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라이온》 - 이 손을 너에게

 

 

우미노 치카 | 《3월의 라이온》 | 시리얼 | 2009

 

“너는 장기가 좋니?”
“네.”
거짓말이었다…. 내 인생 최초의, 살기 위한. (165쪽, 《3월의 라이온 1》)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만 하는 때가 있다. 살기 위해, 내가 이기기 위해. 한 소년의 승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장기를 사랑했다. (…) 그래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173쪽)고 생각했기에, 더구나 그 아버지는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기에. 장기로 그의 친자식을 밀어내고 끝내는 아버지까지 이겼다. 이것은 그리하여 이미 열일곱 살에 프로 장기기사가 된 ‘레이’의 이야기다.

 

손이란, 내가 아닌 남의 손이란 무엇일까? 한 가지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될 수도 있고, 다친 데를 재차 찔러오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여의고 삶이라는 전쟁터에 던져진 ‘레이’는 후자의 경우를 더 자주 접해왔다. 자신을 거둔 아버지의 집에서, 친구라곤 하나 없는 학교에서, 승부를 보기 전엔 나갈 수 없는 장기판 위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도 ‘레이’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온 것이다. 손을 잡는다는 것의 전혀 다른 의미를 몸소 겪기 전까지.

 

돌아가는 길, 바람이 세차게 부는 다리 위에서, 품에 안은 도시락은, 마치, 조그만 생물처럼 따스했다…. (84쪽, 《3월의 라이온 2》)

 

여기 밥을 싸주는 손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카리’네 자매들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기에 ‘레이’의 오래된 상처를 감지한다. 하지만 그 이상 속내를 묻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의 작은 온기를 나누는 식으로,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식으로 이 어린 승부사를 보듬고자 한다. 단 한 번의 패배에도 주먹을 쥐어 버리는 손이 아니라 언제고 활짝 펴고 기다리는 손으로. 그런 ‘아카리’네 집에 드나들면서 ‘레이’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전혀 다른 방향에서 폭풍처럼 구원 받을 때가 있”(172쪽, 《3월의 라이온 5》)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승부에만 사용해온 손을 차츰 타인에게 내밀기 시작한다.

 

이 만화 제목은 영미권의 속담에서 따왔다고 한다. 3월은 사자처럼 온다. 아마도 봄을 뜻하는 ‘3월’이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는 말일 게다. 일찍이 《허니와 클로버》로 깨지고 또 깨지는 시절이 바로 청춘임을 보여줬던 우미노 치카는 그렇게 되고도 사람을 향해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청춘의 행보를 《3월의 라이온》에서 이어 그리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소년에게 봄은 올까? 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다. ‘레이’가 새로이 잡은 손은 적어도 거짓말이 아니니까. “자기 몸 하나만 갖고도 모두에게 녹아들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52쪽, 《3월의 라이온 5》) 하고 비로소 꿈꾸게 되었으니까.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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