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임으로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의 저자 인터뷰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희진
사진 및 도서 이미지 제공 | 한우리북스

 

저도 모르게 눈이 가버렸습니다. 어떤 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그저, 제 눈이 쫓아간 그들의 외모가 저와 너무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새까맣거나 거무죽죽한 피부의 외국인도 있었고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이도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부질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이미 누군가는 호기심 어린 제 눈빛에 상처받은 후일 테니까요.

 

지하철 앞자리에 앉은 다정한 커플이 서로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리며 피식피식 웃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끼리 밀담을 나누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건너편에 앉은 저를 두고 자꾸 힐끔거리는 겁니다. ‘뭐지? 왜지?’ 당혹스럽다가 ‘내가 김태희처럼 겁나게 예쁜 게 아니므로 저 속삭임은 분명 칭찬이 아닌 욕이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기분이 확 상하면서 ‘내가 왜 저런 시선을 받아야 하나’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뭐 달리 방법은 없었어요. 그 후에도 얼마간 지속된 그들의 시선을 무방비한 상태로 받아낼 밖에는요.

 

그렇게 여기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여전히, ‘인권’이라는 말은 머리에만 담아둔 채 무신경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서로의 인권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반디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는 ‘지식교양 모든’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입니다. 책 표지를 통해“높은 학년 어린이를 위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읽기 시리즈”임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시리즈를 기획하시게 된 배경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시리즈 안에 ‘어린이 인권’이라는 주제가 들어오게 된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편집자 | 열다 에서 기획한 시리즈로는 가든(저학년 대상), 든든(중학년 대상), 모든(고학년 대상)이 있습니다. 모든은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넓혀서 세계를 바라보는 지식을 담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이라는 주제는 모든 시리즈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권이라는 것은 나만 지킨다고 해서, 혹은 다른 나라의 누군가만 지킨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세계를 하나의 연대로 생각하는 확장된 사고와 포용력이 있어야만 이해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독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반디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틀림없이’는 ‘반드시’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틀리지 않다’라고도 읽힐 수 있는데요. ‘어린이 인권’과 관련하여 이 제목을 통해 어떤 의미를 표현하고자 하셨는지요.

 

편집자 | 흔히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요. 그런 인권 차별은 그런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모두 생김새뿐만 아니라 생각, 종교, 이념 등이 명백히 다른 존재이니 이것을 인정하자는 뜻에서 지어진 제목입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서 차별을 없애자는 희망을 담아 봤습니다.

반디 | 2장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혁명을 하나씩 살펴보며 인권의 역사를 알아보는 부분입니다. 특히그 내용이 아드님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평소에도 방학 때마다 아드님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신다고 하셨는데요. 이 책의 대화를 구성하시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는지요.

 

김현식 | 처음에는 아들에게만 들려주다가 몇 년 전부터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는 오늘 우리가 보는 문화유산이나 사람들의 생활과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반디 | 이 책을 통해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이 독자들에게 인권의 역사나 인권 운동가 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만한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2장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해주신 《노란 샌들 한 짝》 처럼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책을 추천해주셔도 좋고요.

 

 

 

김현식 |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인권변호사 조영래》를 추천합니다. 편안하고 좋은 길을 마다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다간 조영래 변호사의 삶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거에요.

 

반디 | 3장에서는 ‘세계 인권 선언’을 시작으로 자유, 평등, 연대 등 인권을 설명하는 데 중심이 되는 개념을 소개하고 계신데요. 특히 연대의 경우, 서로를 친구로 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린이 독자들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을 예로 들어주신 것처럼 책을 읽은 어린이가 자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연대의 방법을 제안해주신다면요?

 

 

류은숙 |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서 말 걸기, 말 걸기가 쑥스러우면 다른 방법 찾아보기(예를 들어 쪽지 전하기), ‘걘 원래 그래’ 또는 ‘쟤네들은 원래 그래’ 이런 식의 말과 태도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지 않기, 충분하고 타당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헐뜯거나 수군거리는 것을 보면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고통이나 재난을 보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해 보기, 내가 그런 고통에 대해 져야할 책임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기

