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아사다 지로, 《온기》

 

 

아사다 지로 | 《마음이 머무는 온기》 | 을유문화사 | 2013

 

"따뜻한 게 따뜻해." 얼마 전, 친구의 손에서 새삼스레 온기를 느끼고 했던 말입니다. 그때는 딱 그 말만이 제가 느낀 감정을 표하는 데 적합하다 생각했었는데요. 조금 지나 다시 생각하니 그 친구, 늘 제 곁에서 따뜻해왔었습니다. 다만, 그 체온을 다르게 느낀 때마다의 제가 있었을 뿐인 거죠. 36.5도,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특별히 아픈 데 없는 평소라면 언제나인 그 체온이 어느 날엔 사무치게 그립고 애틋하다가도 또 어느 날에는 징글맞게 뜨겁고 짜증스럽게 느껴지곤 하니까요.

 

마음이 머무는 《온기》, 이 책의 제목을 보고도 그랬습니다. "따뜻한 게 따뜻해."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을 마침하여 사람과 사람, 그 인연의 온도를 글로 담아온 아사다 지로가 그간의 소설과 에세이, 대담 그리고 인터뷰 내용 중 특별히 '인간의 인연' 부분을 발췌해 한 권의 책을 내놓았는데요. 짧지만 진중하게, 인생과 신뢰, 스승, 사랑, 감사, 충(忠), 부모와 자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글들이 사이사이 여백을 두고 그 자리에 독자를 불러다 앉힙니다.

 

"독서 습관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마치 게임 속의 캐릭터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악연에 농락당했을 것이다. 인간의 인연은 참으로 불가사의하지만, 책을 통한 인연은 결코 독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머리말을 마감하고 있는 그의 《온기》. 그 안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표정들을 '해후' 또는 '조우'하면서 곰곰 들여다보는 여유의 시간을, 이미 마련해 음미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을 곱씹으면서 말이죠.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 왔는데, 공통점은 하층 계급인 사람일수록 밝다는 거야. 사람은 밑바닥으로 갈수록 밝아지지. 반대로 위로 올라갈수록 신기하게도 사람이 어두워져.

   무엇이 어두운가 하면, 다들 영원한 도련님 같아. 먹고 사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으니까 미래를 생각하지 않지. 이게 어두운 거야. '이 사람, 물질적으로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데 왜 이렇게 어두운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 남을 웃기는 것도 서툴러서 말이지, 우스갯소리를 해도 재미가 하나도 없어.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예의상 "하하하" 하고 웃어 주긴 하지만 말이야. 그에 비해서 하층 사회의 농담은 훨씬 재미있지.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말하자면 현실 도피니까. 현실 도피이자 현실 호도야. 웃지 않으면 울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웃음은 천성적인 것이기는 해. 하지만 상류 사회에는 진짜 웃음이 없어. 눈물을 모르거든. 그래서 웃음도 몰라. 그리고 울지도 않지. 눈물은 명백히 경험이야. 그래서 사람은 대체로 나이를 먹으면 점점 눈물이 많아지지(웃음).

 

- 『기다리는 여인』(인터뷰)-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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