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블로그] 선우정아 *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Hmm hmm

모두 입을 벌려 hey

 

축 쳐진 어깨들 모두 다른 얘기들

비를 피해 작은 우산 속에 숨었네

미처 가리지 못한 가방을 보며 한숨만

젖어버린 삶에 겨운 짐들 안고서

 

Why do you do such a stupid thing, you know?

피하지 못할 일도 있는 거야

 

때가 탄 마음 흐려지는 꿈

이미 익숙해진 미련들의 분리수거

잊을 만하면 자꾸 나타나는 어린 내가

실망한 눈으로 날 지나치며 소리치네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모두 입을 벌려 hey, 1 2 3 4

 

Why do you still envy your childhood?

참기만 할 수는 없는 거야

 

다들 마음 한켠에 아직 아이를 못 지우고

어른의 탈을 쓰고 소리 죽여 울곤 해

아직 난 놀고 싶어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Why do you still envy your childhood?)

모두 입을 벌려 hey, 1 2 3 4

 

아-

 

'비온다'를 듣게 된 때는 비오는 새벽이었습니다.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가 "야야, 지금 들으면 딱인 게 있다."라며 틀어주었죠. 두세 시간 전에 시작한 음주로 저는 이미 만취했고 뭘 듣는대도 목소리인지 빗소리인지 천지 분간이 안 되는 상태였는데요. 이 노래는 둔한 귀에도 참 선명하게 꽂혔습니다. "비온다"를 시원하게 내지르는 선우정아의 노래를 더 찾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이것저것 듣고 보니 그녀는 이미 송라이터로서 이름을 알렸더군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잘 알만한 2NE1의 '아파 (Slow)'나 GD&TOP의 'Oh Yeah (Feat. 박봄)'와 같은 곡을 쓴 작곡가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는 그녀를 설명하는 최소한의 정보에 불과합니다. 한 번 제대로 들어보기만 한다면 단순히 YG의 송라이터가 아니라 정말 매력 넘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비온다'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처음 들을 때 가장 잘 들리는 노랫말은 "비온다"에요.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노래했나봐,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반복할수록 다른 노랫말이 들려옵니다. 작은 우산 속에 지친 채로 서 있지만 실은 이 비를 맞으며 뛰어놀던 시절처럼 자유롭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 그려집니다. 선우정아 자신이자, 그 풍경 가운데에서 종종 놓치곤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할 겁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나온 친구와 이 노래를 계속해서 들었던 것은 같은 마음 때문이었겠죠. 다시 아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빗속에서 종종 그 기억을 불러냅니다. "비온다"라고 외치면서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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