반디 | ‘유엔 어린이 권리 협약’과 관련하여 야누슈 코르착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생전에 “어린이는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인간이다.”라고 말했던 폴란드 사람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이 돌보던 어린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았다고요. 우리나라에도 그처럼 어린이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고 사랑한 어른이 있었는지요? 그 중에서 인권 운동을 하는 선생님께 롤모델이 되는 인물이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류은숙 |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글과 어린이를 아끼셨고 유엔 어린이 권리 협약을 처음 한국에 소개하는 활동을 할 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제가 낸 책 중에 《아이들의 권리, 세계의 약속》(내일을여는책, 1997)이 있는데, 맨 뒤에 협약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고쳐 써서 실었습니다. 지나친 영어 번역투로 쓰여진 그 책의 많은 잘못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맨 뒤에 실린 그 글을 보시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든 것을 쓰고 말할 때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반디 | 인권, 하면 어렵고 심각한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선생님께서 4장에 소개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보니 우리 가까이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많더군요. 그런 장과 매개해주는 부모의 역할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중요할 텐데요. 이야기해주신 사례 외에도 부모와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 좋은 인권 교육의 장이 또 있을까요?

 

 

전희정 | 요즘은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권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박물관 체험 학습이나 과학관 견학처럼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것보다는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나들이를 겸하면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로 안산 국경 없는 마을, 인천 차이나 타운, 이태원 이슬람 사원, 이문동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같은 곳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또 지역마다 열리는 다문화축제에 참가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반디 | 청소년이 자유가 없다고 주장하면, 흔히 되돌아오는 것이 일단 대학부터 가고 나서 얘기하라는 식의 말이죠. 사람답게 살 권리를 대입보다 하찮게 취급하는 것이 우리나라 청소년 인권의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청소년 인권 단체인 아수나로의 활동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데요. 선생님께서 아수나로를 비롯하여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전희정 |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청소년 인권 문제는 청소년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미성숙한 어린 아이로 취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청소년 인권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른들도 청소년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 나갈 수 있도록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디 | 어린이 독자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야말로 읽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으로서 같은 어른을 바라볼 때 인권에 무감각한 경우를 접한 적도 있으실 텐데요. 그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희정 | 장애인 인권, 여성 인권, 이주노동자 인권, 노인 인권, 어린이 인권, 청소년 인권,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인권에 무감각한 이유는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남일이니까’, ‘내 문제가 아니니까’라는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주변의 작은 일에 관심을 갖고 주위 사람들의 기쁜 일, 슬픈 일, 힘든 일, 어려운 일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공감이 인권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류은숙 | 우린 너무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형편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가까운 사람을 제대로 돌보기가 힘들죠. 이런 조건이 모두의 공통조건이라 여기며 사람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여유, 사람간의 관계를 조종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조건들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너무 없습니다. 이런 불안과 압박감, 여유 없음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지 않을까요?

 

김현식 | 인권을 이야기하면 먼 나라 일인 듯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서양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도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워왔어요. 학교나 가정에서 인권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반디 | 나 자신에게 약속하는 인권 선언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전희정 | 인권은 관심과 공감이다.

 

류은숙 |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사람답게 사는 건 혼자선 안 된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권리,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교류할 권리, 사람들과 더불어 더 나은 삶을 만들 권리가 있다.

 

김현식 | 나와 다른 사람을 인간답게 대접해야 나도 인간다운 존재로 대접받는다.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모신다.

 

 

글쓴이 김현식

포항에서 중학생들과 함께 사회를 공부하며 연극반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꽃과 채소를 가꾸는 것을 좋아하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학에는 청소년들과 아시아 문화 체험(Meet Asian People)을 떠납니다.

 

글쓴이 류은숙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인권운동사랑방과 인권연구소 '창'에서 활동가로 일해 왔으며 두 단체의 창립 멤버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인권을 외치다》《사람인 까닭에》 등이 있습니다.

 

글쓴이 신재일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고 지금은 어린이 책과 청소년 책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치와 인권, 민주 시민 등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둥글둥글 지구촌 인권 이야기》《세상을 바꾼 사람들》 등이 있습니다.

 

글쓴이 전희정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여행하며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함께 쓴 책으로 《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린이 이광진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고향 제주도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생태 만화 《깡충거미 아차의 모험(전 3권)》이 있습니다.

 

그린이 창작 집단 도르리

도르리는 '밥을 고루 나누어 먹다'라는 뜻입니다. 도르리의 뜻처럼 세상 사람 모두가 평등하게 밥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답니다. 그린 책으로는 《너영 나영 구럼비에 놀자》가 있습니다.

 

그린이 홍선주

2000년 출판미술협회 공모전에서 동화 부분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뒤늦게 세상을 알아 가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초정리 편지》《흰 산 도로랑》《우리 한옥》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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