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글렌 칠튼,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글렌 칠튼 |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 메디치미디어 | 2013

 

새, 하면 저는 모험의 서사가 떠오릅니다. 새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많이 접하잖아요.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셀마 라게를뢰프의 소설 《닐스의 이상한 모험》입니다. ‘닐스’라는 말썽쟁이 소년이 요정을 괴롭히다가 그 벌로 손바닥만큼 작아지고, 이후 거위와 함께 기러기 떼를 따라다니며 갖은 일을 겪게 되는 내용인데요. 그야말로 고생길이 따로 없죠. 그런데도 거위의 등에 올라 하늘을 나는 ‘닐스’가 부러웠어요. 고생을 하더라도 그 모험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소설에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를 쓴 글렌 칠튼 정도라면 ‘닐스’에 근접한 사람이 아닐까요?

 

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글렌 칠튼이 함께하는 새는 살아 있는 새가 아니라 오래 전에 멸종된 까치오리와 알의 표본이라는 겁니다. 그가 죽은 새의 길을 따라가게 된 계기는 한 식품회사에서 차와 커피에 끼워 팔았던 수집용 카드입니다. 어린 시절에 그는 열성적인 수집광이라 그 카드도 모았다고 해요. 1970년에 카드의 주제는 ‘위기에 처한 북미 야생 생물’이었는데 1번부터 4번이 멸종 조류였고, 바로 그 1번이 까치오리였답니다. 그때 이미 멸종된 지 80년을 넘어선 시점이었으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의 모험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둥지나 알의 표본을 통해 까치오리의 흔적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때로 무효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까치오리의 흔적을 찾으려던 내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래브라도 지역까지 갔지만, 오듀본의 아들이 까치오리 둥지를 발견했을 리 없다는 심증만 굳어졌다. 게다가 까치오리가 낳지도 않은 알을 찾느라 영국을 헤맸다. 이제는 운이 바뀔 때도 되었다. 나는 까치오리 박제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까치오리 박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출판물을 살펴보니, 전 세계의 자연사박물관 곳곳에 50여 개의 표본이 흩어져 있지만 그중 일부는 소문일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나는 이쪽에 있고 또 하나는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열두 나라이거나……, 열세 나라……,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생활이라는 게 있고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니, 시간깨나 걸릴 터이다. (61쪽)

 

그럼에도 글렌 칠튼은 포기하지 않고 까치오리 박제를 모두 조사하고 측정하는 모험에 나서기로 합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새의 불완전한 역사에 살을 붙이기 위해서, 더불어 그 새를 멸종시킨 “전쟁과 파괴성과 밀반입, 사생아들, 영국의 가장 부유한 사람과 미국의 가장 부유한 살인범”(21쪽)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요. 이 모험의 끝이 어떻게 될는지 궁금해집니다. 거위 등 위에서 겪은 일은 ‘닐스’를 철들게 했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못살게 굴던 소년은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 나갔죠. 이 이상한 조류학자의 모험은 오늘날의 ‘닐스’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게 될까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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