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게임》 - 아파트는 지지 않는다

 

 

박해천 | 《아파트 게임》 | 휴머니스트 | 2013

 

높게 치솟은 아파트 안에 평온하고 안락한 남들의 삶이 기거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비쭉 솟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파트다. 지천에 널려 남부럽지 않고 남부럽게 하는 삶들을 전시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그 삶에 진입하지 못하고 그곳을 올려다보는 이들이 생겨난다. 남과의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남들 못지않은 중산층에의 욕망이 들끓는다. 그렇게 ‘남다른 삶’을 꿈꾸기보다 ‘남부럽지 않은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게임이 시작된다.      

 

중산층의 성장 신화는 20세기 후반기의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버팀목 중 하나였다. 번듯한 직장과 30평대 아파트와 중형차를 배경으로 삼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4인 가족의 사진은 고도성장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KS 마크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난 세기의 막판, 1997년 외환 위기가 닥치면서 이 이미지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닥치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멀쩡한 듯 행세하던 중산층 상당수가 태평양 건너편에서 타전된 갑작스러운 소식에 치명타를 맞은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15쪽)

 

게임에 동참하긴 마찬가지지만 그 배경과 진행 양상, 결과가 제각각이다. 이는 4?19세대, 유신 세대, 386세대 등 한국사회의 경제, 정치, 문화를 뒤흔들어 놓은 변곡점에 있어 그들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었는가가 주요하다. 말하자면 “제2차 경제개발계획이 성공적으로 제 궤도에 올랐던 1960년대 후반, 제 2차 유류 파동이 오고 박정희 대통령이 죽기 직전인 1970년대 중후반, 3저 호황의 1980년대 중반,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 1990년대 중반,” “IMF 외환 위기 이후 바이 코리아 열풍-카드 대란-아파트 버블로 이어지던 2000년대 초중반” 등의 버블의 시기를 그들이 “몇 차례 경험했”고 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그들의 ‘집’과 ‘계층’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18-20쪽)

 

이에 따라 세대별로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임의 현장을 《아파트 게임》이 쫓아간다. 저자 박해천은 ‘비평적 픽션’이라는 형식을 방법적으로 선택해, 세대 구성원 개개인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배경에 근거해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아파트와의 게임에 뛰어들었는지, 그리하여 그들은 현재 어떠한 현실에 처하게 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1955년생과 1962년 생 베이비붐 세대, 1990년대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신세대, 하숙방, 고시원, 원룸 등 방 한 칸의 삶도 유지하기 힘든 청춘 세대 등 내 부모와 형제가 있고 또 내가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완성해간다.  

 

게임의 결과는 대략 다름과 같다. 아파트 하나 달랑 남았으나 스스로의 노후는 물론 자녀 결혼에도 아직 큰돈이 들어가야 하는 은퇴 세대, 양껏 대출 받아 아파트를 마련했으나 빚에 허덕이며 깡통이 돼버린 현실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하우스 푸어’, 내 집 마련의 꿈이 허황됨을 알아 일찍이 포기해버린 청춘 등, 아파트에 살아도 살지 않아도 그들이 욕망한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삶’은 성취되지 못한 그대로의 꿈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현실엔 진 게임의 패배감이, 그로 인한 절망이 그럼에도 불구한 여전한 갈망이, 흘러들어 고이고 ?는 중일 테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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