 명물이 된 장터문화가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제물포기찻길옆 동네의 꽃길 조성을 통해 동네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한둘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때 도시의 삭막함이 서서히 사라질 수 있음을 그의 작은 발걸음이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욕망을 건전하게 풀어가고자 하는 홍대클럽데이의 창안자 최정한은 도시의 흐름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시연대의 사무총장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홍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획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홍대문화의 성공이 가져온 상업주의 문제가 있지만 개인과 공공의 연대라는 틀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소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욕망은 도시의 어둠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위한 충전제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도시 전주에 청년의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사회적기업 이음의 대표 김병수는 전주라는 전통에 청년의 활력을 입히고 있다. 그가 한옥마을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전통의 재구성이라는 타이틀을 청년이라는 상상을 결합시킴으로써 화석화 돼가는 쇠퇴의 도시가 아니라 건강한 도시로 재창조하려 하고 있다. 처음 항교에서 청년들의 공연을 시작할 때는 반대도 있었지만 점차적으로 도시의 새로운 건강성을 찾게 해주는 모습을 인정받으면서 참신한 시도라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예술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공공미술프리즘의 대표 유다희는 자신의 스승인 임옥상 님의 영향과 기획이 너무 좋아 현재의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생활 속 공공미술을 추구한다. 처음 벽화사업을 통해 도시와 함께 했던 경험이나 도시의 작은 카페들을 통해 새로운 도전들을 하면서 도시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삶이 함께 하는 곳이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곳이다. 그곳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도시의 이야기가 더 이상 아무 의미 없이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도시기획자들》은 너와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책이다. 이런 도전들이 하나 둘 모여 풍성해질 때 아마도 우리 도시는 살고 싶은 공간이 될 것이다. 오늘도 도시기획자들은 그 꿈을 꾸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늘씬고래' 님은?
블로그 '이야기가 있는 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소셜큐레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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