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올빼미》 - 병 깊은 생(生)으로부터

 

 

사데크 헤다야트 | 《눈먼 올빼미》 | 연금술사 | 2013

 

솔직히 무엇을 아는 듯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어둠이고 애초에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둠이란 생각이다. 그럼에도 끌리고, 끌려서 두렵게 하는 어둠이다. 어느 날엔가 눈 감고도 그것을 보게 되고 그것이 내게도 존재했음을 기어이 알아채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눈 뜨게 될까 봐 무서워지는, 그런 세계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올빼미》에는 바로 그런 세계가 있다.

 

  삶에는 서서히 고독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 같은 오래된 상처가 있다.
  이 상처의 고통이 어떤 것인가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   

 

  일상적인 경험을 초월한 이 병의 비밀을 어느 누가 파헤칠 수 있을까? 잠을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죽음과 부활 사이의 혼수상태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이 마음의 그림자를? (…)

 

(…) 이제 만일 내가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다면, 그것은 단지 내 그림자에게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그 그림자는 내가 쓰는 모든 단어들을 걸신들린 듯 먹어치울 자세로 벽에 드리워져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그 그림자를 위해서이다. (…)

 

(…) 나 자신을 그에게 알려야만 한다. (17-19쪽)

 

철저한 고립과 고독으로부터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그 안에, 설명도 치료도 불가능해 보이는 “병”에 걸린 한 사내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혼잣말처럼 자신의 기억을, “어떤 일들에 관련해” 자신의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을” 풀어내고 있다.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그러나 그 아닌 모든 타인들에게는 그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상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래서 “이상하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 (23쪽)를. 

 

  비참함과 고통만이 지배하는 이 비루한 세상에서 단 한 번 한 줄기 햇살이 내 삶에 비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아니, 그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스쳐 지나가는 어슴푸레한 빛, 하나의 별똥별이었다. 그것은 여인의 형상으로, 아니면 천사의 형상으로 내 삶을 비추었다. 그 빛 속에서, 그 찰나의 한 순간 속에서, 나는 보았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나의 존재를. 그리고 그 별의 광채와 찬란함을. (21쪽)

 

지독한 절망의 반대편에 지극한 환희, 그 “찰나의 한 순간”이 있다. 그러므로 완전하고 절대적이고 유일한 순간의 의미로, 가차 없이 가치를 잃고 무의미의 나락에 떨어져 내린 날 또한 있다. 그러나 나는 둘 중 그 어느 것도 본 바가 없다. 세상의 어떤 것은 분명 의미가 있었으나 그것은 완전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유일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 의미를 뺀 나머지로도 여전히 내 삶이 살만한 것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자질구레한 “필요와 욕망”에 연연하며 보고자 한 적 없으므로 좌절할 일 없었고 찾고자 한 적 없으므로 찾을 일 또한 없었던 무엇이다. 그러나 지금, “빛”이라고도 “그녀”라고도 “별”이라고도 칭해질 수 있는 그것으로 인해 “존재 전체”가 뒤흔들린 한 사내가 어떤 ‘두려움’처럼 걸어오고 있다.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어둠으로부터 혹은 어느 날엔가의 나로부터, 그렇게 나에게로.

 

  나의 유일한 두려움은 나 자신을 알지도 못한 채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8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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