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조셉 슈랜드?리 디바인, 《디퓨징》

 

 

조셉 슈랜드, 리 디바인 | 《디퓨징》 | 더퀘스트 | 2013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 사람이 제 어깨를 툭 치고 가버렸거든요. 미.안.합.니.다. 간단한 사과 한 마디 없이 휙 이요. 나 원 참, 왜 이렇게 예의가 없는 거야? 제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람은 그냥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화를 삭이지 못한 저는 그 사람의 뒤통수에 대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합니다. 밀쳐진 어깨와 함께 돌아선 자세 그대로 두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내가 너 때문에 화가 난 거 안 보여?’라고 시위하듯이. 물론 그 사람, 이런 제 모습을 볼 턱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불러다 세워 놓고 한 마디 하고 싶은 화기가 강렬해집니다. 하지만 마음처럼 실전하진 않습니다. 싸우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제 소심함도 소심함이지만 이 정도쯤이야 하고 저 또한 뒤돌아 제 갈 길 가다보면 금방 잊어버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혹시 그 사람,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르고요. (실없는 농담 같지만,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 정말 하게 됩니다. 세상이 워낙에 흉흉하지 않습니까...^^;;)  

 

대개의 분들이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즉시 화를 표현하기보다 갈등을 피해 홀로 삭이는 편을 택할 거라는 거죠. 게다가 저 정도의 일에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린다면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 사람들에겐 화를 표현하지 못하고 참아서 걸리는 ‘화병’이 문제였다면, 현대인들에겐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분노 조절 장애’가 더 큰 문제이다.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자기표현이 강조되고 있지만 역으로 과잉보호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자기 통제력은 약해지다 보니 분노 조절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숭례문 방화사건이나 ‘묻지마 범죄’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기도 하고, 분노가 내부로 향하여 게으름이나 무력감의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기에 분노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4~5배가량 높고 사망률도 훨씬 높다. 이렇듯 분노는 관계, 커리어, 교육, 건강, 사회적 안전 등 우리 삶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친다. (6쪽, 문요한,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중에서)

 

《디퓨징》은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일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자기 보호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감정”인 “분노가 일어나서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우리의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왜 그렇게 되고 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뇌과학에 근거한 분노 해소의 기술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 상황과 타인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겼던 분노가 사실은 자기 안에 있는 질투심과 의심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다행히 우리의 몸에는 그 분노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내적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니, 불쑥불쑥 화가 나 어찌할 바를 몰랐던 분들도 크게 걱정하진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신, 분노에 대한 공부는 좀 하셔야겠지만요.

 

생존을 위해서 우리 뇌 속에 굳게 자리잡은 분노는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강력한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분노를 잘 통제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분노를 알아차리고, 분노에 귀를 기울이고, 분노에 대해 생각할 때 좀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화가 난 기분에 반응하여 어떤 길을 따를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고, 다른 사람들의 분노에 대처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분노를 ‘느끼는’ 데에서 분노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관점을 옮김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디퓨징이다. (20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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